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은, 모릅니다?”...장자연, 마지막 CCTV 분석

[연예]by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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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8일.


한 여성이 송파구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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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엘리베이터에 오른 시각, 오후 5시 34분.


3시간 30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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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46분, 그녀가 내려왔다.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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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뒤인, 11시 57분. ‘후드男’이 퇴근했다. 그의 손에는 서류봉투와 다이어리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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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장자연이다. 그 옆에 있는 남자는 유장호. 장자연의 전 소속사 매니저다.


2009년 2월 28일, 장자연은 유장호를 만났다. 그녀의 사망, 일주일 전이다. 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故 장자연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10년. 장자연 사건은 여전히 혼돈이다. 무엇하나 명쾌한 게 없다.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장자연 사건은 여기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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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호의 3월 1일은 바쁘다. 그의 손에는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장자연이 전날 (사무실에서) 작성한 문건이다.


유장호는 이 문건을 들고 일산으로 향했다. MBC 드라마 센터에서 배우 이미숙을 만났다. (이미숙은 당시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찍고 있었다.)


그는 오후 6시 45분, 장자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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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씬 남았다.” (발신 : 유장호, 수신 : 장자연)


이어, 신사동으로 움직였다. 도착 시각은 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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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역인데 어디니?” (발신 : 유장호, 수신 : 장자연)


유장호는 이날, 송파->일산->신사를 바쁘게 오갔다.


3월 1일, 유장호는 이미숙을 만났다.


물론, 유장호는 이미숙에게 (장자연) 문건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경찰 진술 조서다.


경찰 : 이미숙에게 장자연 문건을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유장호 : 문건을 작성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김성훈(본명 김종승)이가 아직도 신인 배우들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만 말했습니다. 이미숙 선배는 ‘정세호 감독과 상의해 보라’고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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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장자연이 유장호 사무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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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탄 시각은, 오후 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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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CCTV 분석에 따르면, 장자연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장자연이 엘리베이터 내에서 웃고 있는 모습” (수사기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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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은 오후 11시 57분,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유장호의 배웅은 없었다.


장자연은 유장호를 3일 연속으로 만났다. 적어도 그 때까진, ‘희망’에 차 있었다. 이는 장자연이 가장 믿는 언니, 이씨의 진술 조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다음은 이 씨의 진술 조서다. 장자연과 이 씨의 대화로 재구성했다.


장자연 : 언니, 이제 좋게 풀릴 수 있겠어.


이씨 : 무슨 소리니?


장자연 : 유장호가 할 이야기가 있다며 사무실로 오라 했어. 김종승(김성훈)에 대한 형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어. 내가 당한 것들을 적어 주면 신원 보장도 해주고 계약도 풀릴거래. 그래서 문서를 작성하고 왔어.


이 씨 : 너는 뭘 믿고 그런 걸 썼니?


장자연 : 언니! 어쨌든 내가 나서지 않고 김종승이 망가져서 자동적으로 계약만 풀리면 되지 않아?


장자연은 계약해지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어떤 문건일까. 이제, 그녀가 작성한 (유서로 알려진) 문건을 들여다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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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남긴 진짜, 글


장자연은 유장호 사무실에서 A4지 4~6장 분량의 글을 썼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뒤, 이 문건은 '장자연 유서'로 포장됐다. 유장호가, 그렇게 둔갑시켰다.


장자연이 남긴, 진짜 글은 무엇일까. '디스패치'가 문건 4장을 입수했다.


(장자연 문건 중, 사실 확인이 불가한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공백 부분은 애초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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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자연의 피해사례입니다.


① 2008년 10월경 김성훈 사장님이 이미숙 씨가 '자명고'에 출연하게 됐으니 저도 '자명고'에 출연시켜 주겠다며 밤에 감독님을 보내 저에게 술접대를 강요하여 술접대를 하였습니다.


또한 김성훈 사장님이 이미숙 몸값을 갖고 장난치고 이로 인해 드라마 제작사 대표님은 본인 드라마에 이미숙 씨는 안 쓸 꺼다 이미숙 씨 이미지를 김성훈 사장이 망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② 2008년 11월 경 김성훈 사장님이랑 (검정 공백) 저와 술접대를 하면서 두 분이 송선미에게 욕을 하면서 송선미 일을 다 끊어버리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접대를 받을 분이) 송선미 씨보다 저를 더 이뻐하기 때문에 저를 대신 부를거라며 룸싸롱에서 저를 술접대를 시켰습니다.


위의 사실에 저 배우 장자연은 거짓하나 없으며 더컨텐츠 엔터테인먼트 김성훈 대표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사례입니다.


2월 28일 장자연(지장), 주민번호, 자필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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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③ 김성훈 사장님 회사에 계약을 하면서 김성훈 사장님의 강요로 얼마나 술접대를 했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2008년 9월경 룸싸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2008년 (기억이 잘안납니다) 김성훈 사장님이 술을 많이 드시고 저를 방안에 가둬 놓고 손과 페트병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면서 온갖 욕설로 구타로 당했습니다.


