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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공복 김선생] 장어 구이만 드셨다고요? 탕·회·샤부샤부도 드셔봐요

by조선일보

여름 대표 보양식 장어<2>

종류별 요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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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을 대표하는 ‘풍천장어’. 복분자주와 함께 고창의 맛을 느끼기 좋다.

알쏭달쏭 헷갈리는 장어 이름과 종류를 지난번 알려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장어 종류별로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먹어온 음식들입니다.

◇ 뱀장어는 양념구이·덮밥

장어 4가지 중에서 여름 보양식으로 가장 인기 높은 건 뱀장어(민물장어)입니다. 보통 구이로 먹지요. 장어 구이는 일본에서 전해졌으니 일본식 요리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장어 구이법은 소금과 양념 크게 2가지가 있죠. 소금구이는 일본어로 ‘시라야키(白燒き)’, 양념구이는 ‘가바야키(蒲燒)’라고 합니다. 소금구이는 그저 소금만 뿌려 구운 것으로 장어 자체의 품질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요.


가바야키는 뼈를 제거한 뱀장어에 간장·맛술·설탕·술 등을 섞은 소스를 발라 굽는 요리법입니다. 일본에서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關西)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關東)즉 서와 동으로 가바야키 방식이 크게 나뉩니다. 오사카에서는 장어 배를 가르는 반면, 도쿄에서는 등쪽으로 칼을 넣어 가릅니다. 일본 사무라이 문화의 중심이던 도쿄에서는 장어 배를 가르는 것이 할복(割腹) 자살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등을 가르게 됐다죠.


이보다 더 큰 차이는 장어를 찌느냐 여부입니다. 오사카에서는 장어 길게 반으로 갈라 펼친 뒤 소금구이로 초벌한 다음 양념을 발라 굽습니다. 도쿄에서는 소금구이로 초벌하는 것까지는 같습니다. 하지만 초벌구이한 장어를 쪄낸 뒤 양념을 발라 다시 굽습니다. 이 차이가 식감의 차이를 만듭니다. 오사카식 장어구이는 껍질이 바삭하면서 살이 탱탱하고 기름진 반면, 도쿄식은 부드럽고 촉촉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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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장어구이 장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세키네 준씨가 만든 장어덮밥. /조선일보DB

한국에서는 구운 장어를 그대로 먹거나 쌈 싸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일본에서는 밥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일본인은 “갓 지은 뜨거운 쌀밥에 올려 먹는 게 장어구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장어구이를 밥에 얹은 ‘장어덮밥’이 대표적이죠.


자연산 뱀장어를 먹으면 좋겠지만 귀하고 비싸죠. 겉모습으로 구분하면 자연산은 머리가 날렵하고 매끄러운 반면, 양식은 머리가 상대적으로 둔탁한 삼각형입니다. 자연산은 몸통에 노란빛이 감돌고, 양식은 파란색이나 흰색을 띠는 편입니다. 배를 갈라서 보아도 자연산은 뼈 쪽의 살이 노르스름한 편인 반면, 양식은 하얗거나 빨간색을 띱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양식 장어도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맛 차이가 분명히 있죠. 자연산이 지방의 구성에서 올레인산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덜 느끼하지만, 고등어·청어·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을 먹여 키우는 양식산 장어는 더 진하달까 느끼한 맛입니다.


장어 전문점에 가보면 ‘갯벌 장어’라고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걸 자연산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이 아닙니다. 거의 다 자란 양식 장어를 울타리 친 갯벌에 일정 기간 풀어놓은 겁니다. 이렇게 하면 보다 자연산에 가까운 맛이 나게 된답니다.


자연산이건 그냥 양식이건 갯벌 양식이건, 장어를 중간상이 식당에 갖다 주면 수족관에서 매일 물을 갈아주면서 일주일쯤 해감해 손님상에 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흙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합니다.

