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구동 K9이야,너무 잘생겼어"..기아 K7 프리미어

[테크]b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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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출시 이래 기아차 특유의 스포티한 디자인과 뛰어난 편의성을 앞세워 반짝 인기를 끌었던 K7이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BMW의 플래그쉽 세단 7시리즈도 전방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혁신적이고 훌륭한 차를 만들어냈지만 디자인에서 밀리면서 애석하게도 벤츠 S클래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마치 뛰어난 상품성으로 무장해도 현대 그랜저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판매고를 기록하는 기아 K7처럼 말이다.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는 K7 프리미어를 만나기 위해 시승차가 모여 있는 경기도 파주로 향했다. 최근 현대기아차 행보에 맞게 페이스리프트지만 풀 모델 체인지에 버금가는 변화를 거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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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정직하게도 캐릭터라인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바꿨다. 기존 모델의 날카로움은 유지하면서 더 묵직하고 담대해진 인상이 돋보인다. K9이 흰수염고래라면 이쪽은 백상아리에 가깝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보다 면적을 크게 넓혔다. 그릴 안쪽 살의 두께를 키우고 꺾이는 부분을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여 입체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릴 양 옆으로 연결된 헤드램프와 통일감도 높였다.


LED 헤드램프는 더 얇아져 날렵해지고 내부 그래픽을 바꿔 세련미를 더했다. 주간주행등의 ‘7’자 형태를 램프 바깥쪽에 배치해 밋밋하게 보였던 기존과 달리, 그릴을 타고 흐르는 디자인으로 바꿔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 덕분에 멀리서 봐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범퍼 디자인 역시 더 공격적으로 변경했다. 기존 4구 LED의 아이스큐브 안개등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송곳니를 연상케하는 방향지시등을 넣었다.


측면은 변화가 거의 없다. 마이너체인지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다. 대신 전후방 범퍼디자인을 살짝 늘리면서 전장이 25mm 정도 길어졌다. 제네시스 G80보다 길다. 차급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진다. 새로운 디자인의 19인치 휠은 이전에 출시된 더 뉴 K5의 스퍼터링 휠과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굵은 선이 돋보이는 외관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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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역시 변화 폭이 큰 편이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바 형태의 장식을 추가해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바 안쪽에는 분할된 형태의 조명을 넣어 신선함을 더했다. 과격한 전면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중후한 인상이다.


다만 방향지시등을 벌브타입으로 유지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보니 점등된 LED램프와 방향지시등의 이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또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리어램프가 너무 높게 배치돼 다소 붕 뜬 느낌이 드는 것도 여전하다


하단 대구경 듀얼머플러는 스포티지 더 볼드와 마찬가지로 훼이크다. 진짜 머플러는 범퍼 안쪽에 숨겨져 있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친환경’느낌을 내고자 머플러를 숨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일까. 최근 벤츠, 아우디 등 다양한 브랜드가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머플러가 멀쩡히 양갈래로 있음에도 애써 숨겨놓고 장식으로 대체한 것을 소비자가 좋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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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만큼이나 실내 역시 큰 폭으로 변했다. 그 중에서도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개선이 도드라지며 실내 전반의 분위기를 바꾼다. 시승차는 ‘새들브라운’ 컬러의 나파가죽이 적용됐다. 이전 뱀가죽을 연상케 했던 퀼팅무늬가 K9과 비슷한 패턴으로 변경돼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여기에 다양한 색상을 지원하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더해져 야간 주행에 즐거움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손이 많이 닿는 곳곳에 피아노 블랙 내장이 쓰였는데 오염과 흠집에 취약하고 반사가 잘 일어나 득 보다는 실이 커 보인다.


운전석 시트는 쿠션이 부드러운 편이다. 조절범위가 넓고 허벅지 받침까지 전동으로 연장할 수 있어 안정적인 자세를 연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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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은 이전과 동일하다. 전자식 변속레버가 적용되면서 수동 기어조작을 위한 패들쉬프트가 추가됐다. 기존에는 3.3L 모델에만 있던 사양이다. 그 너머로 12.3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서 K9에서 선보였던 구성이다. 화질이 선명하고 움직임이 부드럽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에 따라 변하는 테마도 제법 볼 만하다.


