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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무서운 10대 소녀들

“얼굴 다 팔리는 거야? 시간 지나면 다 묻혀” 죄책감 없어

by동아일보

부산 이어 강릉서도 여학생 폭행

피해자 언니 “약 발라주려고 해도

동생 소스라치는 등 고통의 삶”

청소년 보호관찰제 운영 부실

관찰관 1명이 100명이상 맡아

재범률 11%… 성인의 2배 넘어

“얼굴 다 팔리는 거야? 시간 지나면

7월 강원 강릉에서 A 양(17)이 또래 학생들에게 무차별 집단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사진. A 양의 친언니(19)가 동생의 사진과 함께 가해 학생들의 모바일 메신저 단체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사진 출처 피해 여학생의 친언니 페이스북

“우리 얼굴 다 팔리는 거야? 와, 페북(페이스북) 스타 돼야지∼!”

 

강릉 10대 소녀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은 약 두 달 전 자신들이 A 양(17)을 무차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페이스북 ‘단톡방’에서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가 5일 입수한 가해자들의 ‘단톡방’ 대화 내용에는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얼굴 다 팔리는 거야? 시간 지나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알려진 직후에도 이들의 단톡방에는 피범벅이 된 부산 피해 학생 사진과 함께 “이거 ○○○(A 양)인 줄 알고 식겁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A 양의 친언니(19)가 페이스북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상관없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묻힘”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면 또 폭행 

피해자 A 양은 7월 말 병원에 입원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A 양은 의료진이 치료를 위해 몸을 만지기만 해도 극도로 거부감을 보인다고 한다. A 양 친언니는 “동생의 부은 얼굴에 약을 발라주려고 해도 동생이 소스라치게 놀란다”며 “현실을 믿기 어려운지 병실에서 멍하니 거울만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경찰서 등에 따르면 B 양(17) 등 가해자들은 7월 17일 새벽 경포대해수욕장과 자취방에서 ‘엄마가 없다’ ‘못생겼다’며 A 양을 마구 때렸다.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A 양에게 조건만남까지 강요했다. 하루 동안 자취방에 A 양을 감금하기도 했다. 본보가 입수한 6분 40초 분량의 당시 영상 속에서 A 양은 3차례 뺨을 얻어맞고 1차례 발로 걷어차였다. B 양 등은 “카메라 쳐다보고 얘기해. 너 진짜 뒤질래?”라며 촬영을 강요했다.

 

A 양은 사건 다음 날 경찰에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50여 일이 지난 5일에야 피의자 조사를 겨우 마무리했다. 피의자 1명이 잠적했지만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체포를 미루다가 이날 사건이 보도되고 나서야 뒤늦게 소재를 파악한 것이다.

 

A 양은 경찰 조사가 지연돼 가해자들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공포에 떨었다. A 양은 병원에서 언니와 통화할 때마다 가해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물었다. A 양 언니는 “동생은 무서워 떨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전혀 반성의 기색이 없어 사건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호관찰 알지도 못한 경찰

“얼굴 다 팔리는 거야? 시간 지나면

부산과 강릉 폭행 사건 모두 가해자 일부는 범죄 전력으로 보호관찰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관찰을 담당하는 법무부와의 공조가 미흡해 경찰은 이런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피해자(14)가 6월 말 고소했지만 가출해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미뤄왔다. 당시 주범이었던 C 양(15)은 공동폭행 전력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다. 또 다른 주범 D 양(15) 역시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의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이 가해학생의 전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수사를 미루는 사이 피해자는 1일 C, D 양을 포함해 4명에게 “경찰에 고소해 괘씸하다”며 보복 폭행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경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상에 보호관찰 여부가 나오지 않아 법무부에 따로 요청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보호관찰제의 부실한 운영 실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토바이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힌 이모 군(14)은 이후 보호관찰 기간 동안 24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2년 전 마트에서 담배를 훔쳐 보호관찰 대상이 된 양모 군(15) 역시 특수절도, 폭행 등 50건의 추가 범죄를 저질렀다. 양 군은 “보호관찰 받으러 가면 강당에 애들을 모아두고 ‘지식채널E’ 같은 다큐멘터리 틀어주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관 한 명당 맡는 소년범 수는 100∼150명이 넘는다. 관찰관도 평균 3∼6개월마다 바뀌어 지속적인 관찰이 불가능하다. 최근 5년간 ‘보호관찰’ 청소년의 재범률은 평균 10.9%로 성인(4.5%)의 2배 이상이었다.

 

조동주 djc@donga.com / 부산=강성명 /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