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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상표 무단 도용이 쏘아 올린 ‘미친 흥행’의 시작, 70살 곰표의 이야기

by드링킷

자사의 브랜드나 상품 등을 누군가 무단으로 도용한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고소 또는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등, 이 자체를 문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신선하게 보고 해당 회사와의 협업을 하나의 ‘기회’로 삼은 브랜드가 있다. 이는 바로 컬래버레이션 흥행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곰표’의 이야기. 곰표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각양각색의 브랜드와 재미난 협업을 펼치고 있다. 모르는 사람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이미 수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브랜드 ‘곰표’에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단발성 컬래버레이션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아이템을 꾸준히 출시하며 지속적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곰표. 대체 무엇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특별하길래 MZ 세대에게 꾸준히 사랑받음과 동시에 여러 제품들이 흥행할 수 있었던 걸까.

사진=곰표하우스 홈페이지

시작은 대한제분이다. 1950년 6·25 전쟁으로 인해 식량난에 시달렸던 때, 구호물품으로 식량과 곡물 원조가 많이 추진되었다. 그중에서도 밀의 비중이 상당히 많았고, 이 밀을 가공하여 밀가루로 만들기 위해서 제분 공장의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에 처하게 된 것. 이 시기, 인천역 근처에 방치되어 있던 제분 공장 건물을 활용해 대한제분이 설립되었다.


그렇다. 대한제분의 마스코트이자 브랜드가 바로 ‘곰표’인 것. 북극곰의 뽀얗고 하얀 느낌이 밀가루와 닮았고, 강인하고 끈기 있는 모습, 그러면서 귀엽기도 한 이미지가 대한제분의 밀가루를 상징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긴 것이라고. 그리고 비슷한 시기 ‘샘표·부채표·말표’와 같이 ‘OO표’로 끝나는 작명법의 유행이 ‘곰표’의 탄생에 한몫을 했다.

곰표의 성공 포인트

▶ 문제를 발판 삼아, 기회로

앞서 언급했듯, 곰표 콜라보의 시작은 ‘상표의 무단 도용’이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시작은 이렇다. 한 의류 쇼핑몰에서 사전 협의 없이 ‘곰표’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것을 곰표의 직원이 알게 되어 이를 회사에 알렸다. 하지만 이에 흥미를 느낀 곰표는, 이를 문제 삼는 쪽이 아닌, 협업의 길을 택한 것.

▶ 근본적 속성의 유지

곰표는 위트, 제품 속성, 재미와 시너지, 디테일을 기반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결국, ‘곰표=밀가루’라는 근본적인 아이덴티티와 연관성이 있는 제품들을 출시하여, 결과적으로 곰표의 브랜드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함인 것이다. 하얗다 못해 뽀얀 이미지를 가진 밀가루와 연관성이 두드러지는 제품, 실제 곰표 밀가루를 사용하는 제품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밀가루처럼 하얗게 만든다는 것에서 착안한 치약과 밀가루 클렌징 폼 그리고 곰표 밀가루로 만든 떡볶이와 너겟, 해물 부침개 밀키트 등 타사와의 협업은 물론이고 곰표 자체적인 제품들도 선보인다.


의류 브랜드 4XR과의 협업을 통해 출시한 곰표 패딩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컬래버레이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곰표 밀가루 쿠션(스와니코코), 곰표 떡볶이(쿠캣마켓), 곰표 밀맥주(세븐브로이), 표문 막걸리(한강 주조), 곰표 식혜(비락식혜)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의류, 식품류 심지어는 주류에까지 곰표의 손길이 펼쳐진 셈. 소비자들의 폭넓은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계속적인 관심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앞으로의 곰표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기준 ‘곰표’ 해시태그는 약 3만 4천여 개, ‘곰표 맥주’ 해시태그는 4만 6천여 개에 달하는 콘텐츠가 업로드되어있다.


지난해 5월, 온 동네 편의점을 돌아다녀도 번번이 허탕을 쳤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곰표 밀맥주’와 지난달 출시된 ‘표문 막걸리’.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발품을 팔아야 만날 수 있다. 약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곰표 흥행의 롱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우면서도 이목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의 발굴이 필요할 것이다. 혹자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곰표의 입장은 다르지 않을까. 모든 제품이 히트를 친 것이 아니지만, 히트를 친 제품은 상상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여의도 더 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킨텍스 점 등 이곳저곳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형태로 만나볼 수도 있는 곰표. 최근에는 ‘곰표 하우스’를 통해 지속적인 컬래버레이션 소식을 전했다. 


곰표의 인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사진=김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