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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김기춘 전 실장 저격한
디시 명탐정...'빛과 그림자'

by이코노믹리뷰

비선실세 최순실 논란과 관련해 2차 청문회가 7일 열렸습니다. 당사자인 최순실이 참석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모르쇠'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최순실을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며 의원들의 질문을 피해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유엔에만 기름장어가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렇게 청문회가 막바지에 이르던 순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심의 카드를 공개했습니다. 과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회에서 최순실과 관련된 현안이 제기되며 그 자리에 김 전 실장이 자리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당시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캠프 법률자문고문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최순실을 몰랐다는 김 전 실장의 논리는 무너졌어요. 김 전 실장은 여유로웠던 태도가 사라지고 크게 당황하는 한편, 소위 '동공지진'과 함께 "나이가 들어서 기억을 못했다"고 해명하면서도 "접촉은 없었다"고 진땀을 흘렸지요.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는 박영선 의원과 손혜원 의원, 그리고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협공이었습니다.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하자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주갤러'가 그 논리를 파괴할 수 있는 동영상을 손혜원 의원에게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전달했고 의사진행을 염두에 둔 손 의원이 박 의원에게 제공했거든요. 거칠게 해석하자면 감청 논란으로 수난을 겪었던 카카오톡과 진실을 밝혀야 할 야당 의원, 그리고 인터넷 파워의 만남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멋진 한판승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주식갤러리는 그 명칭을 명탐정갤러리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주식빼고 다 잘한다'는 주갤러의 승리입니다.

김기춘 전 실장 저격한 디시 명탐정.

출처=캡처

자, 여기서 디시인사이드를 한 번 살피겠습니다. 도대체 디시는 뭐고, 갤러리는 뭔가? 디시인사이드는 주로 디시, 디씨, DC로 불리며 국내 최대 수준의 커뮤니티입니다. 인터넷 문화의 성지이자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인터넷 용어들은 거의 대부분 여기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원래는 카메라 관련 커뮤니티였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갤러리가 속속 등장했지요.

 

초기에는 참 얌전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이돌 생리혈서 사건부터 다양한 강력범죄에 대한 거친 반응까지. 대출 갤러리 논란도 있었고요. 심지어 정치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진보 진영의 든든한 우군이지만 한 때는 일본의 넷우익에 버금가는 정반대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청와대가 사랑했던 '일간베스트'도 그 뿌리가 디시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 차례의 변곡점을 넘었고, 지금은 갤러리를 중심으로 방대한 커뮤니티의 집합체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맞을 것 같습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삼거나 정치 및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거든요. 개인적으로 '허언증갤러리'를 사랑합니다. 네티즌의 톡톡튀는 개그를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어 재미있거든요.

 

그렇습니다. 사실 디시야말로 대한민국 커뮤니티의 총본산이자 거대한 에너지가 흐르는 뜨거운 용광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명인 길라임이 부상하며 '시크릿가든 갤러리'가 부상하고,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이름이 비슷한 연예인인 '지진희 갤러리'가 화제를 모으거든요. 특히 지진희 갤러리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해도 문자하나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국가를 대신해, 지진희 갤러리에는 실시간으로 지진발생 소식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를 활용한 지진감지 앱도 나왔어요.

 

맞습니다. 디시는 갤러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의 집합체로 운영되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사회 전반의 대형 이슈들을 네티즌의 시각에서 살필 수 있는 일종의 '거울'로 변신하고 있어요. 나아가 온라인에서 모여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는 분위기도 연출됩니다.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김 전 실장의 철벽논리를 부수고 지진희 갤러리로 자체적인 지진 경보 시스템도 갖추니까요. 촛불집회에서의 단체행동 등의 뿌리는 뭐..광우병 파동 당시에도 잘 드러났고요. 주식 갤러리요? 이곳의 주갤러들은 막강한 정보력으로 정평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정보가 실제 주식활동에는 영향을 잘 미치지 못했다는 슬픈 전설이...있습니다.

 

새로운 사회인가, 그들만의 폐쇄적 세상인가. 분명 빛과 그림자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디시는 또 한 번 세상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디시는 사랑입니다. 다만 그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따스한 질책과 제재도 포함됩니다. 나아가 사정이 있어 뒤에서 추리를 해야하는 명탐정 코난....아니, 명탐정 갤러리의 의미있는 행보도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명탐정 갤러리에 올라온 짧은 개그 하나 공유하며 마치겠습니다.

 

그분 : 주갤? 뭐하는 놈들이야!!!

부하 : 주식하는 사람들입니다. 주식정보 모으고 공유하는 곳이 주갤입니다.

그분 : 그래? 본보기를 보여야지! 그 자식들 주식 넣은 회사들 모두 세무조사해!

부하 : 이미... 어제 상장 폐지됐습니다... 

 

글.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