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으로 매출액 '6조' 기록한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비결은?

[비즈]by 데일리

발 빠른 ‘선택과 집중’의 대표적인 케이스

화장품으로 매출액 '6조' 기록한 아

지난 9월 5일, 용산에서 창립 73주년을 맞은 한 기업이 기념식을 가졌다. 긴 세월 동안 사업을 영위하며 성장해 온 73돌을 맞은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화장품 전문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주식회사 태평양의 시대를 지나 다른 이름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데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공이 컸던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며, 그는 우리나라 주식 보유액으로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의 바로 뒤를 잇는 주식 부자 3위의 인물로 우리에게도 유명하다. 서경배 회장의 리더십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어렵던 외환위기의 시기를 무사히 지나고, 현재의 시점에서는 K-뷰티 시장의 선두주자에 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주식회사 태평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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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풍경을 바꿔놓은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의 모친이었던 윤독정 여사가 개성에서 동백기름을 재료로 크림을 만들어 팔던 가게인 ‘창성상점’이 주식회사 태평양의 시초다. 윤독정 여사와 아들 서성환 창업주가 함께 운영하던 창성상점은 해방 후 서울로 옮겨와 1945년 화장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태평양 화학공업사로 출발하게 도니다. 현대적인 화장품을 유통하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태평양화학은 1961년 토종 브랜드인 ‘아모레’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1964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화장품 제조사인 시세이도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본격적으로 현대적 화장품 생산에 착수하게 된다.

 

태평양이 기존의 다른 회사와 가장 달랐던 점이며, 이들의 폭발적인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것은 ‘방문판매 제도’였다. 1960년대 당시의 전통적인 유통 방식이었던 지정판매소를 통한 제품 유통에서 벗어나, 방문판매 대리점주를 모집해 직접 가정으로 방문해 화장품을 판매하도록 한 태평양의 방문판매제도는 태평양을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선두주자로 올려놓기에 충분할 정도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태평양의 방문판매 제도는 현재까지 남아있으며, ‘아모레 카운슬러’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아직까지도 아모레퍼시픽의 캐쉬카우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태평양그룹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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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의 젊은 나이부터 아모레퍼시픽을 최전선에서 이끈 인물, 서경배 회장

단순히 유통구조를 개선한 것만이 아니라, 제품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화장품 역사에 있어 ‘최초’의 타이틀을 다수 거머쥐고 있는 이 회사는 1973년 기업공개를 단행하고 이듬해에는 장원산업을 설립해 화장품, 패션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회사는 1991년에 이르러서 21개의 계열사를 가진 그룹사로 성장하기에 이르렀으며, 1993년에는 주식회사 태평양으로 상호를 변경해 우리가 아는 아모레퍼시픽의 초석이 다져지게 된다.

 

태평양이 가장 두각을 드러내던 분야는 단연 그들이 사업을 시작한 분야였던 화장품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며 화장품 외에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하던 태평양은 1986년 화장품 시장이 개방되면서 시작된 수입 화장품의 도전과 후발주자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 점차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기울어 가던 태평양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은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서경배 현 아모레퍼시픽 회장이었다.

남들보다 훨씬 빨랐던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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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을 대표하는 한방 화장품, 설화수

1987년 태평양화학에 입사한 서성환 창업주의 차남 서경배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역임하던 당시, 어려움을 겪던 그룹사의 회생을 위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본업인 화장품 사업에 매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서성환 회장을 설득한 그는 금융, 투자관련 기업은 선경그룹에, 당시 운영하던 야구단은 현대그룹으로 넘겼다. IMF가 오기 훨씬 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약 10년간의 고통스러운 기간을 거친 태평양화학은 덕분에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다행히 피해갈 수 있었다.

 

서경배 회장은 현재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직책에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창업주의 ‘차남’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가 처음부터 차남임에도 장남보다도 먼저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이 아니다. 그는 형인 서영배 회장과의 계열분리 시 아모레퍼시픽 주식만 물려받았으며, 당시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은 나머지 계열사들의 것을 합친 것보다도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아모레피시픽의 경쟁력 향상으로 인해, 당초의 지위가 역전된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금의 기업을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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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 이니스프리

태평양이라는 그룹명이자 사명은 2002년까지 사용되었다. 우리가 아는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이름이 태평양화학의 독립 브랜드인 ‘아모레’, 그리고 태평양의 영어인 ‘퍼시픽’이 합쳐지면서 현재의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사명이 2006년 6월 1일 태어나게 된다. 기존의 주력 사업인 화장품 사업과 식품, 생활용품 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탄생한 아모레퍼시픽이 성장하면서, 지주회사로 남아있던 태평양도 현재는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로 사명을 변경한 상태다.

 

화장품 부문으로 사업의 역량을 집중시키고자 한 결정은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만든 가장 결정적인 결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34세라는 젊은 나이로 태평양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서경배 회장 체제로 아모레퍼시픽은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97%가 화장품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회사에서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작년 매출액은 6조 291억 원, 영업이익은 7,315억 원이며 여기에서 높은 비중을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등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R&D와 글로벌 사업 집중, 성과를 거두다

화장품으로 매출액 '6조' 기록한 아

아모레퍼시픽의 남들보다 빠른 글로벌 진출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피해가고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던 아모레퍼시픽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국내 최대의 화장품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룹사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제품의 연구개발비와 브랜드 마케팅에 재투자됐다. 그 결과는 한방 화장품 전문 브랜드 ‘설화수’, 세계 최초 레티놀 안정화에 성공한 ‘아이오페 레티놀 2500’,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복합적으로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에어쿠션 파운데이션’ 등의 제품을 개발하고 또 성공시킬 수 있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해외 사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3년 해외 매출 비중 7%에 불과하며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며 고전했던 해외 사업은 시장 성장기에 빛을 발해, 2013년부터 연 평균 49% 가까운 성장을 거두기에 이른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중국 화장품 기업 점유율 10위권 내의 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해 있다.

지금은 잠시 주춤하고 있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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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를 위한 변화가 아모레퍼시픽에게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중국 사업이 성장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성장 정체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가 내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작년 국내 사업은 국내 면세 채널 및 주요 관광 상권 내의 영업 부진으로 매출이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8년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 확장으로 지속적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몇 년 동안 큰 변화가 없는 사업 모델 또한 절실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용자들의 온라인 쇼핑 행태가 바뀌었으며, 유통채널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의 시장에 아모레퍼시픽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초창기부터 국내 화장품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지난 10년 동안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크게 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이 앞으로의 10년을 또 어떻게 대비해 나갈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2018.10.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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