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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알고보면 황당했다"

포켓몬GO, 구글 지도...
우리는 호구였다

by이코노믹리뷰

나이언틱의 포켓몬GO가 국내에 상륙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첫 주 698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민족의 대명절 설 풍경을 확 바꿨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예년같으면 가족들이 모여앉아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고스톱을 치며 "고!(GO)"를 외쳤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방황하며 포켓몬을 찾아 "고!(GO)"를 외친다.

 

증강현실(AR)과 위치기반서비스(LBS), IP(지식재산권)의 삼위일체를 자랑하는 포켓몬GO의 초반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벌써부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상해 우려와 동해안 군사경계지역으로의 침범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지경. 아웃도어 게임의 특성상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기가 시들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말끔하게 날아가는 분위기다. 물론 중장기적 측면에서의 생명력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지만 현 상황으로는 대성공이다.

 

하지만 포켓몬GO의 극적인 출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살피면, 다소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구글 지도 반출과 관련된 이슈, 이후 벌어진 치열한 논쟁의 끝이 너무 허망하게 맺어졌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국내 이용자들은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포켓몬GO, 구글 지도... 우리는

출처=나이언틱

구글 지도가 없어도 되는 거였어?

지난해 포켓몬GO 글로벌 출시가 이뤄진 당시, 스타크래프트부터 롤까지 게임이란 게임은 모조리 섭렵한 국내 이용자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 더운 여름날의 거리를 달리면서 포켓몬을 잡아들이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나이언틱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었고, 국내 이용자들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나이언틱의 실수로 일부 동해안 지역에 포켓몬GO가 열리자 이용자들이 질풍처럼 달려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지도 반출 이슈가 터졌다. 당시 구글은 국내 지도의 반출을 허용해달라며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연구원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구글이 원하는 것은 영상정보가 아닌 실측 데이터였으며, 이 지점에서 구글은 실측 데이터를 반출해 외국의 분산형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에 서버를 두는 행위’ 자체에 반대하고 나섰다.

 

재미있는 논란이 벌어졌다. 구글이 지도 반출을 원하자 정부는 지도의 영상정보 중 민감한 안보시설 등을 지워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A를 원한다면 B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구글은 반발했으며 이 과정에서 법인세 및 세금 탈루 논란도 터져나왔다. 구글이 지도를 반출하려면 영상정보의 안보시설을 블로처리 해야 한다는 주장, 나아가 국내 사업자를 중심으로 전개된 지도 주권 및 세금 문제, 여기에 맞서는 구글의 '신기술 도입 주장'이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더니 급기야 안보 문제가 모든 것을 정리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1/5000 대한민국 정밀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최종 불허 결정이 나기 전, 구글은 포켓몬GO를 들어 '신기술 도입 주장'의 살을 붙인 바 있다. 포켓몬GO가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이유는 지도 반출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신기술을 국내 이용자들이 만끽하려면 당장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구글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다.

 

하지만 막상 국내에 출시된 포켓몬GO는 오픈스트리트맵으로 구동된다. 포켓몬GO가 사실상 증강현실보다 위치기반서비스 게임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황당한 일이다. 구글이 볼모로 잡았던 포켓몬GO는 굳이 구글 지도가 반출되지 않아도 실행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포켓몬GO를 포기해도 안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용자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론적으로 쓸데없는 논쟁이었다. 소위 구글에 낚인 셈이다.

포켓몬GO, 구글 지도... 우리는

출처=구글

"장난질을 막아라"

물론 구글의 정밀 지도가 아닌 비영리기반의 오픈스트리트맵을 기반으로 하는 포켓몬GO는 위치기반서비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지 못하다. 비수도권의 경우 멀쩡한 길이 끊겨있거나 아예 게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만약 구글의 주장대로 구글 지도 기반으로 작동됐다면 더 정밀한 게임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해 일정정도의 수익을 내는 것도 충분히 여지가 있다.

 

하지만 구글 지도 반출이 있어야지만 포켓몬GO가 구동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분명 문제다. 결국 구글은 자신들의 노림수를 달성하기 위해 자사 사내벤처를 앞세워 대한민국을 협박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안보 이슈까지 끌고와 한바탕 난리를 쳤다. 소모전만 벌인 셈이다. 현재 나이언틱은 국내에 포켓몬GO를 출시하며 상당히 기대하는 눈치다.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게임 강국의 '위상'에 집중한다는 후문이다. 어차피 칼은 우리가 쥐고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냉정한 상황 판단, 그리고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노림수를 정확히 간파해야 하는 눈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