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아찔한 42도·360도 전망…방방곡곡 모노레일

[여행]by 조선일보

전국에 부는 모노레일 열풍


몇 년 새 전국에 ‘국내 최초(最初)·최고(最高)· 최장(最長)’ 타이틀을 내건 관광 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스카이워크, 케이블카, 출렁다리, 집 트랙 등을 설치해 새로운 관광 명소로 키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열풍은 이제 ‘모노레일’로 번지는 모양새다. 매년 더 길거나 더 높거나 더 색다른 모노레일이 새롭게 등장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관광용 모노레일은 총 29개소. 내년 개통을 앞둔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을 비롯해 2~3년 내 10여 곳에 새로운 모노레일이 들어선다. 너도나도 모노레일 전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직접 모노레일을 타고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최고 경사 42도… 스릴 만점 문경


조선일보

문경 단산모노네일이 올해 4월 개통하면서 단산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단산모노네일은 단산 활공장 정상까지 왕복 3.6㎞을 순환하는 국내 최장 산악형 모노레일이다. 최고 경사 42도로 몸이 뒤로 쏠릴 만큼 가파른 경사가 아찔하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북 문경에 갈 때마다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이다. 해발 959m 단산 정상부 아래 패러글라이딩 성지로 꼽히는 활공장이 있다. 지난여름 tvN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아이유와 여진구, 성동일 등이 패러글라이딩을 한 곳이다. 패러글라이딩에 관심 있다면 모를까, 단산은 문경에서 그리 인기 있는 산은 아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문경엔 주흘산과 조령산, 대야산, 황장산, 이화령 등 유명한 산과 고개가 넘친다. 문경새재도 멀지 않다. 단산은 스쳐가는 산에 불과했다. 그런 단산의 위상이 달라졌다. 지난 4월 개통된 모노레일 덕분이다.


단산 모노레일은 활공장이 있는 정상까지 왕복 3.6㎞를 순환하는 국내 최장(最長) 산악형 모노레일이다. 문경시가 100억을 들여 만든 시설로, 개통 이후 지난달까지 3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문경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른 단산 모노레일에 직접 가보니 멀리서부터 강렬한 빨간색 모노레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총 10대의 8인승 모노레일이 7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하부 탑승장에서 정상까진 35분이 걸린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속도 때문. 평균 2~3㎞ 속도로 산을 오른다. 지루하지만은 않다. 몸이 쏠릴 만큼 가파른 경사와 곡선 구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최고 경사 42도 구간에선 ‘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려갈 땐 25분으로 시간이 준다. 가속도 때문이다. 대신 짜릿함이 늘어난다.

조선일보

모노레일을 타고 문경 단산 활공장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360도 뷰를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모노레일을 탈 이유가 충분하다. 멀리 산 능선을 올라오는 모노레일이 보인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모노레일 자체도 재밌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판, 숲의 경치가 좋다. 정상에서 보는 360도 전망이 압권이다. 단산을 둘러싼 문경의 산과 고개,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때마침 비행을 시작한 패러글라이딩 장관도 감상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기분. 모노레일이 생기면서 언제든 편하게 정상에 올라 이 장관을 즐길 수 있다. 문경을 갈 때마다 단산을 찾을 이유가 분명해졌다. 월요일 휴무,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5시까지. 성인 왕복 1만2000원, 청소년·경로 1만원, 어린이 8000원. 온라인 예약은 문경관광진흥공단 홈페이지에서.


◇다도해가 눈앞에…거제도


조선일보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과 계룡산 정상을 연결하는 모노레일이 선로 위를 달리고 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문경 단산 모노레일이 개통하면서 거제 관광모노레일은 국내 최장 모노레일의 타이틀을 내줬다. 거제 관광모노레일은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해발 570m 계룡산 정상까지 왕복 3.54㎞를 순환한다. 2018년 3월 개통해 지난달까지 43만명 이상이 이용할 만큼 거제의 관광 명소가 됐다. 6인승 모노레일 열다섯 대가 4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6.25전쟁 당시 17만3000명의 포로가 수용됐던 곳으로 옛 모습을 보존해 전쟁의 역사를 교육하는 현장이다. 다소 무거운 유적공원의 분위기와 달리 모노레일을 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 침엽수 우거진 숲은 초겨울에도 푸르르다. 모노레일은 평균 2㎞ 속도로 느릿느릿 침엽수림을 지나 정상으로 간다. 지루하다 싶을 때쯤 나타나는 이색 조형물과 경사 구간이 흥미를 자극한다. 최고 37도 경사 구간은 손잡이를 꽉 잡게 될 만큼 스릴 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제 관광모노레일의 백미는 계룡산의 뛰어난 전망이다. 30분 만에 도착한 상부 승강장 전망대만 올라도 ‘쏴라있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상부 승강장에서 산책로를 따라가면 뼈대만 남은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지가 있다. 여기서 계룡산 정상까지 30분이면 닿지만 산세가 거친 암릉이라 오르기 쉽지 않다. 거제 앞바다와 다도해, 고현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지 양쪽에 있다. 반짝거리는 바다와 넓은 들판 펼쳐진 풍경과 상반되는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와 조선소 크레인…. 360도로 거제도를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만으로도 모노레일을 탈 이유가 충분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성인 왕복 1만2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온라인 예약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거제 관광모노레일이 문경 단산 모노레일에 내준 타이틀은 내년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에 넘어간다. 경남 함양군이 대봉산 휴양밸리에 조성한 왕복 3.93㎞의 순환형 모노레일은 개통하면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형 모노레일이 된다. 6월 개통 예정이었다가 코로나 여파로 연기를 거듭하다 내년으로 개통 일정을 미뤘다. 대봉산 능선을 오가는 모노레일은 지리산의 고산준봉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전망이다.


