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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아무리 붉은 것은 3배 빠르다지만

벚꽃 갤럭시S8 논란

by이코노믹리뷰

어디서 보던 장면인데...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약판매만 100만대를 넘기며 초유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왕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습니다.

 

LG G5의 실패에 허덕이던 LG전자는 올해 LG G6를 빠르게 출시하며 기선제압을 노렸지만 갤럭시S8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화웨이는 P10 글로벌 출시를 시작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언제 출시할 지 예상도 되지 않아요. 모든 경쟁자를 몸 사리게 만드는 위력. 올해 가을이 되어 아이폰8이 나와야 뭔가 판이 변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갤럭시노트8이 나오겠죠?

 

하지만 갤럭시S8이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예단할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불안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벚꽃 에디션?

먼저 벚꽃 에디션이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일부 갤럭시S8에 붉은빛이 감도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어 논란이에요.

 

뽐뿌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속속 "갤럭시S8 벚꽃 에디션을 구입했다는 말과 "뽑기폰의 위엄"이라는 조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각적 강점을 내세웠던 갤럭시S8 입장에서는 뼈 아픈 지적입니다.

 

삼성전자는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일단 개인의 시야각이나 주변 조명의 변수를 이야기 합니다. 보기에 따라 일부 갤럭시S8이 붉은빛을 띄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초 제품을 받아본 사람들 중 누구는 붉은빛이 보이지만 누구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설명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누가 봐도 '붉은빛이 강하다'는 것에는 적절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자체결함이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뚜렷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설정값 조정을 통해 붉은빛을 사라지게 만드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서비스센터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말하기도 해요.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반도체 불량과 발광 소자의 오류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는 의심도 있어요. 이러한 문제제기의 근원에는 "분명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벚꽃 갤럭시S8 논란

붉은빛이 보이는 갤럭시S8. 출처=뽐뿌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갤럭시S8의 벚꽃 에디션 현상을 삼성전자도 알고 있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거든요. 지난 19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등장한 콘텐츠, '가장 안전한 스마트폰을 향한 노력… 갤럭시 S8 혁신의 현장'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안정성 논란을 빚었던 과거를 걷어내고, "갤럭시S8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상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제품기술팀 전무와의 인터뷰가 핵심인데요, 네티즌들이 주목한 것은 홍보영상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갤럭시S8 배터리 안정성 검사의 중간. 갤럭시S8의 디스플레이가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한 눈에 봐도 붉은 디스플레이가 여럿 보입니다.

 

그런 이유로 네티즌들은 "갤럭시S8은 진정한 뽑기폰"이라는 '웃픈유머'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뽑기폰이라는 농담은 모바일AP와 같은 부품들이 동일한 제품에 다양하게 적용되어 생긴 농담이에요. 예를 들어 같은 갤럭시S8이라도 어떤 제품은 엑시노스9이 들어가고 어떤 제품은 스냅드래곤835가 들어가 성능의 미세한 차이가 발견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갤럭시S8 붉은빛 논란은 이와는 또 다른 개념의 뽑기폰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셈이네요.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언론을 통해 "해당 영상의 갤럭시S8은 최종 액정 튜닝을 거치지 않았다"며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전합니다.

벚꽃 갤럭시S8 논란

캡쳐 영상.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어디서 보던 장면...

자, 사실 아무도 속 시원하게 갤럭시S8 벚꽃 에디션 현상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예단은 위험하다는 것을 밝힙니다. 삼성전자의 말 처럼 별 것 아닌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 당시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지난해 8월24일 뽐뿌에는 갤럭시노트7이 불탄 사진이 올라옵니다. 공개한 사진에는 검게 그을린 갤럭시노트7 사진과 함께 ‘충전 중 갑자기 폭발했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눈길을 끌었어요.

벚꽃 갤럭시S8 논란

갤럭시노트7 발화 사진. 출처=뽐뿌

사태가 전기를 맞이한 것은 유사한 사례가 속속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를 통해 등장하면서죠. 대부분 갤럭시노트7가 뜨거워 지더니 좌측 측면이 불에 타 그을렸다는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덩달아 해외에도 갤럭시노트7 폭발 현상이 보고되기 시작했죠. 갤럭시노트7을 구입했다는 외국인은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을 올리며 "갤럭시노트7이 충전 도중 폭발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즉각 사태진화에 나섰습니다. 국내 통신사 공급을 막는 한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진 및 실무진 전원이 구미공장에 내려가 갤럭시노트7 폭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죠. 하지만 처음에는 '큰 문제가 아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방송에 출연해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을 제기한 사람을 블랙컨슈머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고, 중국에서 벌어졌던 발화 사건은 철저하게 외면했습니다. 중국 배터리를 사용한 갤럭시노트7은 안전하다는 스스로의 전제를 맹신한 나머지, 가뜩이나 어려운 지경이던 중국 시장의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을 애써 피하는 초유의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갤럭시노트7이 조롱거리로 전락하자 삼성전자는 리콜 일정을 발표, 새롭게 갤럭시노트7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같은 사건이 벌어지자 결국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을 선언하지요.

