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른다는 ‘이탈리안’ 음식

[푸드]by 조선일보

나폴리탄 스파게티

서울 연희동 요리교실 '구르메 레브쿠헨' 운영하는 나카가와 히데코씨가 펴낸 '아버지의 레시피'에 소개된 나폴리탄 스파게티./이봄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이름과 달리 이탈리아 항구도시 나폴리와 전혀 상관 없는 음식이다. 일본에 살았다면 모를까, 나폴리 사람들은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모른다. 그리고 이 파스타가 ‘나폴리의 스파게티’라고 불린다는 걸 안다면 아마 화 낼 지도 모른다. “이런 맛과 재료의 음식이 어떻게 나폴리 것일 수 있느냐!”면서.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2차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 요코하마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케첩과 베이컨, 비엔나소시지 등이 들어가는 걸로 미뤄 요코하마에 주둔하던 미군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걸로 보인다. 세계 온갖 음식이 다 들어와 있는 일본이지만 이때는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은 구경하기 힘들었으니 이탈리아 그리고 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항구 나폴리를 갖다 붙이지 않았을까.


서울 연희동 요리교실 ‘구르메 레브쿠헨(Gourmet Lebkuchen)’을 운영하는 나카가와 히데코(中川秀子)씨가 도쿄 제국호텔 프랑스 요리사였던 아버지의 요리 레시피와 거기 얽힌 추억을 엮어 펴낸 에세이 요리책 ‘아버지의 레시피’(이봄)에도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나온다. 이 책에서 히데코씨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남편과 자주 가는 단골 바(bar)에서 위스키에 소다수를 탄 칵테일 ‘하이볼’에 곁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하이볼과 마찬가지로 나폴리탄 스파게티도 일본식 바를 통해 비교적 최근 국내에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케찹에 비엔나소시지와 베이컨, 피망으로 만든 소스에 버무린 스파게티는 나의 유년 시절 그러니까 1980년대 초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스파게티라고 불렀지 나폴리탄 스파게티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하이볼 등을 파는 일본식 바가 유행하면서, 이러한 바에서 손님에게 간단한 요깃거리 내지는 안주로 내는 음식 중 하나인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유행하지 않았나 싶다.


제대로 된 주방 설비를 갖추지 않은 바에서도 만들 수 있을만큼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어렵지 않다. 히데코씨와 아버지의 레시피에 나온대로 만들어봤다. 달고 짜고 새콤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이탈리아 사람들만 빼고. 만드는 법은 아래 레시피와 동영상 참조.

나폴리탄 스파게티


재료: 양파 작은 것 1개, 피망 2개, 베이컨 40g, 비엔나소시지 3개, 마늘 1/2쪽, 올리브오일 1큰술, 스파게티 면 200g, 스파게티 삶을 때 사용할 소금 1큰술, 버터 1큰술, 소금과 후추 약간, 치즈가루·다진 파슬리·굵은 흑후추 적당량


소스 재료: 케첩 6큰술, 토마토퓌레 1큰술, 물 2큰술

  1. 양파는 세로로 반을 갈라 심을 제거하고, 피망은 꼭지와 씨를 제거한 후 각각 5~6mm 폭으로 채 썬다. 베이컨도 5~6mm 폭으로 썬다.
  2. 스파게티 소스 재료인 케첩, 토마토퓌레, 물을 섞어둔다.
  3. 끓는 물에 소금 1큰술을 넣고 포장지에 표시된 시간대로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4.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과 마늘을 넣어 중불로 가열하면서 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양파를 넣어 2분 동안 볶는다. 베이컨, 비엔나소시지를 넣고 2분 더 볶는다. 피망을 넣고 3분 볶는다. 불을 끄고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잘 섞는다.
  5. 2의 섞어둔 소스 재료를 프라이팬에 더해 섞고 약불로 데운다.
  6. 스파게티 면을 체에 밭쳐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다른 프라이팬으로 옮겨 버터와 후추를 넉넉하게 뿌리고 잘 섞는다. 버터가 녹아 녹아서 면에 고루 배면 5의 소스를 끼얹는다. 취향에 따라 다진 파슬리나 치즈가루, 흑후추 등을 뿌린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1.03.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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