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 싫어? 반신욕은 어때?[양종구의 100세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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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

탤런트이자 가수인 김성환 씨(69)는 서울 중구의 한 사우나를 자주 찾는다. 2000년대 초반 친구의 조언으로 시작해 반신욕을 20년 가까이 즐기고 있다. 김 씨는 “무릎이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친구에게 물었는데 반신욕을 해보라고 했다. 무릎 통증은 물론 불면증도 없애준다고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기에 ‘무슨 헛소리야’라고 했지만 막상 해보니 진짜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 씨의 반신욕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씨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배경에도 반신욕이 있다. 그는 KBS 시절부터 시작해 현재 TBS ‘김성환의 서울블루스’(오후 9시 6∼55분) 등 30년 넘게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발표한 ‘묻지 마세요’란 노래가 최근 트로트 붐을 타고 인기가 오르면서 전국 각지 행사에도 불려 다니고 있다. 특강 요청도 이어져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산다. 평소 하루 1만 보 이상 걷기 외에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비결이 반신욕이라고 강조한다. 김 씨는 주 1회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데 아직도 싱글(70대 타수)을 칠 정도로 ‘고수’다. 그는 “처음엔 매일 했지만 요즘엔 피곤할 때 피로를 풀기 위해서 한다. 반신욕을 하면 모든 피로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2017년 영국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러프버러대의 스티브 포크너 교수가 1시간 동안 섭씨 40도 물에서 목욕을 할 경우 약 140Cal가 소모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30분 걸어야 소모되는 열량. 실험 참가자 14명이 1시간 동안 목욕만 하거나 목욕하면서 사이클링 동작을 했다. 사이클링까지 한 그룹은 칼로리 소모가 630Cal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HSP·heat shock proteins)이 합성돼 면역력을 키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HSP는 열충격으로 인해 합성되는 단백질로 모든 생물에 존재한다. 몸의 정상세포가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상성을 지키기 위해 세포 안에서 HSP가 스스로 만들어진다. 운동을 할 때도 몸에 열이 오르면 HSP가 발현한다. HSP가 합성되면 계속 이어지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몸의 세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HSP는 피로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 체력 회복을 돕기도 하며 뇌 호르몬으로 통증 완화 물질인 엔도르핀이 나오도록 촉진하기도 한다. 또한 NK(면역)세포라고 하는 림프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항종양 기능을 갖는 체내 인터페론의 합성량을 증가시킨다. 체내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는 높아진다고 한다. 포크너 교수의 연구는 목욕 같은 수동적 체온 상승(passive heating·이하 반신욕으로 통일) 때도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양한 연구 결과 반신욕은 혈액순환 개선, 우울증 감소, 근육 이완, 숙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 마니아들도 가끔 느끼는 딜레마가 있다. “오늘 몸이 찌뿌드드해 하기 싫은데” 하면서도 운동을 하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운동을 하면 부상 위험이 높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송준섭 전 한국축구대표팀 주치의(강남제이에스병원장)는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는 이유가 몸속에서 엔도르핀 같은 좋은 호르몬이 나오고 HSP가 합성돼 면역기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동적이지만 운동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반신욕은 좋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신욕은 각종 관절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포크너 교수도 “운동하는 게 가장 좋지만 반신욕은 신체활동이 어려워 운동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건강 유지법”이라고 했다.


김 씨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는 반신욕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즐기는 법을 전했다. 물의 온도는 40도가 적당하다. 40도를 넘으면 너무 뜨거워 반신욕을 즐기기 힘들고 그 아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 시간은 최소 20분을 넘겨야 한다. 처음 하는 사람은 10분을 넘기기도 쉽지 않지만 20분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단다. 김 씨는 평소 30분 이상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1시간도 한다. 그는 “반신욕을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취침 전이다. 반신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 바로 잠에 빠져든다”며 웃었다.


운동이 아무리 좋아도 하기 싫을 때가 있는 법. 이럴 땐 가끔 반신욕을 하는 것은 어떨까. 효과적인 운동 ‘대체재’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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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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