◇ 갯장어는 살짝 데쳐 ‘유비키’로

여름이면 전남 여수 식당에는 ‘하모 유비키 개시’라고 적힌 쪽지가 붙습니다. 여수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많이 살았고, 1970년대 일본으로 갯장어를 수출했던 곳이기에 갯장어를 비롯 장어 요리가 가장 다양하게 발달한 도시입니다.


유비키는 하모 즉 갯장어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요리. 일종의 샤부샤부라고 볼 수 있겠죠. 갯장어 머리와 뼈를 발라내고 약 5mm 간격으로 촘촘하게 칼집을 넣습니다. 갯장어는 잔뼈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칼집을 넣지 않으면 먹다가 입안이 찔릴 수가 있거든요. 갯장어 뼈를 우린 맑은 육수를 끓여 여기다가 갯장어를 넣습니다. 칼집 반대 방향으로 도로록, 갯장어 살이 함박꽃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립니다. 포슬포슬 부드러운 갯장어 살이 씹을 틈도 없이 허물어지면서 갯장어 특유의 담백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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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반도가 있는 여수와 고흥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갯장어 데침(하모 유비키). /조선일보DB

경남 통영에서는 갯장어를 회로 즐깁니다. 통영 들어가는 길목인 고성이 갯장어 산지라 그곳 사람들이 통영에서 갯장어회를 선보인 것이 통영의 먹거리로 정착했지요. 갯장어는 쉽게 먹을 수 없는 별미입니다. 우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갯장어는 회를 뜨고 최소 3시간이 지나야 맛이 납니다. 손질도 무척 어려운데요. 살에 단단히 붙은 껍질 벗기기는 아무나 할 수 없죠. 특히 온몸에 박힌 잔가시 때문에 그대로 먹을 수 없어서 마리당 칼질을 260번 이상 해서 잔뼈를 완전히 부수는 작업은 오랜 경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갯장어회를 먹어보면 이렇게 힘들게 손질하고 오래 숙성할 가치가 있구나 탄복합니다. 쫄깃하고 오돌오돌한 식감과 얕지만 넓게 퍼지는 감칠맛, 고소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기름 맛을 어떤 생선회가 따라올 수 있을까 싶습니다.

◇ 붕장어 반 건조구이·탕 별미

‘아나고’로 더 유명한 붕장어는 주로 회로 먹습니다. 잘게 다져서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면포 사이에 넣고 꼭 짜서 물기를 빼낸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아나고회’지요.


통영, 여수 등 남해안 지역에서는 붕장어로 탕을 끓여 먹습니다. 장어 중에서 기름이 가장 적기 때문에 탕 끓이기에 적합하죠. 국내 최대 붕장어 집산지인 통영 대표 음식 시락국(시래깃국)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과거 붕장어는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해 일본으로 거의 전량 수출됐죠. 버려지는 장어 대가리만 모아서 우린 육수로 시락국을 끓였습니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맞은편에서 교동시장까지 이어지는 ‘장어골목’은 붕장어로 끓인 장어탕이 기막힙니다. 맑고도 시원하고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국물 한 모금이 혀에 닿는 순간 말릴 틈도 없이 꿀꺽꿀꺽 빨아당기듯 먹어 치우게 되니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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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녹동항의 붕장어탕. /조선일보DB

통영에서는 붕장어를 구워도 먹습니다. 2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살아있는 장어를 잡아서 바로 굽는 ‘생(生)장어구이’, 또 다른 하나는 살짝 말린 장어를 굽는 ‘반(半)건조 장어구이’입니다. 아무 양념 하지 않고 잘 구운 장어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습니다. 뱀장어와 갯장어를 절묘하게 섞은 듯한 맛입니다. 기름기도 뱀장어처럼 느끼할 정도는 아니면서 갯장어보다는 진합니다.


