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시설 활용된 中 저가호텔 붕괴… 격리 불안감 커져

[이슈]by 동아일보

11명 사망, 37명 중상, 23명 매몰… 1층 개조공사중 기둥 변형돼 폭삭

하루숙박 1만7000원, 시설 열악… 지방정부 재정부담에 싼 곳 징발

中전역 한국인 격리수용 1083명… 일부는 불안감에 자가격리 요청

동아일보

2초 만에 주저앉은 처참한 현장 7일 2초 만에 붕괴돼 형체가 완전히 사라진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의 신자호텔 사고 현장에서 8일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호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심각한 후베이성 등에서 돌아온 58명이 격리돼 있었다. 취안저우=신화 뉴시스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강제 격리하는 시설로 쓰이던 푸젠(福建)성의 한 호텔이 7일 붕괴했다.


8일 오후까지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중상 등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건물 내에 갇혔던 71명 가운데 23명이 매몰된 상태여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역을 위해 격리된 사람들이 더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시진핑(習近平) 정부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신징(新京)보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푸젠성 취안저우(泉州)시 리청(鯉城)구의 신자(欣佳)호텔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7층 건물이 2초 만에 폭삭 주저앉는 모습이 담겼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건물 사이로 엿가락처럼 휜 건물의 철골 빔이 드러났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 호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후베이성과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등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14일간 강제 격리하는 집중 관찰 시설이었다. 7층 가운데 2∼6층을 사용하던 호텔에는 58명이 격리돼 있었다. 당직 중인 22세 의사도 머무르고 있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아니어도 후베이성 등에서 돌아온 이들을 강제 격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호텔에도 일가족이 함께 격리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들이 영아를 안고 나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12세 남자 어린이가 구조되면서 “우리 엄마가 아직 안에 있어요”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소년의 어머니도 아들이 구조된 지 네 시간 만에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7일 사고 직전 1층에서 개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근로자들이 기둥 변형 현상을 알린 3, 4분 뒤 건물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차이신(財新) 등은 이 건물이 호텔로 사용되기 전인 2016년 말부터 건물 개조·증축 공사가 진행된 뒤 2018년 호텔이 들어왔고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등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올해 1월에도 1층의 개조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경우든 부실 공사 논란을 겪은 호텔을 지방 정부가 강제 격리 시설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100위안(약 1만7000원)인 여관 수준의 호텔이었다. 중국은 격리 정책이 방역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이 호텔 이외에도 저렴하고 시설이 열악한 호텔을 주로 징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일부 지역은 한국 일본 등지에서 입국한 승객에 대해서도 14일 호텔 격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한국인 1083명(7일 기준)이 강제 격리 중인 호텔들 중에도 시설이 열악한 곳이 적지 않다. 바퀴벌레가 나오고 먼지가 심해 천식을 유발하는 등 비위생적인 곳도 많다고 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번 호텔 붕괴로 한국인 피해는 없다”며 “취안저우시의 다른 호텔에 한국인 3명이 격리돼 있다”고 밝혔다. 취안저우 격리 한국인 가운데 일부는 불안감에 자가 격리 전환을 도와달라고 주광저우 한국총영사관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2020.03.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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