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과학자가 노벨상?...해외서 꼽는 ‘QLED의 아버지’

[테크]by 조선일보

나노입자 연구로 학술정보업체 클래리베이트의 노벨상 후보 24명에 포함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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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현택환 교수가 노벨상 후보로 선정되게 한 연구 논문을 모니터에 띄우고 삼성 QLED TV의 상용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제 연구가 어디에 쓰이는지 물어보면 삼성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보라고 합니다. 색을 내는 반도체인 양자점을 원하는 크기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제 논문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음달 5일부터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어쩌면 최초로 한국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지 모른다. 해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족집게 예언해온 글로벌 학술 정보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올해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에 한국 과학자를 뽑았다.


클래리베이트는 23일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가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이 유력한 과학자라고 발표했다. 현 교수는 미국 MIT의 모운지 바웬디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의 크리스토퍼 머레이 교수와 함께 광범위한 곳에 응용되는 나노입자를 정밀 합성한 연구 공로로 화학상 수상 후보로 선정됐다.


클래리베이트는 지난 2002년부터 생리의학·물리학·화확·경제학 분야에서 논문 피인용 빈도가 상위 0.01%에 해당하는 우수한 연구자들을 노벨상 수상 후보로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보로 지목한 연구자 336명 중 54명(16%)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중 29명은 클래리베이트 후보 선정 2년 내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카이스트 유룡 교수와 2017년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 2018년 울산과기원 로드니 루오프 교수가 각각 화학상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20년만에 빛 본 나노과학 연구

현 교수는 “1997년 서울대 교수가 되면서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버리고 당시 새로 부상하던 나노과학에 뛰어든 게 20년 만에 빛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나노과학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천명하면서 연구 붐이 일었다. 현 교수는 2001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온도를 서서히 올리며 반응을 시키는 균일한 나노입자 합성에 성공했다. 그전까지는 나노입자를 합성하면 크기가 들쭉날쭉해 원하는 크기의 입자를 별도로 골라내야 했다.


현 교수의 연구를 계기로 태양전지에서 암 진단,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활용되는 나노입자를 원하는 대로 합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다른 학자의 논문에 1660회 인용됐다.


이어 2004년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한 나노입자 대량합성법은 무려 3000회나 인용됐다. 현 교수는 이 논문에서 나노입자를 기존 방법보다 1000분의 1 가격으로 1000배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발표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논문이 QLED TV를 낳았다.


현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호암상, 포스코청암상 등 국내 최고 과학상을 휩쓸었다. 지난 2018년 한국연구재단이 과거 10년 간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평균 논문 피인용 횟수를 넘어선 한국인 과학자 6명을 뽑았는데 현 교수도 포함됐다. 2010년부터는 화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JACS의 부편집장도 맡고 있다.


현 교수는 “이제 노벨상을 받든 안 받든 평가 기준이 될 논문은 다 발표했다”며 “앞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이 없는 난치병 치료에 새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서울대 의대 연구진과 나노입자로 동물실험에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패혈증과 알츠하이머 치매를 호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욕심이 나지 않을까. 현 교수는 “QLED TV의 기본 원리가 된 양자점 연구자 2명이 아직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며 “이들부터 수상하고 나서 기대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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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대 현택환 교수(오른쪽에서 둘째)가 대학원생들과 나노입자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 현 교수 연구실은 나노입자 연구의 세계적인 메카로 부상했다.

노벨 과학상·경제학상 유력 연구자 24명 발표

클래리베이트는 이날 올해 노벨 과학상과 경제학상 수상이 유력한 연구자 과학자 24명을 발표했다. 분야별로는 생리의학이 4명, 물리학 7명, 화학 6명, 경제학 7명이었다.


화학상 분야에선 나노결정 연구자들 외에 미국 MIT의 스티븐 버치왈드 교수와 UC버클리의 존 하트위윅 교수가 유기금속화학 연구로, 일본 도쿄대의 후지타 마코토 교수가 자가조립을 통한 초분자화학 연구로 역시 수상자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분자 면역에 관여하는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단백질을 개발해 신약과 백신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파멜라 비요르크맨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와 잭 스트로밍거 하버드대 교수가 선정됐다. 일본 암정밀의학연구소의 나카무라 유스케 소장은 맞춤형 항암 치료의 길을 연 유전적 다형성 표지 연구로, 미국 베일러 의대의 휴다 조그비 교수는 신경질환인 레트 증후군의 기원을 밝힌 공로로 역시 생리의학상 후보로 꼽혔다.


물리학 분야에선 미국 해군연구소의 토머스 캐롤 박사와 루이스 페코라 박사가 비선형 역학 연구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홍지에 다이 교수와 UC버클리의 알렉스 제틀 교수가 탄소-붕소 나노튜브 개발로, 영국 더럼대의 카를로스 프랭크 교수와 캐나다 빅토리아대의 훌리오 나바로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사이먼 화이트 박사가 은하 형성과 진화, 우주 구조와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로 각각 수상 후보로 선정됐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0.09.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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