 

당시 삼성전자의 행보를 보면 사건 발생부터 '외면'-'일 커짐'-'어설픈 수습'-'일 더 커짐'-'파국'의 순서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갤럭시S8에 벌어지는 논란은 이 첫 단계의 '외면'과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물론 아무일 아닐 수 있어요. 디스플레이 색 문제는 여러 번 불거졌던 이슈이기도 하니까요. 삼성전자의 설명처럼 기기의 문제가 아니며, 불편하면 간편하게 조정하면 끝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당시 문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 자체가 불거졌다는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벚꽃 갤럭시S8 논란

갤럭시노트7 사과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리스크가 꽤 있어

갤럭시S8이 개통 이틀만에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9일의 경우 오후 8시까지 총 6만3400대가 개통됐다고 하네요. 지난 18일 21만대 개통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지요. 다만 이는 인기가 시들한 것이 아니라 물량의 확보적 측면으로 보입니다. 큰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물량이 떨어져 일시적으로 잘 팔지 못하네요. 신난다!'고 하기에는 씁쓸한 뒷 맛을 남깁니다.

 

갤럭시노트7 초반에도 물량에 대한 공포로 인해 초반 수급이 원만하지 못했던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수요예측은 어렵다고 하지만 미국과 브라질을 비롯해 인도까지 진격하는 삼성전자의 SCM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벚꽃 갤럭시S8 논란

갤럭시S8. 출처=삼성전자

게다가 빅스비 이슈. 만능키 기능을 묶어 빅스비 생태계를 키우려는 삼성전자의 시도가 많은 질타를 받는 것도 불안합니다. 물론 "구글 어시스턴트를 쓰고 싶다고!"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야속하겠지만. 이것 역시 가벼운 논란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자체의 이슈도 마찬가지. 인공지능 플랫폼의 강점이라는 삼성전자의 설명과는 달리, 기능 자체는 경쟁자와 비교해 많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딥러닝 기술을 통해 나름의 강점을 잡는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방침이지만, 아직은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중론이지요.

 

이것 뿐인가요. 기기 자체의 아쉬움도 있어요. 특히 지문 센서의 위치가 화두. 지문 인식 스캐너를 단말기 후면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트렌드인 반면, 갤럭시S8은 이를 후면 카메라 렌즈 오른쪽에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사용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와요. 특히 지문 인식을 사용할 경우 근처에 있는 카메라 렌즈를 만질 수 있어, 더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갤럭시S8의 카메라 기능도 구설수입니다. 발전이 없었거든요. 최근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이 뜨고, 페이스북도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이미지 사업에 큰 관심을 두는 상태에서 다소 아쉽습니다. 듀얼 카메라 기능은 커녕 전작인 갤럭시S7과 비교해도 나아진 것이 없어요. 듀얼 픽셀을 적용했으나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조와는 다소 동 떨어진 기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벚꽃 갤럭시S8 논란

샤오미 미6. 출처=샤오미

스멀스멀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중국의 샤오미가 19일 자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6를 정식으로 공개했죠.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모바일AP입니다. 최근 샤오미가 자체 모바일AP를 공개하기는 했으나 중저가 라인업에만 탑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 미6의 두뇌는 스냅드래곤835입니다.

 

메모리는 6GB며 저장용량은 64GB와 128GB로 꾸려졌어요. 여기에 세라믹 소재를 사용한 최상위 모델이 있는 구조입니다. 5.5인치 디스플레이에 1200만 화소 후면 카메라가 눈길을 끌어요. 좌우 베젤리스 디자인으로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조도 충실하게 따라갔죠. 그런데! 가격은 약 41만원에서 49만원에 불과합니다. 하드웨어 스펙만 보면 갤럭시S8과 비슷한데 가격은 반 값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부정적인 이슈만 주욱 나열했지만, 사실 갤럭시S8은 역대 최고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은 최강의 스마트폰이 분명합니다. 더 큰 악재가 없는 한 갤럭시S8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이슈도 냉정하게 살피기는 해야죠. 갤럭시S8 벚꽃 에디션 문제. 초반에 흘러가는 별 것 아닌 일로 넘어갈 여지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당시에도 초반 다들 그렇게 생각했죠. 불안합니다. 나아가 스펙 및 인공지능 빅스비 논란을 비롯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 이슈까지. 갤럭시S8이 걸어갈 길이 마냥 평탄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세상이 참, 쉽지 않아요.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