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달나라에 토끼는 없어도 물은 있다

[테크]by 조선일보

달 표면서 물 존재 증거 잇따라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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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우주인이 활용할 수 있는 물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물은 달 탐사 현장에서 우주인의 식수가 되며, 수소를 분리해 로켓 연료로도 쓸 수 있다. 산소는 호흡과 산화제로 활용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케이스 호니볼 박사 연구진은 27일 “달 표면의 햇빛이 비치는 지역에서 물 분자의 분광 신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실렸다.


◇물분자에서 나오는 분광신호 포착


달 표면은 온도가 섭씨 130도 이상으로 올라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힘든 조건이다. 반면 달의 남극에 있는 충돌구에는 햇빛이 들지 않아 온도가 영하 180도 이하까지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지역에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나사는 2009년 엘크로스(LCROSS) 탐사선을 달 남극에 충돌시켜 물 성분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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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 충돌구에 얼음 형태로 물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햇빛이 드는 지역에서 발견됐다. 나사 연구진은 보잉 747기를 개조한 ‘성층권적외선천문대(SOFIA)'로 달을 관측해 표면에서 물 분자 분광 신호를 포착했다.


앞서 달 남극 주변에서 물의 흔적이 관측됐지만 정밀도의 한계로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한 물 분자인지 아니면 산소와 수소 원자가 하나씩 결합한 수산기(OH) 화합물인지 분간이 안 됐다.


이번에 호니볼 박사 연구진은 소피아 관측을 통해 달 표면에서 포착된 분광신호가 수산기 화합물이 아닌 물 분자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했다. 소피아는 우주 관측에 방해가 되는 대기를 피해 11.6㎞ 상공에서 비행하며 2.7m 구경 적외선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달의 남극 근처에 물 분자가 100~400ppm(1ppm은 100만분의 1농도) 정도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물 분자들은 모래 알갱이 사이에 끼어 있거나 운석 충돌로 생긴 유리 상태의 물질 안에 들어 있다고 추정됐다. 덕분에 햇빛에 노출된 지역이지만 물이 증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로 달 탐사에서 지하 깊이 들어가지 않고도 표면의 토양을 채취해 쉽게 물을 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호니볼 박사는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달에 있는 물의 양은 달 토양 1㎥ 당 12온스(약 350㎖) 생수병이 있는 것에 맞먹는다”고 밝혔다.


◇"얼음 저장소인 음영지대 두 배나 많다"


달에 있는 물은 생각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폴 헤인 교수 연구진 역시 이날 네이처 천문학에 “달에 혜성이나 운석이 충돌하면서 물이 전달돼 얼음 형태로 보존돼 있을 ‘영구음영지대’가 달 표면의 0.1%에 해당하는 약 4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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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이 공간이 약 2만㎢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10원 짜리 동전만 한 면적의 충돌구까지 모두 측정해 물 저장이 가능한 면적이 북극과 남극에 걸쳐 실제로는 2배 많음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나사의 달정찰궤도선(LRO)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우주인이 지름 수 ㎞의 거대한 음영지대 안으로 깊이 들어갈 필요 없이 주변에서 1m짜리 음영지대를 찾아내 바로 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연구진은 달의 영구 음영지대가 실제 얼음을 가졌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입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서 다른 연구에서 물 존재 증거가 잇따라 나와 실제 탐사에서 물을 확인할 가능성이 커졌다.


헤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식수나 로켓 연료 등 나사가 물을 요구하는 모든 것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사는 오는 2024년 달에 남녀 우주인 2명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장차 달에 우주기지를 건설해 화성 등 심우주 탐사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달에서 대규모로 물이 확인되면 미국의 심우주 탐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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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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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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