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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모난 자투리 땅에 들어선
스마트 주택, 분당 운중헌

by이코노믹리뷰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에 위치한 운중헌은 안정감과 개방성을 갖춘 전원주택이다. 건축가 구승민은 건축주 부부의 희망 사항을 모난 자투리 땅에 실현하기 위해 건물의 구조와 땅의 형태를 최적화했다. 더불어 IT업종 종사자인 건축주가 직접 개발한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현대적이면서도 편리한 전원주택이 완성됐다.

 

오랜 시간을 아파트 문화에 젖어 살던 젊은 부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마련한 끄트머리 모난 자투리땅에 재미있는 집을 짓고 싶었다. 하지만 땅은 특별한 모양 때문에 제약도 많았다. 건축가 구승민은 궁리 끝에 건물은 들어 올리고 지하를 넓게 팠다.

 

우선 갤러리를 갖고 싶다는 부부의 의견을 반영해 넓은 지하를 갤러리로 만들었다. 지하는 얼핏 어둡다고 생각하기 쉬운 공간이지만, 넓은 중정을 통한 빛이 지상 못지않게 밝다. 이렇게 빛을 받은 사방의 벽은 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가 된다.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지하까지 뚫고 내려간 공간에는 마당을 만들어 지하에서도 지상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했다.

 

도로가 양쪽으로 위치한 건물의 뒤뜰 2.5미터가 집을 지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가뜩이나 모난 땅에 구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건축가는 일반적인 집의 구조를 구부려 공간활용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이렇게 전체 구조를 땅에 맞춰 구부리는 과정에서 일조권이 나빠질 우려가 생겼다. 이에 건축가는 중정을 크게 뚫어 빛을 넓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모난 자투리 땅에 들어선 스마트 주택

1층에는 건축주의 어머니가 생활하는 방이 있는데 여기에서 중정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반 층 정도가 높아 2층에서 생활하는 건축주 부부와 자녀, 그리고 1층에서 생활하는 건축주의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2층은 본격적인 부부의 주거 공간으로 집의 외적인 형태는 성처럼 안전하고 폐쇄적이지만 내부공간은 주방과 거실이 원룸처럼 이어져 있어 개방적이다. 더불어 큰 창이 있어 시야 또한 넓게 트여있다. 중정을 향한 방향에도 유리를 둘러 마당을 내려보고 더불어 채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계단은 집의 수직 구조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지하부터 옥상까지 오솔길처럼 올라가면서 마치 산책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지하부터 1층과 2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계단은 정원이 조경 되어 있는 옥상까지 이어진다.

모난 자투리 땅에 들어선 스마트 주택

개방적인 채광과 조망, 그리고 안정적인 구조

건축주는 애초 설계에서 풍수에 따라 출입구의 방향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집의 방향을 모두 바꿀 것을 주문했지만, 전체적인 채광이나 환기를 고려해 출입문의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협의했다. 입구는 집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의 안쪽에 있는 브리지를 통해 출입문에 닿게 되어있다. 이는 출입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더불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재미있는 것은 집이 통풍이나 빛을 받아들이는 면에 있어서는 매우 개방적이지만, 형태적으로는 철옹성 같은 형태로 매우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도로를 마주한 공간은 방이면서 동시에 벽이자 차음막 역할을 한다. 이 공간에는 1층과 2층 모두 화장실을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면서 더불어 소음을 차단하고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도록 안배했다.

 

건축가 구승민은 기본 주택의 구조를 굽히는 방식으로 땅에 어렵사리 집을 맞췄기 때문에 각층의 마당 개념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2층을 띄우는 필로티(Piloti) 구조로 1층과 지하는 중정을 바라보면서 2층 밑의 공간을 건물 내부에 끌어들인 마당으로 활용한다. 2층 역시 건물 중정을 바라보는 벽을 유리로 처리해 마당이 있는 듯한 효과를 노렸다. 더불어 건물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공원을 바라보는 넓은 창이 있어 공원을 앞마당처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적 제한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었던 뒤뜰에는 주차 공간을 뒀다.

