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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21세기 혁신가의 2008년,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엘론 머스크,
실패로 쏘아올린 혁신

by이코노믹리뷰

엘론 머스크, 실패로 쏘아올린 혁신

출처=뉴시스

“실패는 하나의 옵션입니다. 만약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엘론 머스크의 말이다. 동시대 최고 혁신가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런 까닭일까. 저 말이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혁신’이란 단어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실패’엔 갸우뚱하게 된다. 우리는 머스크의 실패를 잘 모른다.


사실 머스크를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만큼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핵심만 설명하면 이렇다. 그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사업가다. 1971년생인 그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첫 회사 집투(ZIP2)를 설립했다. 당시가 1995년이다.


1999년에 집투를 팔아치웠다. 머스크는 27살의 나이에 22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20대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로또에 당첨된 셈 치고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머스크가 원하던 삶은 아니었다. 머스크는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엑스닷컴(x.com)을 세웠다.


도전은 계속됐다. 페이팔을 매각한 머스크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세웠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CEO도 맡았다. 태양열에너지 회사 솔라시티도 창업했다. 머스크에게 이 회사들은 혁신의 전진기지나 다름이 없었다. 인류 최초로 민간사업으로 우주에 인공물을 쏘아 올리는가 하면 고성능 전기자동차를 개발해 전통 자동차 회사들을 혼돈에 몰아넣었다.

엘론 머스크, 실패로 쏘아올린 혁신

출처=뉴시스

암흑의 시간들: 로켓은 추락하고, 가정은 무너지고

그런 머스크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2008년 세계가 금융위기로 시름시름 앓았을 때 머스크도 함께 울었다. 애석하게도 불행은 동시다발적으로 찾아왔다. 거의 파산해서 처가댁 지하실로 이사해야 할 판이었다. 혁신의 불씨가 영원히 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위기는 스페이스X로부터 시작됐다. 사람들은 머스크가 이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비아냥거려왔다. 그의 계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로켓을 만들어 우주에 인공물을 쏘는 데에 엄청난 기술력과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탓이었다. 스페이스X는 미국이나 러시아가 아니었다. 일개 민간 사업자였다.


어쨌든 머스크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유능한 공학자들과 함께 팔콘 1(Falcon 1)을 개발했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이다. 발사장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로 제대로 쏘아 올리기만 하면 비아냥거리던 이들에 비웃음을 날려줄 수 있었다.


쉽지 않았다. 2006년 첫 발사 시험이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다. 팔콘 1은 하늘로 날아오르자마자 연료 누출로 화염에 휩싸였다.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발사 시험도 실패로 끝났다. 천문학적인 돈이 공중분해됐다. 머스크는 물론 함께 일한 공학자들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네 번째 로켓 발사를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엘론 머스크, 실패로 쏘아올린 혁신

출처=스페이스X

테슬라도 위기의 근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GM을 넘어서겠다는 야심은 마음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세상에 ‘테슬라’ 이름 석 자를 알릴 첫 차인 로드스터를 제때 출시하지 못했다. 배터리와 변속기를 비롯한 각종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식 판매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소비자들의 원성만 높아졌다.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때마침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돈을 풀었다. 테슬라와 솔라시티에 각각 7000만달러와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주변에선 더 많은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는 머스크를 두고 말했다. “그는 큰돈을 벌어서 가장 빨리 없애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비즈니스가 안 풀리는 것도 모자라 개인사까지 흉흉했다. 캐나다 퀸즈대학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아내 저스틴 윌슨과 이혼했다. 아내의 입장은 명확했다. 머스크가 일에만 너무 몰두해서 가정에는 소홀하니 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섯 명의 자식을 둔 머스크는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결국 아내에게 거액의 위자료와 자녀 양육비, 그리고 테슬라 로드스터 1대를 주는 걸로 결혼 생활을 마무리했다.

혁신은 계속된다: 자기부상열차부터 화성 식민지까지

실패의 그늘은 영원하지 않았다. 결국 행운을 가져다준 건 스페이스X였다. 2008년 9월 네 번째 로켓 발사 시험이 대성공을 거뒀다. 비웃던 이들도 머스크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스페이스X에 1조6000억원 상당 로켓 발사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머스크는 이렇게 답했다. “사랑합니다.”


구사일생이었다. 여전히 스페이스X는 종종 로켓 발사에 실패하고 있다. 하지만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돈도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우주에 물품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에 수주가 몰렸다. 현재 10년 치에 가까운 발사 스케줄이 가득 찬 상태다. 폐업 위기에 몰렸던 스페이스X는 1년에 10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엘론 머스크, 실패로 쏘아올린 혁신

출처=스페이스X

머스크는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테슬라 모델 3를 공개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가격이 3만5000달러(4000만원)인 이 자동차는 고성능 스포츠 전기차이자 자율주행 기능까지 탑재한 커넥티드카다. 2017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삼았는데 공개되자마자 산업 패러다임 뒤흔들 잠재력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전예약 한 달 만에 40만대 이상의 계약고를 올렸다.


황당무계한 것으로만 여겨졌던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도 조금씩 현실적 무게감을 얻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터널에 자기부상열차를 띄워 최고 1280㎞/h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기차다. 상용화될 경우 서울부터 부산까지 16분 만에 주파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허무맹랑한 먼 미래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추진체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머스크는 ‘우주 인터넷(Space Internet)’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40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날려 지구는 물론 화성까지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3월에는 4000대 중 첫 인공위성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오는 2020년에는 본격적으로 위성 통신망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구촌을 에워쌀 만큼 인터넷망이 구축되면 화성까지 인터넷 신호를 보낼 예정이다.


2025년에는 화성에 사람을 보낼 생각이다. 애초에 스페이스X 설립 목적 자체가 우주여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22세기에는 적어도 100만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것이다.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젠 황당한 얘기로만 들리진 않는다. 머스크는 말했다. “가능성이란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다.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글. 조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