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인 줄 알았더니 파주네… ‘빈센조’ 나온 그 우아한 수목원 가보셨나요?

[여행]by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서울에서 1시간, 파주로 봄나들이


‘파주’라는 지명에 헤이리 예술마을이나 임진각, 아웃렛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아직 새로운 파주 여행 지도를 손에 넣지 못했다. 유럽에 온 듯 이국적인 정원을 만날 수 있는 벽초지수목원, 스릴 넘치는 출렁다리와 둘레길 이어지는 마장호수, 임진강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좋은 장산전망대 등이 새 지도 속으로 입성했다. 한적한 자연 풍광 속에 몸을 담근 채 완연한 봄을 즐길 수 있는 코스. 새로 그려진 파주 지도를 따라 구석구석 숨은 풍경을 만나보시길.


◇파리 대신 파주? 수목원에서 즐기는 유럽 감성


웅장한 황금빛 성문을 지나고 나니 유럽식 정원이다. 화려한 분수와 조각상, 이국적인 장식의 건물 사이를 걷다보면 파주가 아니라 파리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벽초지수목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이탈리아 워터 가든을 참고해 만들었다는 서양 정원은 잠시나마 유럽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벽초지수목원은 해외에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핫'한 여행지로 등극했다.


2005년 문을 연 벽초지수목원은 면적 12만㎡, 6개 주제 27개의 동·서양 정원이 조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봄맞이 튤립축제가 다음 달 5일까지 열린다. 요즘 소셜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서양정원 입구에는 ‘말리성의 문’이 있다. 베르사유 궁전 서편에 있던 말리성의 문을 본뜬 성문으로, 유럽 느낌 물씬 나는 포토존이 돼준다. 말리성의 문을 지나 펼쳐지는 넓은 정원은 말리성의가든, 아폴론가든, 체스가든, 오아시스 가든으로 이어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조각상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수목원의 하이라이트인 벽초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수련과 아치형 다리가 놓인 연못 풍경은 모네가 사랑한 지베르니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도 버드나무 흐드러진 길과 고졸한 기품의 정자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드라마 ‘빈센조’ ‘호텔 델루나’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와 영화 ‘아가씨’ 등에 등장했던 수목원. 작품 속 풍경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된다.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입장료 성인 9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6000원.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빛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퍼스트가든도 인기다. 파주 운정신도시 인근 상지석동에 자리한 이곳은 유럽식 건물과 분수, 정원 등으로 꾸며진 23개 테마 정원과 일몰 후 펼쳐지는 빛 축제가 환상적이다. 포세이돈분수를 중심으로 디오니소스, 아레스, 헤르메스 석상이 서 있는 ‘자수화단’과 제우스의 신전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보는 듯한 ‘제우스벽천분수’, 토스카나 길과 광장 등 이탈리아 느낌 물씬 나는 풍경이 많다. 퍼스트가든의 자동차극장도 인기다. 차 안에서 영화 한 편 즐기며 오붓한 밤을 보낼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입장료 평일 대인 9000원, 소인 8000원, 주말 대인 1만원, 소인 9000원.


교하중앙공원은 파주 교하신도시 아파트 숲에서 이국적인 정원을 만날 수 있는 곳. 총 7국의 대표적 정원 양식을 옮겨놓은 공원에서 무료로 산책할 수 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라토나분수, 이탈리아 별장 정원인 빌라 에스테와 빌라 랑테, 영국 자연풍경식 정원인 스투어 헤드 등을 본떠 만든 정원에서는 유럽 감성을 즐기고, 중국 소주의 졸정원, 일본 교토의 고산수식 정원, 인도 타지마할 능묘를 본뜬 정원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경복궁 교태전 후원을 닮은 한국 궁궐 정원도 느긋하게 걸어볼 만하다.


◇마장호수 출렁다리 찍고 뷰 맛집까지


광탄면 기산리 마장호수에 놓인 출렁다리는 이제 파주 하면 떠오르는 여행 코스가 됐다. 2018년 3월 개통한 길이 220m의 마장호수 출렁다리는 아찔한 추억을 선사한다. 바람이 불거나 인파에 따라 흔들리는 것도 스릴 있지만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격자무늬 바닥과 투명한 방탄 유리 위를 걷는 기분은 더 짜릿하다. 출렁다리는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까지 개방하며 무료다.


