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고기 없어도 불맛은 가득

[푸드]by 조선일보

[아무튼, 주중] 버거킹 新메뉴 채식 햄버거 ‘플랜트 와퍼’ 시식기


어느 팀이나 에이스가 있다. 버거킹의 에이스는 ‘와퍼’다. 강한 불맛과 고기 맛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와퍼가 너무나 의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버거킹은 신 메뉴 ‘플랜트 와퍼(Plant Whopper)’를 내놨다. 소고기 패티를 콩 단백질을 주 원료로 하는 식물성 대체육 패티로 바꿨다.


고기 없이도 와퍼의 특징인 불맛과 고기 풍미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서둘러 가까운 매장을 찾아 플랜트 와퍼를 주문했다. 비교를 위해 와퍼도 함께 주문했다. 플랜트 와퍼와 기존 와퍼가 검정 트레이에 나란히 담겨 나왔다. 포장지 색깔이 좀 다를 뿐, 두 와퍼는 크기와 모양이 거의 같았다. 가격도 단품 5900원, 세트 7900·8600원으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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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플랜트 와퍼가 309g으로 기존 와퍼보다 31g 오히려 더 무겁다. 더 놀라운 건 열량도 플랜트 와퍼가 704kcal로 기존 와퍼보다 85kcal 더 높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거나 종교적 신념, 환경·동물 보호, 건강 등을 이유로 플랜트 와퍼를 선택할 수는 있어도 다이어트나 몸매·체중 관리를 이유로 플랜트 와퍼를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포장지를 열자 와퍼 특유의 불 냄새가 확 풍겼다. 기존 와퍼보다 불맛이 오히려 더 강한 듯하다. 콩고기 특유의 냄새를 감추기 위해 불맛을 일부러 더 강하게 낸 게 아닐까 싶었다. 패티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 요소는 참깨 번과 토마토, 양상추, 피클, 양파, 케첩, 마요네즈로 같다. 일반 마요네즈이기 때문에 채소 외에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비건이나 유제품까지 섭취 가능한 락토베지테리언은 먹지 못하겠고, 달걀부터 먹을 수 있는 오보베지테리언은 먹을 수 있겠다.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니, 예상보다 꽤 괜찮았다. ‘비욘드 버거’ 등 과거 맛봤던 대체육은 불쾌하게 느끼했는데, 플랜트 와퍼 패티는 그정도로 느끼하지 않았다. 씹는 식감도 괜찮다. 물론 기존 와퍼의 소고기 패티보다는 탱글탱글한 식감이나 감칠맛은 떨어진다. 햄버거 패티라기보단 간 돼지고기로 만든 완자 같으면서 약간 퍽퍽하다. 병아리콩으로 만드는 중동 음식 ‘팔라펠’ 비슷한 구수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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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로 만든 진짜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몰랐다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하다. 고기를 먹지 못하고 먹을 수 없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듯하다.


아쉽게도 기자는 소고기 패티를 넣은 진짜 햄버거 맛을 안다. 3분의 2쯤 먹은 플랜트 와퍼를 내려놓고 기존 와퍼를 끝까지 다 먹었다. 기존 와퍼와 플랜트 와퍼 중에서 선택을 고민하지는 않을 것 같다.


와퍼 맛이 월등히 나아졌음을 다시 확인했다. 버거킹은 글로벌 차원에서 L-글루탐산나트륨 그러니까 인공조미료(MSG)를 빼고 향료·색소·보존제 및 첨가제 성분을 개선한 ‘리얼 와퍼(Real Whopper)’를 도입했고, 얼마 전 국내 버거킹에도 적용됐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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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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