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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우버 영업 중단부터 샤오미 미스케일 판매 금지까지

“혁신은 모르겠고,
밥그릇이나 지키자!”

by이코노믹리뷰

“혁신은 모르겠고, 밥그릇이나 지키자

사진=노연주 기자

샤오미 미스케일이 갑자기 국내 쇼핑몰에서 사라졌다. 정부로부터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까닭이다. 스마트 체중계인 미스케일은 다양한 기능에 가격까지 저렴해 인기가 많았다. 100g 단위까지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며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하면 측정한 체중 정보를 그래프로 볼 수도 있는 제품이다. 다이어트 목표 체중을 설정하면 매일매일 목표와 현재 체중을 비교해준다.


왜 판매 금지를 당했을까. 이유가 생뚱맞다. 미스케일이 측정 단위를 kg과 g은 물론 근(斤)과 파운드로도 변환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kg과 g 외에 다른 단위를 표시해주는 제품은 제조하거나 수입하면 안 된다. 그간 미스케일 수입 판매는 불법이었던 셈이다.


잘 팔고 있다가 갑자기 판매가 중단된 이유는 무얼까. 국가기술표준원에 미스케일이 법에 어긋나는 제품이라는 민원이 다수 들어왔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미스케일의 인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내 관련 업체들이 규정을 걸고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미스케일은 제품 자체가 개량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볼 수 없다.

“우버는 불법 택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 기존 업계는 사소한 규정을 빌미로 일단은 몰아내려는 자세를 취해왔다. 규정이 부당하거나 실정에 맞지 않으면 고치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애초에 그런 여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규제당국은 기꺼이 업계의 손을 들어준다. 밥그릇 지키기이자 담합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혁신을 거부해 경쟁력을 좀먹는 일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해외 업체가 국내 진출을 타진할 때 규제는 국내 업계의 방어수단으로 활용됐다.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가 국내에 진출하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버는 손쉽게 승객과 차량을 연결해주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제공했다.

“혁신은 모르겠고, 밥그릇이나 지키자

출처=뉴시스

우버가 국내 진출하자 택시 업계가 긴장했다. 소비자들은 전부터 택시에 불만이 많았다. 승차거부, 웃돈 요구, 카드결제 거부, 불친절 등을 문제삼았다. 우버는 이런 구시대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최근 우버의 빈자리를 차지한 카카오 택시와 비교해도 혁신적인 측면이 있다. 카카오택시와는 달리 승객이 목적지를 사전에 입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승차거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카카오택시에는 없는 간편 결제 시스템도 탑재하고 있다.


택시 업계의 대응은 빨랐다. 기사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시의회는 이른바 ‘우파라치법’을 시행했다. 우버의 영업을 신고한 시민에게 최고 100만 원의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우버는 데이비드 플루프 수석 부사장까지 내세워 ‘금지’ 대신 ‘스마트한 규제’를 달라고 제안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버코리아 주요 관계자가 불구속 입건됐다. 우버는 결국 국내 서비스를 대폭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이후 택시 업계는 카카오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불법 숙박”

에어비앤비는 또 어떤가. 방을 빌려주고 싶은 사람과 빌리고 싶은 여행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서비스다. 에어비앤비에는 190개국 3만4000개 도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다. 국내에는 2013년에 진출했다. 현재 국내 등록 숙소가 1만1000여개에 이르며 이용자는 연 20만 명에 달한다.


기존 숙박업체들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당장에 허가도 제대로 안 받은 에어비앤비 숙소에 손님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 때문일까. 이들은 에어비앤비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얼마 전 법원에서는 이들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9월 부산지법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법에 따르면 숙박업을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A씨는 이런 절차 없이 에어비앤비로 영업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혁신은 모르겠고, 밥그릇이나 지키자

출처=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역시도 같은 법으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두 판결은 에어비엔비 서비스의 불법 여부를 놓고 벌어진 재판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라 주목된다. 에어비앤비는 집 주인들이 숙소 등록하기 전 현지 법규를 충분히 검토하도록 홈페이지에 관련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은 다했다는 설명이다.

“로켓배송은 불법 택배”

해외 업체만 견제구를 받는 건 아니다. 혁신을 도모하는 국내 업체에 대한 견제도 존재한다. 쿠팡의 경우가 그렇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든다. 물류센터를 갖추고 자신들의 직원으로 직접배송을 하는 서비스다. 빠른 서비스는 물론 배송 영역에서도 이용자의 만족도를 적극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쿠팡은 물류센터를 16개까지 확대해 주문 2시간 만에 전국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켓배송이 등장하자 화물운송 업계가 들고 일어섰다. 로켓배송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법정으로까지 사안을 끌고 갔다. 지난달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쿠팡을 상대로 자가용 유상운송에 대한 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협회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화물운송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혁신은 모르겠고, 밥그릇이나 지키자

출처=쿠팡

현행법상 유상운송업을 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고 국토부가 정한 노란 번호판을 영업 차량에 부착해야 한다. 그런데 교통체증 심화와 공급과잉 등을 우려하는 화물차주들의 반대로 번호판 신규취득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란색 번호판은 택시 면허와 마찬가지로 수천 만 원에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로켓배송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쿠팡은 무료 배송에 한해 로켓배송을 제공하면서 불법 소지를 없앴다. 그러면서 배송료를 받지 않는 무상 운송으로 화물자동차운수법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지방검찰청과 광주지방검찰청 역시 이전 소송에서 쿠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협회는 물품 가격에 배송료가 포함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혁신 경쟁에서 이겨라

업계 밥그릇 지키기라고 여론의 뭇매를 받은 사례들이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이로운 혁신 서비스와 상품을 규제로 틀어막으면서 자신들 이권만 챙긴다는 의혹을 받았다. “우린 바뀌지 않을 것이다. 혁신은 없다. 오로지 밥그릇 지키기만 관심 있다”는 식으로 비춰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분명 법에 따르면 자신들 주장이 옳기 때문이다. 정부와 소비자는 자국의 산업을 우선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혁신의 노력보다는 저지의 노력이 더 크게 보였다는 것이 소비자 다수의 판단이었다. 비판 여론은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경고 메시지이기도 했다.

“혁신은 모르겠고, 밥그릇이나 지키자

출처=뉴시스

해외 업체의 침공을 규제 말고 실력으로 막을 수는 없을까. 그 시험무대가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을 앞뒀기 때문이다. 업계 화두인 OTT(Over The Top) 분야 선두주자인 만큼 국내 미디어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넷플릭스의 침공을 막을 것인가?’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고민이다. 이들은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CJ헬로비전을 품으려는 SK텔레콤의 경우도 인수합병을 통해 넷플릭스에 대항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형희 SK텔레콤 MNO 총괄은 “내수를 지키는 것 자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진입을 사업자로서는 당연히 방어해야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이 오히려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CR전략실 상무가 지난 4일 한국언론학회 세미나 토론에서 한 말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 증진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은 현실이다. 서비스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비자는 서비스 앞에서 공정하다. 국내 미디어 콘텐츠 업계가 규제와 같은 외적 수단으로 혁신 서비스의 공격을 방어하려고 들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해 승부를 보려고 할지 지켜볼 일이다.


조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