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없었어도 두산중공업 흑자전환 역부족

[비즈]by 이데일리

탈원전 안했다면 연간 추가 매출 4800억 수준

연간 적자 수천억인데 원전 매출 늘어도 흑자 불가능

재무구조 악화에 이자비용은 날로 늘어

이데일리

지난 3월 경남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제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034020)에 미친 영향도 살펴볼까요?


두산중공업은 국내 원전 시장의 독점 사업자입니다. 정부가 2001년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을 두산그룹에 매각하며 다른 사업자의 발전 시장 진출을 막아줬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국내에 원전을 새로 지으면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등을 독점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이 전체 사업비의 25~30%를 가져갑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부실해졌다는 주장은 현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발표한 ‘제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종전 7차 계획에 포함했던 원전 6기의 신규 건설 계획이 백지화하면서 회사 부실의 도화선이 됐다는 이야기인데요.

탈원전 안 해도 흑자 전환 역부족

계산해 봤습니다.


통상 원전 1기의 사업비로 4조원가량을 잡으니 신규 원전 1기당 두산중공업에 돌아가는 수주액(매출액)은 1조~1조2000억원 정도입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경북 울진군), 천지 원전 1·2호기(경북 영덕군), 대진 원전 1·2호기(삼척시) 등 신규 원전 6기 중 사업 계획이 잡히지 않았던 대진 1·2호기를 제외한 4기를 예전 계획대로 건설했다면 두산중공업의 매출에 4조~4조8000억원가량이 반영됐겠죠.


그런데 알아둬야 할 점은 원전 건설이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통상 7~10년을 건설 기간으로 보는데요. 주민, 환경 단체 반대 등으로 이보다 길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건설 기간을 10년으로 가정하면 두산중공업에 매년 추가될 매출액은 4000억~4800억원 정도가 될 겁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11~13% 정도죠. 이 정도 매출 증가로는 두산중공업의 당기순손실을 흑자로 돌리긴 역부족입니다. 매출의 10%(400억~480억원)가 회사의 순이익으로 남는다고 해도 연간 적자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순 없다는 얘기입니다.

수천억원대 추가 손실 우려…채권단, 두산건설 분리매각 검토

결론입니다.


두산중공업의 부실은 자회사 지원과 그에 따른 손실, 수주 부진으로 인한 매출 성장 둔화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재무 구조가 악화한 것도 이자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초래했습니다.


탈원전은 두산중공업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신규 원전을 계획대로 추진했다면 회사의 적자 부담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됐을 겁니다.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로 인한 추가 손실 위험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두산중공업 재무제표 속 두산건설 지분의 장부 가격이 지난해 말 기준 1조1584억원(지분율 89.74%)인데요. 두산건설의 증권시장 상장 폐지 당시 주가 등을 고려했을 때 두산중공업 실적에 추가로 반영해야 하는 두산건설 투자 주식의 손상차손 금액이 7000억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이런 사실은 물론 두산그룹도, 채권단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양쪽은 이르면 이달 중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두산솔루스 등 알짜 계열사 매각 외에 두산건설의 우량 자산을 따로 떼어내 회사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사업 지주회사인 두산(000150)을 대신해 두산그룹 계열사 지원의 총대를 멨던 두산중공업과 다른 회사 간 연결 고리를 끊고 잠재 부실 위험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2020.05.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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