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BMW서 숨진 유치원생 두 딸, 20대 엄마는 새벽까지 술 마셨다

[이슈]by 조선일보

6세·3세 자매 16시간 방치…결국 열사병으로 숨져

엄마, 묵비권 행사하다 “에어컨 틀어 괜찮을 줄” 변명

조선일보

두 딸을 폭염 속에 방치해 차 안에서 숨지게 한 26세 여성의 BMW 차량. /교도통신

일본에서 20대 여성이 6세·3세 두 딸을 밤새 승용차에 방치했다. 열대야와 폭염 속에 16시간 가까이 승용차 안에 있던 자매는 결국 열사병으로 숨졌다. 엄마는 남성 지인과 밤새 시내 번화가에서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점심 무렵 돌아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두 딸을 발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7일(현지 시각) 아사히·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가가와현 경찰은 지난 4일 유치원생 두 딸을 차 안에 방치해 열사병으로 숨지게 한 혐의(유기 치사)로 A(26)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묵비권을 행사하던 A씨로부터 “아이들을 차에 두고 술을 마시러 갔다”는 진술을 전날 받아냈다.

쓰러진 두 딸 보자 차 옮긴 뒤 119 신고…차 안에 먹다 만 빵과 물

현지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일 오후 9시쯤 가가와현 다카마츠시의 한 주차장에 자신의 BMW 승용차를 주차한 뒤 6세·3세인 딸 자매를 승용차 뒷좌석에 두고 내렸다. 이후 A씨는 남성 지인 B씨를 만나 시내 번화가에서 음식점 최소 3곳을 방문해 다음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B씨의 집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두 딸이 있는 승용차로 돌아온 건 다음날 낮 12시 40분쯤이다. 전날 밤부터 약 15시간 40분가량 두 딸을 차 안에 방치한 것이다. A씨가 돌아왔을 때 두 딸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A씨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주차장에서 100m정도 차를 이동시킨 뒤 119에 전화를 걸어 “차 안에 아이들이 축 늘어진 채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다. 두 딸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시간여 만에 결국 숨졌다. 차 안에서는 먹다 만 빵과 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두 딸의 식사용으로 물과 빵을 두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신고 당시 119에 “몸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몇 시간 다녀왔더니 딸들이 이렇게 됐다”고 거짓 진술했다. 당시 현장 주변에 있었던 한 주민은 A씨가 정신이 산만한 상태에서 “승용차 엔진을 켜 두고 차를 떠날 생각이었는데 돌아와 보니 시동이 꺼져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 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다카마치시 기온은 28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열대야였던 것이다. 3 일 오전 7시엔 기온 30도를 넘었고, 정오에는 36도에 달하는 폭염이었다. 이날 최고 기온은 37.6도로 9월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더구나 주차장에는 지붕이나 햇빛을 가릴 높이의 건물도 없었다. 부검을 실시한 경찰은 두 딸이 폭염으로 인해 상승한 차량 내부의 온도를 견디지 못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묵비권 행사하던 엄마, “에어컨 켜놔 괜찮을 줄 알았다”

당초 A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경찰은 다수의 방범카메라(CCTV)와 목격자 증언을 확보해 A씨의 범행을 밝혀 지난 4일 유기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A씨는 결국 “아이들을 차에 두고 (술을) 마시러 갔다”면서 유기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승용차) 에어컨을 틀어놔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B씨는 A씨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차 안에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A씨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 엔진 가동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남편, 두 딸과 함께 사는 4인 가족이다. 지금까지 아동학대 정황 등이 신고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두 딸이 다니는 유치원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1주일간 휴원한 상황이었다. 유치원 원장 C씨는 A씨에 대해 “운동회 같은 행사 때 솔선해 도와 줘 아주 자상한 엄마라고 생각했다”며 “7일 (자매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너무 충격적”이라고 했다.


[서유근 기자]

2020.09.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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