계기판을 통해 차량에 관한 각종 설정을 제어할 수 있던 기존 모델과 달리 메뉴 상당수를 터치스크린으로 옮겼다. 방향지시등 점등 시 사각지대를 비춰주는 후측방 카메라도 적용됐다. 꽤나 유용한 기능이지만 차선 변경 때 습관적으로 고개가 돌아가 막상 계기판을 보는 일은 드물었다. 최근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는 HUD는 화질과 표시되는 정보에 아쉬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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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역시 K9에 쓰인 구성으로 기존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매립형을 유지하고 화면 크기만 키웠다. 최근 추세인 플로팅 타입 모니터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부 소비자들이 환영할 만한 구성이다. 해상도가 높고 터치 반응도 빠르다. 특히 내비게이션, HD DMB, 서라운드 뷰 등 시인성이 요구되는 기능일수록 만족도가 높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등 최신 폰 커넥트도 이용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라는 범상치 않은 기능이 최초로 탑재됐다. 계곡 물소리, 잔잔한 파도소리, 모닥불 소리 등 소위 ‘백색소음’을 들려준다. 운전자의 심신안정에 도움을 줘 ‘로드레이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일까.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이 없는데 이왕이면 원하는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쏘나타에 먼저 선보였던 빌트인캠도 추가됐다. 기어 레버 뒤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앞뒤로 10초간 녹화된 클립이 따로 저장되어 스마트폰 등으로 전송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재 QHD, UHD까지 보편화 되고 있는 블랙박스 화질을 생각하면 전방 FullHD, 후방HD 화질은 아쉽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운행하는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화질은 부족한 감이 있다.


투박했던 이전의 버튼은 무광 크롬을 덧대 깔끔하게 정리했고 조작감도 좋아졌다. 아날로그 시계는 아쉽게도 삭제됐다. 공조장치 조작부 역시 같은 스타일로 다듬었고 별도의 화면이 추가돼 시인성이 높아졌다. 다만 온도조절과 풍량조절은 모두 토글방식인데 조작편의성이 다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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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스팅어에 쓰인 전자식 변속기가 적용돼 조작이 간편해졌다. 아래엔 열선 및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 완소 옵션들이 사이 좋게 자리했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도 로터리식으로 변경. 조작감은 좋으나 이상하게 조립품질이 떨어져 보인다. 아울러 먼지가 잘 타는 피아노 블랙으로 도배했다. 기사가 없는 오너 입장에서 보면 무척 신경쓰일 부분이다.


그밖에 쏘나타에 탑재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조수석 릴렉스 컴포트 시트는 탑재되지 않았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위해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여태 왜 없었는지 의아한 전좌석 상하향 풀오토 윈도우가 드디어 탑재됐고 개방감이 좋은 파노라마 썬루프도 좋은 구성. 차광막 커버 닫히는 속도가 전세계 브랜드 중 가장 빠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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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변화가 미미하다. 체급에 맞게 넉넉한 공간은 토요타 아발론, 볼보 S90 등 비슷한 체급의 전륜구동 세단과 비교해도 넓은 편이다. 센터터널을 낮게 설계해 가운데 좌석도 큰 불편 없이 앉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트는 등받이 각도도 꽤나 누워있다. 편안하지만 시트 방석 길이가 다소 짧게 느껴져 아쉬웠다. 여유롭다 못해 광활하기까지 한 레그룸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시트 길이를 늘렸으면 좋았겠다. 헤드레스트가 상당히 말랑해 머리를 편안하게 받쳐준다. 최근 플래그쉽 세단에 흔히 제공되는 ‘목 배게’ 수준이다.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속에 있는 철제 프레임이 만져질 정도다.


이밖에 암레스트 버튼, 후방 전동 블라인드, 측면 수동커튼, 뒷좌석 열선 등 편의장비도 넉넉하게 챙겼다. 뒷좌석에서도 후방 블라인드를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이 없는 게 아쉽다. 이글거리는 뙤약볕아래 진행된 행사라 그런지 2열 통풍시트 부재도 아쉽게 느껴졌다. 사장님용 차라기 보다는 오너 드라이버 콘셉이 그대로 드러난다. 충전용 USB 포트 2구개 달렸는데 원가절감인지 커버는 없앴다. 암레스트 수납공간 안쪽에 12V 아울렛이 하나 있다.


