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한 수육 한 점에 소주 한 잔, 캬~

[푸드]by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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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나주관의 ‘수육’. 임선영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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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수육’이라는 두 글자는 간단치 않다. 말 그대로 물에 끓인 고기에 불과하지만 맛의 뉘앙스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좋은 고기의 선별. 연하면서 쫀득한 육질, 질깃하지 않게 삶기, 공기에 접촉하는 시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수육 한 점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수육집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기의 맛을 극적으로 느끼기 위해 순서를 따라야 한다. 처음 한 점은 그냥 먹는다. 살살 녹는 고기 맛을 받아들이는 시간. 두 번째는 겨자 간장에 찍어 먹는다. 적절한 온기로 식어간 고기는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세 번째는 김치나 깍두기와 곁들인다. 비로소 소주가 합공 작전을 펼칠 때다. 이때 쫀득한 고기의 식감, 알싸한 김치와의 케미, 소주의 휘발성 목넘김이 딱 들어맞게 어우러진다.


수육이 서민 음식은 아니다. 한 접시에 고기가 열 점이나 나올까.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냉큼냉큼 집어먹다가는 눈치가 없거나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찍히기 딱 좋다. 그러니 수육으로 배불리 먹을 생각 말고 곁들일 냉면이나 곰탕, 설렁탕이 좋은 곳을 물색해야 한다.


나주관은 함평 암소를 직접 받아 1주일간 숙성시킨다. 수육 한 접시에 우설, 뽈살(볼살), 사태, 양지가 골고루 나온다. 뜨거울 때 사태살을 먹고 살짝 식었을 때 쫀쫀한 뽈살을 먹는다. 치즈 같은 우설, 젤리 같은 뽈살, 쫄깃한 사태와 양지. 아주 입체감 있게 구성되니 먹는 재미가 좋다. 특히 직접 담은 청각김치가 나오는데, 묵은지의 시원함이 압권이다. 청각 묵은지에 감싸 먹는 수육은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조합이다. 조미료 없이 맑게 끓여낸 나주곰탕을 곁들이면 든든한 식사가 된다.


40년 전통의 남포면옥은 사태와 양지살이 장방형으로 썰려 나온다. 온기를 지닌 놋그릇에 올려져 좀처럼 식지 않는다. 은은한 간장 양념과 마늘향이 스며든 조리법이다. 사태 부위를 순수하게 익혔는데 젤리처럼 쫀쫀하게 씹힌다. 육수의 깊은 맛과 메밀면 식감이 탁월한 이곳의 평양냉면과 환상의 콤비를 자랑한다.


외고집설렁탕은 횡성 1등급 한우를 고집한다. 수육에 양지, 사태, 우설이 나왔는데 지금은 도가니와 머리고기, 차돌박이를 추가로 넣었다. 대치동에서 삼성동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수육의 구성도, 전체적 메뉴 구성도 다양해졌다. 살짝 숨이 죽은 부추와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수육으로 채운 배를 깔끔한 설렁탕으로 돈독히 하면 여름철 에너지를 충전한 느낌이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나주관 서울 강동구 강동대로53길 31. 수육 4만5000원, 곰탕 1만1000원

남포면옥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4. 수육 3만 원, 냉면 1만2000원

외고집설렁탕 서울 강남구 삼성로 555. 수육 4만8000원, 설렁탕 1만1000원

2019.07.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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