◇한려수도가 한눈에…욕지도


조선일보

가파른 능선을 느릿느릿 오르는 모노레일 뒤로 욕지도와 다도해(多島海) 장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경남 통영에서도 배로 1시간. 욕지도에 지난해 12월 개통한 모노레일을 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남 통영에서 배로 1시간. 욕지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욕지도 모노레일 때문이다. 해발 355m 천왕산 대기봉을 오르내리는 왕복 2.1㎞ 순환식 모노레일은 1년 만에 이용객 7만명이 넘었다. 통영시에 따르면 욕지도 입도객은 지난해 10월 말 22만5000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21만600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근 사량도의 입도객은 10만명이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 여파에도 욕지도 모노레일의 관광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욕지도는 한려수도 끝자락 섬 39곳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 주변에 크고 작은 섬들이 별처럼 흩어져 있다. 모노레일을 타면 이 그림 같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통영에서 다시 욕지도까지 배를 타고 가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섬에 들어갔다 나오는 배 시간부터 섬에서 이동하는 방법도 계산해야 했다. 뱃멀미도 견뎠다. 이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야 욕지도에 닿는다.


욕지도 모노레일은 8인승으로 총 여덟 대가 4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색상과 모양이 다른데 디자인이 이국적이다. 하부 탑승장에서 천왕산 대기봉까지 편도 16분이 걸린다. 하행도 마찬가지. 평균 2㎞ 정도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출발부터 가파른 경사를 오르느라 몸이 뒤로 쏠린다. 최고 32도의 경사와 곡선, 암벽 구간을 오가는 모노레일을 타고 있으면 놀이기구 타는 기분도 든다. 시야가 탁 트여 있어 하늘을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뒤를 돌아보면 사진으로 보던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펼쳐진다. 내려올 땐 이 풍경을 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조선일보

앙증맞은 모노레일 뒤로 욕지도와 다도해 장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모노레일을 타고 천왕산 대기봉 전망대에 올라서면 이 풍경이 그대로 눈에 담긴다. 욕지도까지 모노레일을 탄 보람이 느껴졌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상부 탑승장에서 대기봉 전망대에 오르면 욕지도와 다도해의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까지 환상조합. 느릿느릿 능선을 오르는 색색깔 모노레일이 이 풍경의 포인트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은 풍경이었다. 모노레일 덕에 욕지도라는 섬과 다도해의 매력을 알게 된 기분. 모노레일이 섬을 여행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섬 특성상 강풍, 태풍 등 악천후엔 운행이 중단된다. 배가 뜨지 않기도 한다. 이용 전 날씨와 운행 상황을 반드시 체크할 것. 매월 둘째·넷째 주 월요일 휴무,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30분까지. 성인 왕복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온라인 예약은 통영 욕지섬 모노레일 예약 시스템에서.


◇도심에도 모노레일…월미도·장생포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바라본 월미도와 인천 앞바다, 세계 최대 야외 벽화로 기네스에 오른 사일로 벽화가 낯설고 새롭다. 눈높이가 달라져서일까, 모노레일을 타는 기분 때문일까. 월미바다열차는 지난해 10월 개통했다. 인천 월미도를 순환하는 국내에서 가장 긴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이다. 월미공원역에서 월미문화의거리역, 박물관역, 월미바다역을 거쳐 월미공원역까지 총 6.1㎞를 달린다. 평균 속도 9㎞로 월미도를 한 바퀴를 도는 데 42분 정도 걸린다. 2량으로 구성된 모노레일엔 최다 46명이 탈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는 선로가 지상에서 7~18m 높이에 설치돼 있다. 그래서 인천 내항과 인천 앞바다, 멀리 인천대교까지 멀리 볼 수 있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차창 밖 풍경은 월미바다열차의 하이라이트다. 모노레일을 타고 코스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기만 해도 인천 여행을 간편하고 색다르게 즐긴 기분이다.


월미바다열차는 당초 2008년 ‘월미은하레일’이라는 이름으로 착공, 이듬해 개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전 문제로 개통이 무산된 뒤 방치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착공 11년 만에 모노레일로 개통했다. 개통 초반 차량이 멈추기도 했지만 주말이면 1000명 이상 탑승할 정도로 인기 몰이를 했다. 현재는 코로나 여파로 46명이던 탑승 인원을 17명으로 축소, 제한 운행하고 있다. 승차권도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온라인 예약은 월미바다열차 홈페이지에서. 월요일 휴무,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성인 8000원, 청소년·경로 6000원, 어린이 5000원.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 장생포 모노레일은 고래문화특구를 순환한다.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에 조성된 고래문화특구의 고래박물관에서 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선착장, 고래문화마을, 5D입체영상관을 지나 박물관으로 돌아온다. 2018년 5월 개통했다. 지상 3~5m에 선로가 세워져 모노레일을 타면 장생포 앞바다, 고래문화마을과 울산대교, 울산공단을 조망할 수 있다. 총 1.3㎞로 짧은 거리지만 눈높이가 달라진 만큼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장생포를 구석구석 둘러보기에도 좋았다. 8인승 모노레일 7대가 오간다. 월요일 휴무, 화~금요일 정오에서 오후 5시까지·주말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성인·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강정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0.12.24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