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독일차,기막힌 타이밍..볼보 S60

[테크]b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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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는 단연코 '볼보'다. 올해 수입차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 서서히 침체기로 접어드는 가운데 혼자만 승승장구하고 있다. V60CC 같은 일부 차종은 무려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수제작차도 아니고 줄 돈 다주는데 1년을 기다리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더구나 7월부터 거세진 반일 감정의 반사이익도 그대로 받고 있다. 일본차 구매을 고려해온 소비자들이 독일차보다는 볼보 쪽으로 기울어서다


이런 기막힌 타이밍 속에 볼보의 인기를 부채질할 신차가 또 나왔다. S60 세단이다. 지난 8월 출시와 동시에 올해 국내에 들어올 물량이 모두 동이 났다. 지금 계약하면 내년 초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8년 만에 돌아온 S60은 여러가지로 매력적이다.


S60은 먼저 출시된 V60CC(크로스컨트리)와 똑같은 차체를 쓴다. 다른 점은 S60이 전륜구동, 차고가 높지 않은 세단이라는 것, V60CC는 왜건 스타일에 사륜구동을 갖췄다는 차이 뿐이다. 전면 외관 디자인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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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S60의 신차발표회 당시 방한한 T. 존 메이어 볼보 미국 디자인 센터장은 S60의 디자인을 '나를 봐달라며 울부짖는 시끄러운 다람쥐가 아닌, 가만히 있어도 당당함과 기품이 느껴지는 사자’에 비유했다. 그의 말 처럼 잘 다려진 수트를 입은 듯 직선 위주의 단정한 디자인은 번쩍이는 장식 없이도 존재감이 뛰어나다.


S60은 S90과 마찬가지로 볼보의 SPA 모듈형 플랫폼을 쓴다. 전반적인 외관은 먼저 출시된 플래그쉽 S90과 궤를 같이하지만 크기가 작다 보니 훨씬 다부진 인상이다.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은 패스트백 형태가 아닌 전통적인 ‘3-박스 세단’ 형태를 고수한 것이 특징. 자칫 보수적이고 올드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특유의 세련미가 더해져 오히려 차별화 요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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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륜구동임에도 극단적으로 짧은 앞 오버행과, 길게 늘린 프레스티지 디스턴스(전륜과 A필러 사이의 거리)가 돋보인다. 외관만 본다면 딱 후륜구동 스타일이다. 비결은 SPA 플랫폼. 후륜구동의 비율에 맞춰 설계됐다고 한다. 스포티한 느낌의 5-스포크 휠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와 잘 어울릴 듯한 디자인이다.


다만 뒷태는 앞에 비해서 완성도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다. S90의 뒷모습에서 느껴졌던 어색함 그대로다. 왜건•SUV 리어램프 디자인과의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이지만 세로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를 낮은 트렁크 도어로 구겨 넣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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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라이트 그레이 톤의 내장이 돋보이는 실내로 들어서자 볼보 특유의 기분 좋은 가죽 냄새가 코를 감싼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구성은 상위차종인 S90의 것을 그대로 옮겼다. 다른 부분이 뭔지 꼼꼼하게 챙겨봐야 알수 있을 정도다. 우드그레인 등 일부 장식은 다르지만 각종 버튼배치는 물론 시동 버튼과 기어레버까지 공유한다.


편의장비도 몽땅 그대로다. 볼보 특유의 얇지만 구석까지 몸을 받쳐주는 편안한 시트는 나파가죽을 둘렀다. 여기에 3단계로 조절되는 통풍시트와 마사지 기능까지 품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기본이다. 모든 음역에서 풍부한 해상력을 보여주는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역시 인스크립션 모델에 포함됐다. S60 오너라면 만족스럽겠지만 이쯤 되면 S90 오너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느껴질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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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공간 설계는 여러가지 아쉬움을 자아낸다. 외관에서 범상치 않은 후륜구동 비율을 만들어내더니 실내까지 후륜구동 수준의 공간을 확보했다. 휠베이스가 2870mm로 현대 그랜저 같은 국산 준대형 세단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길지만 그 만큼의 여유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공간 패키지에 부족한 실력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보여준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하다. 경쟁모델인 제네시스 G70보다는 엄청 크지만 실제 느낌은 신형 BMW 3시리즈(G20)와 엇비슷했다. 대신 쿠페형 루프라인의 제약에서 벗어난 3-박스 디자인이라 헤드룸이 넉넉해 쾌적하다.


