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도 빠진 곱창전골의 세계

[푸드]by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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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중앙해장 ‘곱창전골’. 이윤화 씨 제공

무더운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 식당에 가게 됐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는데 나오는 음식은 땀을 더 흘리게 하는 전골이었다. 이때 국물이 끓었다고 불을 끄면 안 된다.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아주 낮은 불에서 은근히 계속 끓이고 있다. 곱이 빠져나와 녹진해진 국물이 자작자작하게 졸아들면 뜨끈한 밥이 등판할 순간이다. 밥에 얹어 쓱쓱 비벼 먹어도, 혹은 아예 말아버려도 사뭇 기특한 국물이다. 마블링이 잘된 고기나 삼겹살이 인기인 이유는 고기 육질 사이 기름의 고소함 때문이다. 이렇듯 곱창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곱’ 때문인데, 이때 곱은 내장의 구불구불한 모양새로 연상될 수도 있는데 좀 더 정확한 의미는 기름기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식육동물의 내장은 흔히 살코기에 비해 무시당해 왔다. 막상 먹으면 입에서는 말할 수 없이 고소하고 착착 감기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던 중 조선시대 왕의 상차림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을 모시고 회갑연을 열어 드리기 위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찾아간 8일간의 화성행차 여정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음식명과 식재료가 꽤 소상히 나와 있다. 궁중의 대표적인 탕요리인 별잡탕을 비롯해 국물요리, 찜요리, 구이를 막론하고 많은 요리에 등골, 양, 곤자소니(소 창자의 끝부분), 염통 등 내장류가 다채롭게 들어가는 것을 알고 놀랐다. 상상 속의 임금님은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최상급 안심 한 점을 드셔야 될 것 같은데 내장이라니 말이다. 임금님은 특수부위를 즐기는 내장 미식가임에 틀림이 없다고 맘대로 정의도 내려 보았다.


왕의 상차림에 오르는 음식 중 깊은 국물의 비결이 내장일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곱창을 비롯한 내장은 숯불에 구워 쫄깃하게 먹는 것도 맛있지만 곱이 나와 혼연일체가 된 국물에서 한없이 부드러워진 곱창은 또 다른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곱창전골 맛집 찾기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신념 있는 전문점을 찾아야 된다. 내장은 부산물로, 살코기처럼 생산이력을 알 수 없기에 원재료 고기 수급이 확실한 맛집 선호가 우선이다.


‘청어람’은 전골 내 곱창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구나 하며 감탄하게 된다. 늘 줄서기가 일쑤이고 여성 고객이 유독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중앙해장’은 마장동 축산회사에서 운영해 양질의 재료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양념된 곱창을 담아낸 모양새가 실하다. ‘배꼽집’은 한우고깃집으로 이름난 곳으로 곱창을 포함해 여러 내장을 끓여 균형 잡힌 국물로 단골몰이를 한다.

  1. 청어람 : 서울 마포구 망원로 97. 곱창전골 2만 원(소), 3만 원(대)
  2. 중앙해장 :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86길 17. 곱창전골 5만9000원(소) 8만9000원(대)
  3. 배꼽집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513. 배꼽곱창전골 1인 1만6000원 2인 이상 주문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2019.09.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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