어떤 감독님이 태국에 골프치러 오는데 드라마 스케줄 빼고 태국으로 와서 돈 및 골프접대를 요구했습니다. 그 요구를 제가 응하지 않자 차량도 니돈으로 렌트해서 다니시라고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배우의 꿈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 꿈을 위해 소속사 더컨텐츠 엔터테인먼트 김성훈 대표의 돈접대 강요 및 반복되는 욕설과 또 구타를 견뎌야 했습니다.


저는 나약하고 힘 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2월 28일 장자연(지장), 주민번호, 자필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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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는, 유서가 아니다


장자연은 2월 28일 유장호를 만났다. A4지에 자신의 피해 사례를 썼다. 송선미와 이미숙의 피해사례도 열거했다. 이것은 과연, 유서일까.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는 ‘디스패치’에 “해당 글은 유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유서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장자연은 문건 마다 간인(이음도장.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도장을 찍는 것)을 했다. 문건 끝에는 주민번호를 썼고, 지장을 찍었다.


"장자연은 문건에서 '김성훈 사장님', 'XX을 하셔서' 등의 존댓말을 사용한다. 마치 수사기록 혹은 참고인 진술처럼 느껴진다." (이수정 교수)


장자연의 유족, 그리고 언니 이 씨도 같은 생각일까. 경찰 참고인 조사 진술서를 확인했다.


이 씨 : 장자연이 "김성훈이 강요는 했지만 절대 잠자리는 안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걸고 말한다"고 한 적이 있다. (장자연은) 구설에 오르는 걸 정말 싫어했다.


경찰 : 그런데 왜 '성접대'라는 표현을 썼을까.


이 씨 : 유장호가 코치해 작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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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유족 진술서다.


친오빠 : 내가 아는 동생은 이런 문서 형식을 알지 못한다. 경찰서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아이다.


친언니 : (장)자연이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문구와 문장이다.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은 느낌이다.


친오빠 : "왜 유서가 있다고 인터뷰를 했냐"고 따졌다. 유장호는 계속 김성훈을 죽여야한다 말했다.


유가족은 유서 공개를 원치 않았다. 조용히 보내주고 싶다는 것. 문건 소각을 요구했다. 유장호는 유족의 뜻을 따르는 '척' 했다. 3월 12일, 유족 앞에서 원본을 불태웠다.


하지만 다음 날, 장자연 유서가 다시 뉴스를 탔다. KBS '9시 뉴스'는 "유장호 사무실 밖 쓰레기 봉투에서 불에 그을린 장자연 문건을 찾았다"며 단독으로 보도했다.


장자연 유서는, 블랙홀이었다. 세상 모든 이슈를 빨아 들였다. 예를 들어,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논란. (이명박 정부판 사법농단 의혹은, 장자연 문건 이후 물밑으로 가라 앉았다.)


그리고 또 하나, 김종승 vs 송선미, 김종승 vs 이미숙으로 이어질 소송전도 뒤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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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연을 둘러싼, 등장인물


다시, 장자연 사망 전으로 돌아가자.


'디스패치'는 그녀가 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입수했다.


"월요일(9일)에 나랑 누구 만날꺼같아. 오후에 스케줄 비워줘. 월요일 오전에 전화해"


보낸 사람은 유장호. 보낸 시각은 3월 7일 오후 3시 34분. 장자연 사망 추정 시각 2시간 전이다.


장자연은 이 문자를 받고 2시간 뒤에 목숨을 끊는다. 도대체 누구를 만나기로 했을까. 아니, 유장호는 누구와 약속을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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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물 관계도가 필요하다. 김종승, 장자연, 송선미, 이미숙, 유장호, 그리고 9일에 만나기로 한 '누구'. (그 '누구'는 바로, 정세호 PD다.)


우선 ① 김종승은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장자연, 송선미, 이미숙 등을 데리고 있었다.


② 장자연은 당시 '더컨텐츠' 소속 배우였다. ③ 송선미의 경우, 2008년 9월에 계약 종료. ④ 이미숙의 계약 만료일은 2009년 12월 31일이다.


⑤ 유장호는 '더컨텐츠'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2008년 8월에 독립, '호야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이 5명은 '더컨텐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다 2008년 '헤쳐 모여'. 유장호가 8월 '호야'를 설립하며 송선미와 이미숙(2009년 1월)을 데려왔다. 장자연만 여전히 '더컨텐츠' 소속.


이때, 이미숙 계약위반 문제가 터졌다. '더컨텐츠' 계약 만료 시점(2009. 12. 31)을 착각한 것. 이미숙은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호야'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정리하면, 이들은 한 때 식구였다. 그러다 갈라섰다. 김종승은 싸움을 시작했다. 이미숙과 송선미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다.


