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자 아빠는 GT카를 탈까..부활한 BMW 8시리즈

[테크]b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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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은 BMW에서 너무 생소한 숫자다. BMW은 숫자로 모델을 구분한다. 홀수 모델(1, 3, 5, 7)을 기본으로 짝수 모델(2, 4, 6, 8)을 가지치기 한다. 가령 4시리즈는 3시리즈의 쿠페형 모델이다. 이번에 시승한 8시리즈는 7시리즈에 기반한 쿠페형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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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첫 8시리즈는 198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당시 판매되던 7시리즈(E32)를 기반으로 제작된 8시리즈(E31)는 럭셔리 쿠페였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M1 디자인 콘셉트를 계승한 것이 특징이다. 날렵하게 뻗은 보닛 라인과 지금의 BMW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작은 키드니 그릴이 독특한 전면부 인상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찾아 볼 수도 없는 팝업식 헤드램프가 8시리즈 만의 개성을 뽐내기 충분했다. 1세대 8시리즈를 출시할 당시 BMW는 고성능 모델인 M8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침체와 유가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8시리즈는 1999년 단종 수순을 밟았다. 단종 직전까지 11년간 약 3만600대가 팔렸다. BMW 골수팬이 아니면 8시리즈 존재가 생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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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20년 만에 8시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부활과 동시에 1세대 모델에선 이루지 못한 고성능 라인업 M8도 함께 출시했다. 8시리즈의 라인업은 크게 세 가지다. 도어가 2개뿐인 쿠페,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컨버터블, 2열을 위한 도어가 마련된 그란 쿠페다. 국내 출시된 모델은 그란 쿠페와 쿠페 2가지다. 파워트레인도 디젤부터 가솔린까지 다양하다. 그란 쿠페에는 직렬6기통 3.0L 디젤과 가솔린 터보가 오른다. 쿠페모델에는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와 V8 4.4L 가솔린 터보 2종이 장착된다. 시승 모델은 직렬 6기통 3.0L 가솔린과 8시리즈의 디자인 특징을 잘 표현한 840i xDrive 쿠페 M 스포츠다. 코스는 전주를 출발해 진도까지 가는 약 240km의 장거리다. 적당한 와인딩과 고속도로, 국도가 적절하게 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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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부터 살폈다. 거대한 키드니 그릴 말고는 1세대 모델과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다. 스포티하지만 우아하게 뻗은 라인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1세대의 팝업식 헤드램프는 없지만 날렵하게 깎인 헤드램프 안에는 최신 레이저 라이트가 자리한다. 쿠페 디자인의 백미는 단연 측면이다. 길게 뻗은 보닛과 짧은 프론트 오버행은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비율을 재현했다. 긴 휠베이스 때문에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도어에는 캐릭터 라인을 넣어 스포티함을 더했다. 루프 라인은 과거 클래식카에서 발견 할 수 있는 더블버블 라인을 채택했다. 우아함이 더해졌다. 완만하게 흐르는 C필러는 럭셔리 쿠페의 DNA를 품고 있다. 한껏 치켜 올린 뒷범퍼는 단단한 근육질의 운동 선수를 떠오르게 한다. 트렁크는 최대한 짧게 다듬어 최신 유행하는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빚었다. 트렁크 리드는 살짝 접어 ‘뱅글 부트’를 재현했다.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자리 잡아 스포티함과 럭셔리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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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는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계기반 등이 적용됐다. 기존 BMW 7,5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요소다. 8시리즈는 소재의 차별화를 꾀했다. 고급 가죽과 알칸타라로 실내를 마무리한 것은 물론 크리스털 제조업체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해 디자인한 기어 노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려함을 넘어 사치스러움까지 느껴진다.