전륜구동 차량이지만 전동 파워트레인과 4륜구동을 염두한 설계로 센터터널은 후륜구동 세단 부럽지 않게 우뚝 솟아있다. V60CC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2인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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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차종의 구성은 뒷좌석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3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시트와 이 급에서는 호화사양인 4존 독립식 에어컨도 지원한다. 플래그쉽 차량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B필러 송풍구도 있다. 모든 볼보차량에 사용하는 다소 짧고 빈약한 모양새의 암레스트는 그대로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충전용 USB포트가 하나도 없는 점은 큰 단점이다. 요즘 나온 신차 같지 않다.


442L의 트렁크 용량은 경쟁모델에 비해 살짝 작은 편. 용량을 늘리기 위해 펑크 수리킷을 넣은 바닥을 조금 더 깊게 파는 수고를 더했다. 이 때문에 생긴 애매한 경사면으로 적재 시 편의성은 떨어진다. 북미 판매가 주력임에도 뒷좌석은 폴딩 대신 스키쓰루를 넣었다. 폴딩이 안되는 점은 경우에 따라서 아쉬움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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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레버 뒤편에 자리한 시동버튼을 돌려 시동을 걸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디지털에 녹여낸 아날로그의 감성이 차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매번 생각하지만 시동을 끌 때는 반대 방향으로 돌리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디자인 만큼이나 단정하다. 바닥소음과 풍절음, 진동을 잘 억제해 주행이 상당히 편안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약간의 터보랙으로 머뭇거림이 느껴지지만 수트 안에 숨겨진 근육이 드러나듯 넉넉한 힘이 차를 밀어붙인다. 공차중량은 1700kg, 얼마 전 시승한 기아 K7프리미어보다 무겁지만 몸놀림은 훨씬 날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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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트를 입은 데는 이유가 있다. 8단 자동 변속기는 빠른 변속의 경쾌함 보다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주행모드를 ‘다이나믹’으로 설정해도 마찬가지다. 2.0L 터보엔진의 넉넉한 힘은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일상에서의 여유로움을 우선으로 뒀다. 때문에 BMW같은 스포티한 감각을 기대한 소비자라면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적절히 묵직한 조향감과 탄탄한 서스펜션에 기반한 매끈한 코너링은 기본이다. 예전 볼보처럼 굼뜬 몸놀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신 볼보의 후륜에는 판 스프링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트럭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가로로 배치되는 방식이다. 가벼운 무게와 부피로 트렁크 공간 및 하이브리드 모델 배터리 공간 확보는 물론 볼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약간의 스태빌라이저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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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동보조, 사각지대 경고 등 각종 최신 주행안전장비 역시 기본 등급부터 풍부하게 채워 넣었다. ‘안전’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는 브랜드 답다. 반자율주행인 ‘파일럿 어시스트’도 해가 갈수록 그 완성도가 높아진다. 앞차와의 간격 조절은 물론 차로 유지도 매끄럽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지만 유난히 주변부의 왜곡이 심한 편이다. 이는 최근 시승한 볼보 차량 공통의 문제점이다. 모두 같은 부품을 사용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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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지만 디자인과 상품성은 확실히 프리미엄의 영역에 진입한 느낌이다. 특히 S60이 프리미엄의 방점을 찍은 차로 볼 수 있다.


S60은 출시 초반부터 대박이다. 지금 계약하면 내년 2,3월이나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S60의 가장 큰 적은 경쟁차의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이다. BMW 3시리즈의 경우 S60보다 700만원 정도 높은 가격표를 달고있지만 최근 500만원 할인에서 700만~800만원까지 프로모션이 확대될 전망이 나온다. 그럴 경우 실구매가에서 차이가 크게 좁아진다. 벤츠 C클래스 역시 최근 5백만원 이상 할인을 시작했다.


부족한 서비스 센터와 검증되지 않은 내구성, 아울러 물량확보도 숙제로 남아있다. 앞서 V60CC, XC40 등 유럽 생산 모델의 경우 대기 기간이 최소 6개월이 넘을 만큼 출고가 원활하지 않아 판매량과 프로모션에도 악영향을 준 바 있다. 할인의 유혹을 뿌리치고 구매를 결심한 소비자 역시 ‘기다림’이라는 큰 벽 앞에서 발길을 돌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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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S60은 사정이 낫다. S60을 위해 새로 지은 미국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원활한 물량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볼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V60CC 만큼 1년을 기다리는 이른바 ‘무한대기’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반일 감정으로 일본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시장이 볼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낄 때 눈길을 돌릴만한 차다.


한 줄 평


장점: 후륜구동 비율의 세련미 넘치는 외관 및 럭셔리한 인테리어


단점: 빠릿하지 않은 변속기와 좁은 트렁크 공간,늘어지는 출고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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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2019.11.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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