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움 넘치는 서울 가맥집 추천
점점 높아지는 낮 기온에 여름이 훌쩍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 해가 저물고 날 때쯤이면 조금씩 선선한 바람이 옷자락을 가볍게 흔든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곧장 집으로 가기 싫은 그런 날이 있다. 친한 지인과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즐기고픈데, 사람 많고 시끄러운 소위 말하는 ‘핫플레이스’는 왠지 꺼려진다. 그렇다면 소박한 매력이 넘쳐 정겨운 가맥집으로 발길을 향해보는 건 어떨까?
사진=유튜브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 |
가맥집에서 술을 마시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해결된다. 저렴한 가격의 안주에 술을 즐기다가, 배는 부른지만 입이 심심하면 과자 몇 봉지를 안주 삼는 거다. 그리고 마무리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즐길 수 있다. 소위 말해 ‘힙’한 요즘 감성과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서울의 가맥집 4곳을 소개한다.
여기서 잠깐, 가맥이란?
낮에는 슈퍼로 영업하고, 늦은 오후부터는 간단한 음식과 술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가게에서 파는 맥주’의 줄임말. 동네 노동자들이 근무를 끝마치고 슈퍼마켓 앞 넓은 평상이나 간이 테이블 같은 곳에서 맥주에 가벼운 안주를 즐기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전주는 2015년부터 전주가맥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양수퍼
영등포구 문래동
사진=인스타그램 'mattamyoung' |
사진=인스타그램 'mattamyoung' |
연남, 성수, 을지로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문래동의 창작촌에 위치한 한양수퍼(슈퍼). 희끗희끗하게 지워져 잘 보이지 않는 현수막 간판만 봐도 이 슈퍼가 동네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철공소가 밀집한 문래동에서 30여 년간 자리를 지키며, 철공소 노동자들의 벗이자 친구 같은 존재였을 슈퍼이자 가맥집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김치찌개, 육회, 비비고 군만두, 꼬막 등 특별하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안주를 만나 볼 수 있다. 소문에 따르면 사장님의 푸근한 인심 덕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 돼지목살 김치전골이 소주 안주로 으뜸이다. 단, 안주 구성은 매일 변경되니 이 점을 참고하길. 넓고 쾌적한 공간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 가맥집의 매력이니까.
선화슈퍼가맥
성북구 동선동
사진=인스타그램 '_cumchuck' |
사진=인스타그램 '1992._.m' |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선화슈퍼가맥은 전형적인 포차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가게다. 식기나 물, 술과 음료 등은 셀프로 챙겨가야 하는 시스템이다. 먹태구이, 골뱅이무침, 찰순대 같은 안주는 물론이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 같은 간단한 끼니가 될만한 메뉴도 볼 수 있다.
선화슈퍼가맥의 인기 메뉴는 다름 아닌 찰순대. 3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순대 위에 잘게 썬 청양고추가 듬뿍 올려져서 나오는 비주얼에 압도 당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떡볶이, 먹태구이까지 더해주면 금상첨화! 떡볶이에 소맥이 또 그렇게 잘 어울린다. 알려나 몰라?
백만불식품
중구 산림동
사진=인스타그램 'bh330g' |
사진=인스타그램 ' bh330g' |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 위치한 백만불 식품은 최근 MBC예능 ‘놀면 뭐하니?’의 에 소개되기도 했다. 소맥을 부르는 메뉴에는 돼지갈비, 고추장찌개, 꽁치찌개 등이 있다. 엄마나 이모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한 밑반찬들이 함께 제공되어, 더위에 지쳐 줄어들었던 식욕을 돋워준다.
공깃밥이나 과자, 각종 통조림도 판매 중인 곳이니 취향껏 골라잡아보기를 추천한다. 얼추 배가 채워졌다 싶을 때쯤이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옆 테이블의 라면 냄새가 그대를 유혹할지도 모른다. 유재석이 먹었던 것처럼 맛깔스럽게 라면을 후후 불어 먹어보자. 다른 테이블도 연이어 라면을 시키고 싶어지게 말이다.
부산슈퍼
동대문구 전농동
사진=인스타그램 'shavertina_' |
사진=인스타그램 'shavertina_' |
이름은 부산 슈퍼이지만 서울에 있는 가맥집이 맞다. 각종 과일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의 정문 바로 옆, ‘맛이랑 정이랑’ 상호명의 김밥 집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 술을 즐길 수 있다. 부추전, 김치전은 물론이고 닭발, 닭볶음탕 등 배를 채울 수 있을만한 메뉴들이 많다. 일전에는 한방오리, 한방 닭과 같은 메뉴를 팔기도 했다고. (가맥집 맞죠…?)
부산 슈퍼에 들러 꼭 먹어야 하는 메뉴는 바로 김밥과 돈가스이다. 다른 메뉴도 아니고, 가맥집의 대표 메뉴가 돈가스라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각종 버섯과 야채를 듬뿍 넣은 수제 돈가스 소스의 비주얼을 보면 단숨에 납득할 수 있을 것.
매번 같은 느낌의 술집에 질렸다면, 정겨운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가맥집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