그리고 장자연은, 이 고래싸움에서 '우연히'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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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이 시작됐다


이미숙의 조카는 2009년 1월 13일, 유장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힘내세요. 엄마가 열받으셔서 조XX (조폭) 시켜서 쥐도 새도 모르게 김성훈 죽여버린다고 말했어요."


2009년 1월, 김종승과 이미숙의 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약점을 잡는 사람이 승자다. 김종승은 이미숙에 대한 '치부'를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2명의 동거남에 대한 정체....


이미숙은 카드가 필요했다. 먼저, 정세호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김종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음은, 정세호 감독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실 확인서다.


"이미숙이 2009년 1월 중순 본인에게 전화를 하더니 '김종승이 저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 문제가 있는데 감독님이 김종승과 친분이 있으니 혼내달라'부탁을 하였습니다." (정세호)


하지만 정세호 카드는 먹히지 않았다.


"저는 회사 지분을 올리브나인에 다 넘겼어요. 지금 일본에서 컨텐츠 사업하고 있습니다. 이미숙씨가 전속계약대로 이행하면 회사(올리브나인)에서 소송하는 일은 없을겁니다" (김종승)


유장호가 나섰다. 장자연에게 연락을 취한 것. 다음은, 장자연의 절친 언니인 이 씨의 진술 조서다.


"유장호가 먼저 전화를 걸어 '자연이 어려운 사정 잘 알고 있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 사무실로 오라'고 했대요. 유장호는 이미숙, 송선미, 그리고 알만한 여배우들의 술자리 접대 문서를 보여줬대요." (이 씨)


이 씨는 장자연이 했던 말을 덧붙였다.


"김종승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이 문서가 공개되면 엄청난 파문이 일거라고 말했대요. '자연이 네가 당한 것과 비리를 적어 주면 신원 보장은 해주겠다'며 문서를 작성하게 했고요." (이 씨)


유장호는 장자연을 만났다. 장자연은 문건을 작성했다.


이미숙은, 다시 정세호 감독에게 전화했다. 정 감독은 둘의 대화를 사실 확인서에 썼다. 이 내용을 대화체로 재구성했다.


이미숙 : 장자연이 나를 찾아와 울면서 부탁했다. 유장호가 A4용지를 작성해 왔다. 감독님과 장자연이 태국에서 골프 쳤다는 내용도 있다.


정세호 : 이미숙, 너는 나랑 골프치러 같이 안갔냐? 10년 동안 다녔는데 온다는 사람을 어떻게 못 오게 하냐?


이미숙 : 내용이 기가 막힌다. 김종승이 감독님만 무서워 하니 야단쳐 달라. 손모가지 발모가지 부러뜨려 이 바닥에서 일 못하게 해야 한다. 유장호가 A4용지 갖고 갈테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


그리고 유장호가 정세호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다.


"유장호가 장자연을 데리고 찾아 온다고 했습니다. 문서를 들고요. 저는 '내 인생의 황금기' 마지막 촬영이 있으니 3월 9일 월요일 오후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정세호 사실 확인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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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과해선 안될, 것들


C방송 라디오쇼. 한 앵커가 질문을 던졌다. (2019년 3월 8일)


“그날 너무 아픈 기억입니다만, 장자연 씨가 친필로 남긴 문건에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어요. 여기서 빤히 바라보던 동생이라는 게 윤지오 씨를 말하는 거죠?”


윤지오가 답했다.


“그렇지 않을까요?”


C방송국 앵커가 던진 질문은 전준주의 가짜편지다. 는 그 편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장자연 사건은, 이처럼 복잡하다. 단서는, 그가 남긴 유서. 아니, 유서로 알려진 문건이 전부다.


그녀가 술접대에 이용된 건, 명확하다. '디스패치'도 그 리스트를 쫓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된다. 장자연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 그 세력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숙의 참고인 조사 진술서다.


경찰 : 장자연을 알고 있나요?


이미숙 : 과거에는 몰랐고 이번 사건을 통해 이름만 들었습니다.


경찰 : 장자연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미숙 : 모르겠습니다.


경찰 : 장자연이 유장호와 함께 문건을 작성을 했다는데 알고 있나요?


이미숙 : 모릅니다.


경찰 : 유장호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은 사실이 있나요?


이미숙 : 없습니다.


경찰 : 문건의 내용을 본 사실이 있나요.


이미숙 : 본적이 없습니다.


경찰 : 정세호 감독의 진술에 의하면 진술인이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 A4 용지를 보았으며 그 내용도 알고 정세호에게 말했다는데 사실이 아닌가요?


이미숙 : 아니요. 정세호 감독이 잘못 들으셨나본데요. (중략) 촬영이 너무 급해 다음 화요일로 조사를 연기해 주었으면 합니다.


장자연 재조사의 의미는, 진실이다.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2019.03.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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