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비틀’… 81년만에 역사속으로

[테크]by 동아일보

폭스바겐, 생산 중단

히틀러 국민차 프로젝트로 탄생,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적 인기

마지막 생산된 차는 박물관으로

동아일보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1938년 5월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 개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AP 뉴시스

‘나치’부터 ‘히피’까지 약 80년간 세계인을 사로잡았던 독일 폭스바겐의 유명차 ‘비틀’이 단종된다. 폭스바겐은 “10일(현지 시간)을 끝으로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에서 더 이상 비틀 모델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지막으로 생산된 비틀은 푸에블라 폭스바겐 박물관에 전시된다.


폭스바겐은 이미 지난해 9월 “2019년 안에 비틀 생산을 끝낸다”는 계획을 밝혔다. CNN은 폭스바겐이 비틀 단종 이후 푸에블라 공장에서 북미 시장을 겨냥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비틀 단종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 후 재기를 노리는 폭스바겐이 던진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소형 전기차 ‘ID.3’의 대량 생산을 위한 선택이라는 뜻이다.


비틀의 역사는 1938년 나치 독일의 ‘국민차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치 우두머리 아돌프 히틀러는 “미국 포드의 ‘T’처럼 전 국민이 탈 수 있는 ‘국민차’를 만들겠다”는 야심 아래 오스트리아의 유명 기술자 페르디난트 포르셰(1875∼1951)를 고용했다. 그는 흔히 ‘딱정벌레’ 모양에 비유되는 비틀의 독특한 디자인을 고안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폭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비틀 생산에 나섰다. 전후 독일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비틀은 독일 경제부흥의 상징이 됐다. 특히 1960년대 미국에서는 ‘반(反)기성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큰 크기와 강한 엔진을 중시하는 일반 미국 차와 달리 비틀은 ‘작게 생각하라(Think small)’라는 광고 문구로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1968년 생산된 비틀의 40%인 56만 대가 미국에 수출될 정도였다.


‘독일 국민차’로 등장했지만 비틀은 1967년부터 생산비가 싼 멕시코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됐다. 폭스바겐은 1978년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선 비틀 생산을 중단했다.


포르셰의 외손자이자 1993년부터 2015년까지 폭스바겐에서 최고경영자(CEO), 이사회 의장 등 요직을 역임한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1998년 2세대 ‘뉴 비틀’을 출시해 외조부가 만든 ‘원조 비틀’의 귀여움과 독특함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출시된 ‘3세대 비틀’은 날렵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9.07.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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