헤드레스트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시트 재질도 일품이다. 통풍이나 열선 시트는 물론 열선 스티어링휠과 같은 편의장비도 넉넉하게 챙겼다. 다만 통풍시트는 요란한 모터 소리 외에는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약한 수준이다. 국내 BMW 오너의 대다수가 '통풍 기능이 너무 약하다'는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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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전장 4845mm, 전폭 1900mm, 전고 1340mm, 휠베이스 2820mm)는 2열 도어가 별도로 마련된 그란 쿠페에 비해 전장 231mm, 전폭 30mm, 전고 61mm, 휠베이스 205mm가 각각 짧고 좁고 낮다. 그란 쿠페보다 좁은 실내 공간 탓에 2열에 앉으면 목을 구부려야 하는 것은 물론 무릎 공간 여유도 별로 없다. 승객의 탑승보단 짐을 넣어 두는 정도로 활용할 수 있겠다. 반대로 쿠페에 비해 큰 차체를 가진 그란 쿠페의 2열 공간은 ‘같은 차가 맞나’는 생각이 들만큼 넉넉하다. 178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헤드룸에 주먹이 하나가 들어 갈 정도로 여유롭진 않지만 최소한 머리가 닿지 않는다. 무릎 공간은 주먹 하나가 들어가 넉넉하다. 2열 승객을 위한 4존 독립식 공조장치를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트렁크 공간은 풀클럽 골프백 2개는 충분히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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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운전대를 잡고 시동버튼을 누르면 우렁찬 배기음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엔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0.99kg.m의 힘이 4개의 바퀴로 골고루 전달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4.7초다. 슈퍼카 수준의 폭발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넉넉한 출력이 기본인 GT 콘셉트와 일치하는 성능이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재빠르게 가속을 전개한다. 특히 고속 영역에서도 힘이 모자란 느낌이 전혀 없다. 재가속이 어려워 보이는 속도에서도 다시 한 번 목이 제껴질 만큼 폭발적으로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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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드라이빙 즐거움을 표방하는 BMW 모델답게 진정한 재미는 코너에 있다. 코너에선 xDrive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부족한 운전 실력에 도움을 준다. 과격하게 운전대를 잡아 돌려도 시선이 향하는 대로 뒷바퀴는 부드럽게 쫓아 온다. 롤링과 피칭은 거의 못느낄 정도로 탄탄하게 조율된 서스펜션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놀라운 점은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과속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간다. 서스펜션이 공차중량 1830kg의 차체를 꽉 붙들어 매 불쾌한 잔진동을 걸러낸다. 코너를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건 뒷바퀴 조향을 지원하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과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하체를 조율하는 어댑티브 서스펜션 덕분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마치고 컴포트로 모드를 바꿨다. 짜릿한 드라이빙 실력이 운전자를 자극한다고 해서 장거리 주행을 모두 초긴장 상태인 스포츠 모드로 달릴 순 없는 노릇이다. GT 콘셉트의 차는 장거리를 편안하고 여유롭고 파워풀하게 달릴 때 즐겁다. 왜 부자 아빠들이 GT카를 타는지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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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리즈에는 장거리 주행을 한결 편안하게 만드는 BMW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이 장착된다. 차선을 유지하는 실력은 물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 말 그대로 ‘반자율 주행’을 지원하는 만큼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동작시간은 굉장히 짧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면 15초 내외로 운전자에게 다시 잡으라고 시각과 청각 알림을 준다. 경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으면 브레이크를 꾹꾹 나눠 밟아 운전자를 일깨운다. 끝까지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으면 비상등을 켜고 스스로 멈춰 세운다. 혹시나 모를 비상 상황에 대한 BMW의 안전 대책이다.


한창 드라이빙을 즐기고 목적지에 도달할 무렵 연료게이지는 바닥을 향해 있었다. 68L라는 연료통의 크기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연료가 소진됐다. 840i xDrive 쿠페 기준 복합연비는 리터당 9.5km다. 터보 엔진이 장착된 만큼 운전 성향에 따라 연료 소모량은 천차만별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긴다면 5,6km/L 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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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돌아온 8시리즈는 럭셔리한 쿠페의 콘셉트를 그대로 계승했다. 메르세데스-벤츠 GT 4도어, 포르쉐 파나메라 등과 같은 모델들과 직접 경쟁을 하기 위해 2열에 별도의 도어를 단 그란 쿠페도 곁들였다. 가격은 쿠페 1억3800만원, 그란 쿠페 1억341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보다 더 고성능 모델을 원한다면 2억3950만원의 M8 컴페티션 쿠페도 있다.


한 줄 평

장점 : 넉넉한 파워트레인과 BMW다운 스포츠 드라이빙 실력

단점 : 경쟁 모델과의 뚜렷한 차별점 부재. 훌륭한 대체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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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2019.11.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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