사나이 마음을 훔쳤더니, 우유 매출이 대박 났습니다

[비즈]by 조선일보

최근 유통업계에서 ‘사나이 마음’을 훔치려는 ‘상남자 마케팅’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7월 남성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명실상부한 ‘큰 손’ 고객으로 자리 잡은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 남성 공략에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 ‘가짜사나이’ 대박, ‘앞광고’로 웃는 기업?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가 지난달 공개한 ‘가짜사나이’ 시리즈는 한 달여 만에 조회수 4300만회(13일 오전 기준)를 기록하며, 올여름 국내 유튜브 최고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다. 가짜사나이는 유튜버, BJ, 래퍼들이 해군 특수전전단(UDT)의 훈련을 체험하는 웹 예능 콘텐츠다. 시청자들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보다 뛰어난 ‘리얼리티’에 열광하고 있다.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 '가짜사나이' 시리즈 유행어.

영상에 등장하는 “인성 문제 있어?”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 더 빨리 뛰겠다” “4번은 개인주의야” 같은 발언은 인터넷 유행어로 떠오를 정도다. 이 같은 가짜사나이 인기에 덩달아 웃는 기업이 영상 제작을 지원한 매일유업이다.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 '가짜사나이'에는 허약한 훈련병들과 강인한 교관들이 등장한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출시한 단백질 보충제인 ‘셀렉스 스포츠 웨이프로틴파우더’ 홍보를 위해 올해 상반기 가짜사나이 제작진과 손을 잡았다. 근육 운동을 좋아하는 젊은 남성 소비자가 상품 타깃층이어서 가짜사나이 시청자들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튜브 ‘뒷광고’(시청자에게 광고·협찬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자신이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물건처럼 홍보하는 영상) 방식 대신, 대놓고 ‘앞광고’를 진행했다. ‘솔직한 홍보’에 시청자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광고 영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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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이 가짜사나이 시리즈에 넣은 '셀렉스 스포츠' 앞광고.

매일유업 관계자는 “가짜사나이 방송 이후 포털사이트 검색량이 출시 당시보다 5배 늘었다”며 “하루 평균 판매량도 4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매일유업 셀렉스의 공식 모델은 LPGA에서 25차례 우승한 국민 골프영웅 박세리 선수이지만, 유튜브에선 피지컬 갤러리 운영자 ‘김계란’으로 통하고 있다. 셀렉스 스포츠는 ‘김계란 프로틴’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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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렉스 공식 모델은 박세리(왼쪽) 선수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 운영자 '김계란'씨는 가짜사나이 시리즈에서 제품 모델로 나섰다.

“총알 장전한 남자들이여, 아울렛에 총 쏘러 오세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은 오는 14일 유통업계 최초로 스크린 사격장 ‘슈팅코리아’를 개장한다. 체력·지구력·스피드·집중력이 요구되는 스포츠 사격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정밀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속사, 이동사격 등 체계적인 사격 트레이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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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문을 여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의 스크린 사격장.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은 특공대와 파병부대 의류로 유명한 밀리터리 의류 브랜드 ‘하이퍼옵스’ 제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오는 15일에는 국제공인사격단체 회원과 관련 전문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사격 대회도 연다. 여성 중심 공간인 아울렛에서 ‘밀덕’(밀리터리 덕후의 줄임말)을 위한 콘텐츠를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김인수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는 “서바이벌 동호회, FPS게임 유저들이 열광하는 스크린 사격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기흥점은 아시아 최대 규모 나이키 팩토리 아울렛 매장, 실내 서핑숍에 이어 사격장까지 갖추면서 최근 남성들의 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에선 육군 티셔츠, 화장품 숍에선 남성용 ‘해장크림’ 인기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로카(R.O.K.A) 반팔티’를 1만장 한정 판매했다. 로카는 ‘ROK Army(한국 육군)’의 줄임말이다. 티셔츠 팔뚝 부분에는 태극기, 등판에는 ‘KOREA ARMY’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강력한 호국보훈 정신이 느껴지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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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이 지난 6월 판매한 '국방템' 육군 티셔츠.

이충원 세븐일레븐 상품기획자는 “2030 소비자들에게 이른바 ‘국방템’이라고 불리는 밀리터리 룩이 유행하고 있다”며 “젊은 남녀가 ‘커플티’로도 즐길 수 있게 남녀 공용 사이즈로 한정 판매를 했다”고 말했다.


화장품 편집숍에서는 LF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룰 429’의 슬리핑 퍼팩크림이 인기다. 남성 전용 수면팩인데, 팩을 바르고 별도로 씻어낼 필요가 없다. ‘술 마시고 자기 전에 쓱쓱 바르면 다음날 아침 피부가 해장한 것처럼 개운하다’는 뜻에서 ‘해장크림’으로 불린다.


LF 관계자는 “남성 화장품 시장 수요를 읽고 ‘사나이 수면팩’을 출시했다”며 “남성 전용 화장품은 매달 판매량이 2~3배씩 늘어날 정도로 성장세가 놀랍다”고 했다. 헤지스 맨 룰 429는 남성의 M자 헤어와 정수리 모발 커버 제품, 다크 서클과 칙칙한 피부 전용 비비 크림 등을 출시하며 ‘상남자 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경진 기자

2020.08.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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