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엠마 왓슨도? 성공한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가면증후군'

[라이프]by 데일리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영화감독 봉준호의 통역을 전담한 통역가 샤론 최가 미국의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긴 여정을 풀어낸 글이 있다. “’가면증후군(Impostor Syndrome)’과 싸웠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말을 잘못 옮길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싸웠다. 유일한 치유법은 무대 뒤에서 10초간 명상을 하며 ‘사람들이 보는 것은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가면증후군’은 참으로 낯선 단어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면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특히 가면증후군은 샤론 최와 같이 성공한 여자들에게서 더 많이 관찰된다고 한다. 지금부터 성공한 자들의 집단 망상 ‘가면증후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가면증후군이란?

가면증후군이란 충분한 능력이 있고 많은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실제로는 무능하며,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자신의 성공이 노력이 아닌 순전히 운으로 얻어졌다 생각하고 지금껏 주변 사람들을 속여왔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하는 심리이다. 또한 자신을 자격 없는 사람 혹은 사기꾼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특히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가면증후군은 왜 생기는 걸까?

가면증후군은 타인의 높은 기대 속에서 실패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때의 충격을 사전에 완화하려는 ‘방어기제’의 일환이다. 가면증후군을 앓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칭찬에 박한 주변 환경, 계속해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게 만드는 분위기, 완벽함을 요구하고 더 큰 성취를 바라는 압박감 같은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자신이 어떤 집단을 대표한다고 생각할 때 더 쉽게 가면증후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써서 탈진, 수면장애, 신경과민을 겪기도 한다.

가면증후군의 증상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과 훌륭한 업적에 대해 운 또는 타이밍이 좋았다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여긴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기거나 언젠가 가면이 벗겨지고 자신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새로운 도전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 받게 될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어기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가면증후군은 성공한 사람일수록 많다

가면증후군은 일반인 중 70% 정도가 평생 한 번 정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할리우드 여배우 엠마 왓슨과 나탈리 포트만,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 피겨여왕 김연아 등 수많은 유명인도 많은 성취를 이룰수록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졌다고 밝히며 가면증후군을 겪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이 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의도하지 않은 사기꾼’이라고 명명하고, 자신의 업적이 받는 세간의 관심과 존경이 과분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도 피할 수 없는 가면증후군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대거 모여있는 IT 기업의 성지 미국 실리콘밸리 재직자 중 절반 이상이 가면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진행한 설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신이 유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두려우십니까?’라는 질문이다. 이에 62%의 직장인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72%를 차지한 아마존이었다. 다음으로 구글(71%), 리프트(69%), 페이스북(66%) 순이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가면증후군

가면증후군은 자신의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하면서 자신을 혹사하고 심지어 신경과민과 에너지 소진, 수면장애, 대인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면증후군에 빠진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성공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과 조직을 무리하게 이끌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점점 악화되거나 만성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 사람이 많은 밀폐된 장소를 가지 못하거나 광장공포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가면증후군 극복 방법

자신의 성취를 기록하라

가면증후군을 효과적으로 이겨내려면 과거의 성공 경험들을 적어보거나, 성취물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일 일기장에 그날 하루 동안 받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상세히 기록하는 것도 좋다. 가면증후군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그동안 이루었던 것들이 운이나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력과 노력에 기반한 것이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실패한 일이 있다면 향후 어떻게 개선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균형적인 사고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라

가면증후군을 심하게 앓는 사람들은 보통 혼자 고군분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오히려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모임에서 자신의 불안감, 취약성, 상처에 대해 털어놓는 게 좋다.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겪는 직원들을 위한 사내 동호인 모임을 제공하는 회사가 많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 아니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사적인 모임을 만들어도 된다.

가면증후군과 유사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게 항상 웃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정감을 의미한다. 실제 감정을 억제한 채 늘 웃는 얼굴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감정노동자들이나 경쟁에 내몰리는 직장인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스트레스 증상이다. 이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항상 쾌활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어려움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관찰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내면에는 상당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감이 가득하다.

가면 쓴 채 ‘가짜 인생’에 빠지는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은 가면증후군이랑은 다른 개념의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이는 가면증후군과는 다르게 주로 성취 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인의 SNS에서 사진 등을 그대로 가져와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행세하는 ‘신상 도용’도 이에 해당한다.


이현주 press@daily.co.kr

2020.10.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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