모난 자투리 땅에 들어선 스마트 주택

스마트 시스템으로 리모콘을 없앤 집

모난 자투리 땅에 들어선 스마트 주택

운중헌의 건축주는 IT업종 종사자로 집의 다양한 요소에 스마트 시스템 도입을 원했다. 건물의 모든 곳에 잇는 조명이 꺼져 있는지 또는, 켜져 있는지 문이나 창문이 열려있는지 닫혀있는지 등을 태블릿에 장착된 스마트 시스템으로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태블릿을 통해 건축주는 냉방, 난방, 환풍까지 집안의 모든 상황을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전력소비를 측정하면서 전기료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알려주는 기능이 있어 과도한 전력 사용을 미리 예방한다. 또한, 이 모든 기능을 스마트폰을 통해 집 밖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안전사고나 범죄를 막는 역할을 한다. 편의성도 뛰어나다. 여름철에는 집에 들어가기 전, 미리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 있고 겨울철에는 미리 난방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상당히 고가의 외국 솔루션들이 대부분인데 건축주가 직접 기술을 개발해 저렴한 비용(약 1500만원)에 시스템을 갖췄다. 밤이 되면 지하에서 유리를 통해 마주한 벽을 스크린으로 삼아 영화를 상영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천장에 매립된 프로젝터나 스피커의 음향을 모두 태블릿으로 조정한다. 굳이 태블릿을 갖고 다니지 않더라도 벽에 고정으로 장착된 태블릿으로 건물 전체의 각종 상황을 확인하고 제어할 수도 있다. 덕분에 복잡하게 리모콘을 늘어놓거나 잃어버릴 일이 없어졌다.

 

모난 땅에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지상, 지하에 모두 밝게 빛이 드는 독립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집이 완성됐다. 땅의 형태와 공간 각각의 쓸모를 최적화하고 건축주의 적극적인 기술참여로 일반적인 건축이 어려운 땅에 쾌적하면서도 안전하고 현대적인 편의성이 돋보이는 전원주택이 들어선 것이다.

모난 자투리 땅에 들어선 스마트 주택

건축가 구승민

모난 자투리 땅에 들어선 스마트 주택

쓸모에 대한 궁리로 땅의 제약을 설계의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운중헌 터는 모난 삼각형 모양의 자투리 땅이었다. 건축주는 활용도가 높으면서 특이한 집을 짓기 위해 8명 정도의 건축가를 만났다.

 

“80평의 대지, 그것도 협소한 폭과 모서리가 맞물린 장소에 주거와 갤러리를 겸하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 건축주의 희망 사항이었습니다. 지상의 용적으로 따져본다면 난감한 부분이었습니다”

 

건축가 구승민이 집중한 것은 쓸모와 공간을 최적화하는 일이었다.

 

“모난 땅에 정형화된 집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땅의 생김새를 가감 없이 다듬으면서 필요한 부분에 집을 쌓아 올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을 넓히기 위해 지하를 활용하면서 과감하게 중심부를 덜어내 모든 층에 균일하게 빛이 들도록 했습니다”

 

삼거리를 앞에 둔 관계로 소음과 더불어 사생활 노출이 우려되기도 했다.

 

“넓은 통창을 설치했지만, 집의 구조는 중정을 둘러싸는 형태로 안정감을 줬습니다. 동쪽에 도로를 마주한 쪽에 화장실을 배치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주거공간을 보호하고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대지의 특이성과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약점이라고 생각되던 부분이 건물의 매력이자 강점으로 자리 잡았다.

  1.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1009-1
  2. 면적: 대지 264.46㎡, 건물 148㎡
  3. 건축비용: 평당 800만원
  4. 특징: 모난 삼각형 땅에 공간과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최적화한 스마트 하우스
  5. 건축가: 구승민
  6. 건축사무소: 꾸씨노(02-3142-7222)

글. 유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