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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우산·농구공까지 렌털…
中대륙, 공유에 빠졌다

by조선일보

우버·에어비앤비와는 달리 기업이 싼값에 빌려주는 방식

공유 자전거 대박나며 신드롬… 지난해 거래 규모 5000억달러

스타트업도 '공유' 붙으면 인기, 작년 투자액 310억달러 '독식'

 

중국의 공유경제가 붐을 이루면서 차량이나 숙소, 자전거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세탁기나 냉장고, 심지어 우산과 농구공도 공유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는 한 투자자를 인용해 "중국 사회가 모든 걸 공동으로 소유하던 공산주의라는 옛 뿌리로 회귀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남부 선전에는 우산 2만개가 한꺼번에 거리에 뿌려졌다. 'E엄브렐러'라는 스타트업이 배포한 이른바 '공유 우산'이었다. 우산에 새겨진 QR코드를 휴대폰 전용 앱으로 스캔하면 잠금이 풀리는 이 우산의 사용료는 30분에 5마오(약 80원)이다. 쓰고 난 뒤에는 어디에 놔둬도 상관없다. 선전처럼 강수량이 많은 중국 남부에는 요즘 도시별로 수천, 수만 개씩 공유 우산이 깔리고 있다. E엄브렐러는 "올해 안에 중국 남부 지역에 우산 3000만개를 깔겠다"고 밝혔다.

우산·농구공까지 렌털… 中대륙, 공유

중국의 한 쇼핑몰 인근에 설치된 공유 세탁기 앞에서 한 남성이 빨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경제보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등 대도시 곳곳 농구장에는 지난 3월부터 자판기처럼 생긴 농구공 전용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공이 든 칸마다 표시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문이 열린다. 농구공의 사용료는 시간당 1위안(약 165원). 도시 쇼핑몰에는 휴대폰용 공유 배터리, 대학가에는 공유 세탁기, 건설업계에서는 공유 레미콘까지 등장했다.

 

중국의 공유경제 서비스는 우버(차량 공유)나 에어비앤비(숙소 공유) 같은 미국식 공유경제 서비스와는 다르다. 개인이 가진 유휴 자원을 돈을 받고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각종 물품을 대량으로 확보한 뒤 이를 싼값에 빌려 주는 '기업형 저가 렌털'에 가깝다.

 

중국의 공유경제는 6%대 중저속 성장 중인 중국 경제의 10배 안팎 속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공유경제 거래 규모는 2015년의 2배인 5000억달러였다. 올해는 그보다 40% 증가한 7050억달러로 예상된다. 오는 2020년 중국 GDP의 10%를 공유경제가 차지할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전망이다.

 

공유경제 붐을 촉발한 것은 넘치는 돈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 업계가 유치한 투자금은 총 310억달러. 그중 대부분이 공유경제로 빨려들어갔다. 그 물꼬를 튼 게 공유 자전거였다. 원조격인 오포와 모바이크 두 회사가 창업 2년 만에 투자받은 돈이 총 130억위안(약 2조1000억원)이었다. 지금은 두 업체를 포함해 30여 개 회사의 공유 자전거가 전국 주요 도시의 인도를 점령한 상태다.

 

공유 자전거의 흥행 이후 투자업계에선 '공유' 간판만 붙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하고 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두 달 전 창업한 공유 농구공 회사 '주러거추(猪了個球)'가 146만달러(약 16억5000만원)를 투자받은 것을 비롯해, 올해 4~5월에만 공유경제 스타트업에 2억4700만달러가 몰렸다. 주러거추의 차이민 창업주는 "공유경제 사업은 남들보다 한 푼이라도 더 투자받아 최대한 빨리 시장을 선점하는 스피드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넘치는 돈에다 거대한 인구, 소유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신세대 소비자 군단, 거래 규모가 미국의 50배에 이를 만큼 보편화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더해져 공유경제 붐을 불렀다.

 

중국의 공유경제 붐이 거품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정상적인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는 점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 요금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반면 시설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 공유 농구공 전용 판매대만 해도 대당 수천위안이 든다. 도난·훼손·방치에 따른 비용도 엄청나다. 투자금이 금방 동날 수밖에 없다. 업체들로서는 사용자들의 보증금이 최후 보루다. 1인당 100위안 안팎이지만 모이면 목돈이다. 이 돈으로 자본 투자 등을 하면서 버티는 셈인데,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로이터통신은 "2010~12년 중국에서 소셜커머스 붐을 일으켰던 그루폰이 출혈 경쟁 끝에 10억달러 손실을 남긴 채 망했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