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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팬덤의 경제학]
덕후와 기술이 만나면?

by이코노믹리뷰

IT 및 전자와 통신에서 팬덤이 가지는 가치는 상당히 크다. 신기한 것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기기의 접점이 운명처럼 들어맞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IT 및 전자와 통신의 팬덤이 기본적인 문화예술 분야 팬덤과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해당 분야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존재해 눈길을 끈다.


1979년 일본의 소니가 워크맨을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 장소를 쫒아야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하며 멀티태스킹의 자유를 허락받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강점인 초연결에 바탕을 둔 무한에 가까운 사용자 경험의 편리함. 엄밀히 말하면 소니 워크맨이 조상이다. 당연히 열광하는 팬덤이 생겨났다. 하지만 당시의 팬덤은 말 그대로 워크맨이라는 기기에만 집중한 환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IT 및 전자와 통신의 진정한 팬덤을 말하려면 애플을 거론해야 한다. ‘애플빠’로 통칭되는 애플의 팬덤에게 스티브 잡스가 보여주는 마법은 맹신적인 신뢰(Blind Faith)와 무한 애정의 대상이다. 2009년 아이폰 3GS가 공개되며 이러한 바람은 더욱 극적인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애플이 세상을 지배하기 일보직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팬덤의 경제학] 덕후와 기술이 만나

출처=뉴시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애플이 처음부터 팬덤을 가지고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1976년 4월 설립될 당시부터 꽤 오랜 시간 애플은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일종의 마이너 회사였다. 당연히 팬덤이 존재할 수 없었고, 대신 애플을 사랑하는 마니아, 이른바 ‘덕후’들만 존재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고 아이패드까지 세상에 내놓자 그 인기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고, 덕후들을 포함한 팬덤이 탄생하며 엄청난 외연적 확장을 일으킨다.


이 지점에서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샤오미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2010년 4월 설립한 샤오미는 현재 자국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찍은 기술력과 박리다매에 입각한 가성비 전략 등이 꼽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팬덤, 즉 미펀이다. 미펀은 샤오미에 열광하며 무조건적인 애정과 지지를 보낸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1억개가 넘는 댓글을 달고 매일 20만개의 샤오미 관련 포스팅을 열성적으로 올린다. 지난 4월에는 창립 5주년을 기념해 벌인 판촉 행사 ‘미펀제’에서 12시간 만에 스마트폰 판매량 212만대를 기록하며 기네스 신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팬덤의 경제학] 덕후와 기술이 만나

애플과 샤오미를 단순하게 비교분석할 수 없지만, 이들의 팬덤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애플은 덕후로 정의되는 소수정예의 비밀스러운 매력이 회사의 기술적 혁신으로 확산되어 팬덤으로 재탄생했고, 샤오미는 아예 태생적으로 광범위한 팬덤의 조력에 힘입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누가 더욱 긍정적이고, 오래 갈 수 있을까?


대답은 훗날의 역사가 말해주겠지만, 사실 각각이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애플의 팬덤은 비밀스러운 매력을 바탕으로 굳건한 브랜드의 믿음으로 번졌기 때문에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을 가진다. 반면 샤오미의 팬덤인 미펀은 적극적인 참여에 따른 ‘팬덤과 회사의 동일시’로 말미암아 약간의 폐쇄성을 지니게 된다. 물론 이러한 폐쇄성을 확장하는 것이 샤오미의 숙제임은 자명하다.


IT 및 전자와 통신에서의 팬덤은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조직되고 이동하며, 또 변할 수 있는 최전선에 서 있다. 또 팬덤 사이에서 2차, 3차 창작물이 쏟아져나올 수 있는 절호의 무대이기도 하며 가장 강력한 생태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약속의 땅으로 불리기도 한다. 광의의 개념으로 iOS와 안드로이드의 서드파티도 일종의 팬덤에서 기인한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IT 및 전자와 통신에서의 팬덤은 급변하는 기술의 방향성으로 인해 팬덤의 와해 속도도 전격적이다. 게임 이야기를 하자면, 국내 RPG의 자존심이었던 소프트맥스를 예로 들어보자.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로 척박했던 국내 RPG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마그나카르타의 실패로 그 팬덤을 완전히 잃어버린 역사가 있다.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빠른 충성도와 집중도를 가능하게 만들지만, 또 그만큼 빠르게 팬덤이 와해되기도 한다. 여기에 애플과 샤오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팬덤의 조직 시기와 성장동력의 추이를 통해서도 변화무쌍한 전략이 가능하다. ICT 기업이 참고해야 할 지점이다.


최진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