트렁크 역시 기존의 넓은 용량 그대로다. 열림버튼이 어디 있나 한참 찾았는데 최신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아 엠블럼을 눌러 여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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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출발과 복귀로 나누어 진행됐다. 파주출판단지와 남양주 화도읍을 오가는 편도 80km의 코스다. 먼저 동승한 기자에게 운전석을 넘기고 오롯이 뒷좌석에 앉아 승차감을 경험했다. 부드러운 6기통 엔진음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느끼기 힘들 만큼 조용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2열에도 추가되면서 풍절음 또한 부각되지 않는다. 다만 2열에 탑승했을 때 노면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이전 모델에서도 지적되던 부분이나 개선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승차감 역시 차분하다. 19인치에 달하는 휠 덕에 노면의 진동은 간간히 전달됐지만 편안한 승차감을 해질 만큼 거슬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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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석에서도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차급에 걸맞게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모두 안락함하다. 날렵한 외관과는 달리 성격은 느긋하다. 기존모델과 동일한 3.0L GDi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역시 민첩함보다는 효율과 내구성을 더 중시했다. 스포츠 모드로 바꿔도 변화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가속페달의 반응이 민감해지고 스티어링 휠은 무거워지지만 변속기의 반응은 컴포트 모드와 큰 차이가 없다. 운전자는 아쉽지만 동승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운행 환경에 따라 답력을 조절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은 기존 모델에 비해 응답성이 향상됐다. 거진 5m에 달하는 차체를 가뿐하게 제어한다. 다만 시승차인 3.0L 모델에는 R-MDPS(랙 타입)가 적용됐지만, 주력인 2.5L 모델은 기존의 C-MDPS(칼럼 타입)가 들어간다. 약간의 차이가 예상된다. 차급이 아닌 트림에 따라 파워스티어링 타입에 차이를 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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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주행보조시스템은 매년 완성도가 높아진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가속 및 감속을 부드럽게 수행하며 차로유지보조기능은 굴곡이 심한 구간도 매끄럽게 따라나간다. 지속시간도 이전보다 상당히 길어져 ‘반자율주행’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단속구간에서 규정속도를 맞춰주거나 터널이나 지하도를 만나면 자동으로 창문을 닫아주는 기능 역시 배려가 넘친다. 터널을 빠져나와도 다시 열어주지는 않는다.


왕복 약 160km 가량을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10.1km/l다. 고속주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시승 간 급가속 등 과격한 주행이 자주 동반됐음에도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준수한 수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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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인 2.5L 모델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이날 함께한 K7 프리미어는 ‘정말 좋아졌다’는 말로 칭찬이 절로 나온다. 잘생긴 외모에 풍부한 편의장비, 넓고 안락한 실내공간까지 대형세단으로서 갖춰야 할 것을 모두 갖췄다. 리어램프까지 가로로 이어놨으니 그랜저에 밀릴 것도 전혀 없다. 전륜구동 K9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실내도 럭셔리하다. 다만 새로운 편의장비와 파워트레인이 초기 품질에서 어떤 문제를 낳을지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K7 프리미어의 경쟁력은 단연 디자인이다. 오히려 그랜저와 많은 요소를 공유하기에 K7 프리미어의 뛰어난 디자인이 돋보일 수도 있다. 다행히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사전계약 열흘 만에 약 1만여 대가 계약되면서 그랜저의 지난달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상대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그랜저 역시 풀 모델 체인지급 변화와 함께 올해 말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의 출시를 기다리며 구매결정을 유예하는 예비고객도 적지 않다. 한 지붕 두 가족의 싸움이지만 K7 프리미어가 그랜저의 공세를 잘 막아낼 수 있을지, 반년 천하로 끝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한 줄 평


장점: 준대형 세단의 안락함과 매력적인 외관 디자인..현대보다 잘 한다!


단점: 먼지 잘 끼는 피아노블랙 너무 과하다. 속 보이는 옵션 구성은 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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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2019.11.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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