출렁다리의 인기는 마장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몫한다. 마장호수는 2000년 농업용 저수지로 만들어졌다. 파주시가 일대 20만㎡를 마장호수공원으로 조성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장호수는 물빛이 맑고 푸르며 고즈넉하다. 새벽녘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해 질 녘 일몰이 장관으로 꼽힌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지만,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3.3㎞ 둘레길은 이 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마장호수 전망이 뛰어난 카페와 맛집도 인기다. 레드브릿지는 커피와 다양한 빵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카페다. 마장호수와 출렁다리가 보이는 포토존과 루프톱, 테라스를 갖췄다. 최근 같은 건물에 문을 연 레스토랑 레드맘마미아도 ‘핫’하다. 마장호수 뷰를 즐기며 브런치와 파스타, 피자 등을 맛볼 수 있다. 출렁다리국수도 전망이 좋다. 마장호수와 산책로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먹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가 별미다.


한적한 저수지, 전망 좋은 맛집을 찾아 법원읍 삼방리 애룡저수지와 광탄면 발랑리 발랑저수지를 파주 여행 코스로 추가하기도 한다. 잔잔한 저수지에서 ‘물멍’하며 든든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애룡저수지에는 닭백숙과 닭도리탕, 메기탕을 내놓는 ‘원두막’, 잔치국수·칼국수와 부추전 등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커피&국수’ 등이 있고 발랑저수지에선 ‘카페 발랑’의 브런치가 별미로 꼽힌다.


한적한 호수 뷰를 즐기려면 운정신도시에 있는 운정호수공원도 추가해볼 만하다. 아파트숲 사이에 있지만 넓고 조용해서 쉬어가기 좋다. 밤에는 호수에 비친 아파트 불빛이 야경 포인트가 돼준다. 공원 인근 이름난 대형 카페 더티트렁크, 앤드테라스나 운정카페거리를 함께 돌아봐도 좋다.


◇임진강 너머에도 봄이


문산읍 장산전망대도 꼭 가봐야 한다. 차에서 내려 몇 백 미터 걸었을 뿐인데 탁 트인 임진강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임진강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명소다. 임진강 너머 개성시와 송악산, 장군봉, 멀리 마식령산맥까지 볼 수 있다. 임진강 너머에도 봄이 왔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임진강 한가운데 한가로이 떠 있는 초평도도 보인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평평하다 하여 초평도라 이름 붙은 이 섬은 6·25전쟁 이후 사람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식생이 잘 보존돼 있다. 새삼 이곳이 파주라는 게 실감 난다.


장산전망대는 한동안 ‘차박' 여행지로 붐볐지만 차량 출입이 막히면서 최근엔 노지 캠핑이나 피크닉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돗자리나 캠핑 의자만 있어도 전망 좋은 경사면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임진강을 바라보며 바람을 즐기기 좋다.


율곡수목원 정상에도 임진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파평면 율곡리에 조성된 이 수목원은 정식 개장을 앞두고 방문자센터와 일부 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무료로 돌아볼 수 있다. 산자락을 따라 사계정원, 침엽수원, 암석원, 유실수원, 유리온실 등이 있다. 봄기운 가득한 수목원에는 벚꽃과 조팝꽃, 꽃잔디가 활짝 폈다. 수목원을 둘러싼 5㎞ 둘레길을 따라 정상에 올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장산전망대와는 다른 각도로 굽이치는 임진강과 일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율곡수목원에는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과 관련된 정원, 시설이 있는데 이 일대가 두 인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이는 어머니 신사임당의 고향인 강릉에서 태어났지만 본가는 파주 율곡리에 있었고 일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 율곡이라는 호도 율곡리라는 지명에서 따왔다.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묘역과 율곡 이이의 학문을 기리는 자운서원 등 유적지를 함께 둘러봐도 좋겠다.


[파주=강정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3.11.15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