반건조 장어구이는 유통 과정에서 죽은 붕장어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장어는 살아서는 먹이를 먹지 않고도 오래 살지만, 죽으면 즉시 부패합니다. 죽은 붕장어는 경매도 하지 않을 만큼 가격이 형편없죠. 그래서 죽은 붕장어를 통영 현지인들은 살짝 말려서 값싼 술안주로 주로 먹었답니다. 과거 통영 중앙동은 연탄불에 장어 굽는 냄새가 진동할 만큼 장어집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풍년식당’ 하나만 남다시피 했습니다. 요즘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생 장어를 쓰기도 하고 말린 장어를 쓰기도 한답니다.


연탄불에 노릇노릇 잘 구운 반건조 장어에 매콤 달콤한 양념과 다진 쪽파, 참깨를 넉넉히 뿌려 냅니다. 말리는 과정에서 장어 살은 한층 탄탄해지고 감칠맛은 진해집니다. 생 장어구이보다 오히려 낫다는 미식가들도 있습니다.

◇ 먹장어 짚불구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음식?

‘곰장어’나 ‘꼼장어’로 더 익숙한 먹장어는 한국에서만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눈이 퇴화해 흔적만 남은 먹장어는 장어 중에서도 가장 징그럽게 생긴 편인데다, 빨판처럼 생긴 둥그런 입을 바다동물 사체에 갖다 붙이고 영양분을 빨아 먹는 혐오스런 식습성 때문에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최근까지 먹지 않았죠. 6·25전쟁 후 먹거리가 부족해지면서 가죽을 벗겨 수출하고 남은 고기를 먹어보니 맛이 나쁘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먹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보입니다. 이제는 전 세계 먹장어가 모두 한국으로 수입돼 소비될 만큼 인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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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갈치시장 ‘꼼장어구이’의 원조로 꼽히는 성일집 먹장어 구이. 에서는 신선한 국내산 먹장어만 쓴다. 맛있지만 비싸고 양이 적어 서민의 술안주라 하긴 어렵겠다. 포장마차에서 파는 값싼 먹장어구이는 냉동 외국산 장어를 쓴다. /조선일보DB

먹장어를 주재료로 한 음식 중에서는 ‘양념구이’와 ‘짚불구이’가 꼽힙니다. 둘 다 부산에서 탄생했죠. ‘꼼장어 양념구이’는 1950년대 영도다리 아래와 자갈시장 근처에 포장마차촌이 들어서면서 부산의 명물로 유명해졌습니다. 2006년 자갈치시장 공사를 하면서 롯데백화점 건너편으로 옮겨간 ‘성일집’이 원조로 꼽힙니다. 1950년 문 연 성일집은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우리가 아는 먹장어 양념구이를 처음 개발했다죠.


쫄깃한 먹장어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배 나옵니다. 성일집에는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2가지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국내산만을 써서 일반 포장마차에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입니다만, 가격 역시 차원이 다르게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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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의 명물 먹장어 짚불구이. 육즙이 마르지 않게 센 불에 구워내야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조선일보DB

짚불구이는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인 혹은 잔인한 음식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먹장어를 석쇠 2장 사이에 끼워 짚 더미에 올리고 불을 붙입니다. 불길이 삽시간에 마른 짚 더미 전체로 번집니다. 장어는 껍질이 타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꿈틀대다 결국은 움직임을 멈춥니다. 과거에는 손님이 목장갑을 끼고 시꺼멓게 탄 껍질을 벗기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주방에서 벗기더군요.


회색빛으로 잘 익은 먹장어 속살이 드러납니다. 먹기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고 살짝 데워 손님상에 냅니다. 곰장어 몸통이 열기에 부풀어 통통합니다. 씹는 식감도 탱탱합니다. 식으면 부드럽고 감칠맛이 진해집니다. 먹장어한테는 미안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됩니다.


먹장어 짚불구이는 부산 기장이 원조입니다. 기장읍 시랑리 공수마을 1차선 도로에 식당 여러 곳이 줄지어 섰습니다. 1986년 개업한 ‘기장곰장어’가 기록상 가장 오래된 집이죠. 맛은 어느 집이나 훌륭합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