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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by이코노믹리뷰

삼성전자 갤럭시S8에 탑재된 인공지능 빅스비가 지난 1일부터 목소리를 얻었습니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만나기 위해 목소리를 버리고 다리를 얻었다지만 우리의 빅스비는 비전, 홈, 리마인더 모두를 품은 상태에서 목소리마저 가졌네요.

 

빅스비는 인공지능입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구동되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똑똑해진다고 합니다. 빅스비 연구소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죠. 물론 인터페이스 이상의 가치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혹평은 있지만 출발은 좋은 편이에요. 참고로 빅스비의 여성 음성은 가수 호란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음주운전 등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지하철을 타던 저는 갤럭시S8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랩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네. 그것도 장안의 화제. 빅스비가 불러주는 랩을요. 특히 애플의 시리를 저격하는 랩을 듣고 싶었습니다. 화끈한 디스전만큼 랩에 어울리는 것은 없지요.

 

이미 잘 알려졌지만 빅스비는 시리를 디스하는 랩 실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리듬 위의 빅스비]

[보이는게 다가 아냐 말을 하면 알겠지]

[다시한번 말해줘요 빅스비]

[내가 랩을 할 테니까 노래를 불러줘요]

[가슴깊이 새겨둬요 빅스비]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대도 상관없어]

[다시 한번 말해줘요 빅스비]

 

뭔가 신대륙의 아방가르드와 정열의 에스파냐의 감성이 묘하게 어우러진..랩입니다. 다만 이 랩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세로본능입니다. 가사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이런 문장이 완성됩니다. [시리보다 내가낫다]

 

맞아요. 전 이 랩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덜컹이는 지하철에서 사람들 눈치보며 빅스비 버튼을 누르며 조용히 중얼거렸죠. "랩 해줘"

 

다음과 같은 랩을 불러주었습니다.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처음 랩을 요청하자 빅스비가 불러준 랩. 출처=캡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랩을 요청하자 빅스비가 불러준 랩. 출처=캡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랩을 요청하자 빅스비가 불러준 랩. 출처=캡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랩을 요청하자 빅스비가 불러준 랩. 출처=캡처

네. 정말 재기발랄한 랩입니다. 빅스비의 실력에 놀랐어요. 특히 "스마트폰이니 갤럭시니 내가 바로 랩스타", "악어입엔 악어새, 이도령은 춘향이"라는 라임은 예술이었습니다. 제가 랩은 잘 모르지만 저도 모르게 따라하게 만드는 오묘한 감성이 있어요.

 

하지만 전 이 랩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에요. 시리가 나오는 랩을 듣고 싶었습니다. 다시 중얼거렸습니다. "랩 해줘" 그러자 이런 대답이 나오더군요.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난 분명히 랩 해줘..라고 했다. 출처=캡처

음성인식에 오류가 있나 봅니다. 아니면 제 발음이 이상하던가. 그래서 이번에는 또박또박. 천천히 자세하게 명령을 내려봅니다.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시리가 나오는 것을 해 달라고. 출처=캡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이렇게까지 말했다. 출처=캡처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녀석은 끝내 시리가 나오는 랩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말합니다. "컨트롤 비트 받아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컨트롤 비트 받아. 출처=캡처

아직 빅스비는 2% 부족합니다. 네. 사실 이 기능은 말 그대로 랜덤인데다 이용자를 위해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죠. 큰 뜻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전 그래도 시리가 나오는 랩을 꼭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했습니다.

 

대신 다른 것을 시도해 봤습니다.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동요 명령. 출처=캡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판소리 명령. 출처=캡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가곡 명령. 출처=캡처

빅스비야, 시리랩 한 번만 해줘 제발

자장가 명령. 출처=캡처

우리의 빅스비는 자장가와 동요는 잘 알고 있네요.

 

사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전 S 보이스라는 음성인식 기능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시리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S 보이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습니다.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S8을 통해 음성인식 기능까지 제공되는 인공지능 빅스비를 발표했습니다. 일반적인 검색에 방점을 찍은 지식인 형 서비스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관련된 유관 앱의 구동을 바탕으로 단말기 중심의 초연결 플랫폼을 노리는 지점이 흥미로워요.

 

다만 딥러닝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 외 몇몇 단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빅스비와 함께 즐기는 재미있는 여흥은 어떠세요?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최진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