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스타트업서 기아차 계열사로 간 CEO..."애플, 네이버 되겠다"

[비즈]by 이코노믹리뷰

서영우 대표는 지난 4월 국내를 대표하는 카풀 플랫폼인 풀러스 사령탑에서 물러나 7월 기아차가 설립한 모빌리티 전문기업 퍼플엠(Purple M)의 선장이 됐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가운데, 카풀 업계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풀러스를 떠나 기아차 계열사 CEO로 이동한 서 대표의 행보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퍼플엠은 전기차 기반의 e-모빌리티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며 기아차의 모빌리티 전략을 책임지는 선봉장이자 '이동하는 모든 것'을 서비스 관점에서 채워나가는 핵심 전력이다. 현대기아차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포티투닷이 퍼플엠에 출자했으며, 네이버 CTO를 역임했던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가 현재 퍼플엠 이사회 의장으로 활약하고 있어 업계의 기대가 크다.


이런 가운데 관심은 현대기아차, 퍼플엠, 그리고 서영우 대표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라는 미래차 전반의 비전을 어떤 방식으로 선명하게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 연장선에서 전기차 시대의 애플, 네이버가 되겠다는 선명한 목표의식이 인상적이다. 가 서영우 퍼플엠 대표를 27일 서울 양재 사무실에서 만났다.

서영우 대표. 사진=최진홍 기자

파도를 타고 올라간다

서영우 대표가 몸 담았던 카풀 플랫폼 풀러스는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해 한 때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2017년 네이버 및 옐로우독, SK 등으로부터 2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대표 카풀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정부와 여당,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사실상 유료 카풀 서비스를 막아버리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서 대표는 4월 풀러스를 떠났고, 현재 국내 카풀 플랫폼들은 대부분 무너졌다.


서영우 대표는 당시를 두고 "파도를 거스르는 느낌"이라 말했다.


그는 "정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세종시에 열심히 출퇴근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일을 하면 할수록 모빌리티에 대한 열망은 커졌지만 여러가지 상황이 겹치며 카풀을 정상적으로 서비스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그렇게 풀러스를 떠난 서 대표는 퍼플엠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새로운 서비스를 이식하는 퍼플엠의 목표달성에 있어 서 대표는 제격이라는 평가다. 카풀이라는 '콘텐츠 서비스'를 매끄럽게 주도했던 상황에서 전기차라는 그릇에 다양한 서비스를 채워넣는 작업은 서 대표가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분위기도 좋다.


서 대표는 "(기아차 계열사인 퍼플엠에 들어오니)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물론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이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100년의 자동차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밀리지 않는 모빌리티 전략을 구상한다는 것 자체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끼는 중"이라 말했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CES2020에서 우버와의 도심항공 플랫폼을 발표하는 한편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송호성 사장도 지난 9월 화성공장을 방문해 오는 2027년까지 전용 전기차 모델 7개를 출시하고 국내외 충전 인프라 업체와 협력을 늘리는 등 전기차 사업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서 대표는 아직 정의선 회장과 실제로 만나지 못했지만,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와 송호성 기아차 사장과는 여러번 만나 모빌리티 전략의 큰 틀을 잡아가는 중이다.


서 대표는 "정의선 회장 및 송호성 사장을 비롯해 그룹 전체가 그린뉴딜을 바탕으로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정부도 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커다란 믿음을 주고 있다"면서 "풀러스라는 스타트업을 이끌 때 조직의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내놔도 성장은 더뎠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함께하는 지금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것은 신중해도,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는 순간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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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성 기아차 사장과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출처=기아차

퍼플엠의 그림은?

서영우 대표는 풀러스의 대표에서 물러나며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과 함께 퍼플엠으로 이동했다.


서 대표의 퍼플엠이 풀러스의 시즌2이자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기아차의 전기차 제조 능력과 카풀 비즈니스를 통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풀러스 '패밀리'의 서비스 능력이 만나는 순간이다.


퍼플엠의 기초적인 전략 방향에 궁금증이 커진다.


일단 지금은 포티투닷의 기술력이 집약된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전기차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예를 들자면, 고객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배터리 안전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양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왓챠와 넷플릭스와 같은 OTT들과 제휴해 고객에게 전기차를 바탕으로 하는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온라인 사업자와, 모든 오프라인 사업자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나아가 "전기차에 서비스를 채워넣는 작업을 홀로 할 필요가 없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시대의 흐름이 전기차 서비스와 다양한 사업자의 제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만들 것이라 예상한다. 아직은 사업 초반이라 큰 그림을 주로 그리는 중이지만 늦어도 내후년에는 실질적인 전기차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 거대한 그림에서 포티투닷과 기아차는 든든한 우군이다. 서 대표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포티투닷과 협력하고,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기아차와 협업하고 있다"면서 "최고의 전기차, 최고의 서비스를 내놓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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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니로. 출처=기아차

"애플, 네이버가 되겠다"

서 대표는 퍼플엠 대표로 활동하며 전기차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 대표는 "전기차를 처음 탔을 때 처음 스마트폰을 손으로 잡았던 느낌이 났다"면서 "새로운 혁신이자 플랫폼의 미래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나아가 "각 국의 전기차 로드맵을 보면 대부분 2030년, 2040년을 말한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전기차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는 이유"라며 "전기차는 스마트폰 이후의 플랫폼이 될 것이며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 확실하다. 그 연장선에서 전기차의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고 전기차의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라 단언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전기차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은 이스라엘과 순위를 다투는 수준이라 생각한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처럼 막대한 자금력도 없고 내수시장도 크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최고 전기차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버려도 된다"고 말했다.


서 대표와 퍼플엠의 꿈은 이러한 자신감 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가 구글을 막아내고 카카오톡이 글로벌 메신저를 밀어냈다"면서 "지금은 테슬라와 같은 미국 전기차들이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으나 조만간 한국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판이 변할 것을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서 대표는 이어 "삼성전자는 바다 운영체제, 스마트폰 옴니아에서 실패했으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의 힘"이라며 "현대기아차는 물론 퍼플엠도 애플처럼 새로운 시대의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네이버처럼 글로벌 기업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현재 수 십명 수준인 직원의 숫자를 공개채용을 통해 더 키울 것"이라며 "모빌리티 서비스의 최종 목표인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생각"이라 말했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20.12.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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