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복愛 푹 빠진 관종…블랙핑크 한복 신드롬 일으켰죠”

[컬처]by 이데일리

단하 단하주단 대표 인터뷰, 블랙핑크 의상 디자니어

한복 입고 해외 여행 중 '나만의 한복 만들자' 퇴사

블랙핑크 의상, 철릭·도포 전통 따라…보자기 무늬도 차용

“업사이클링에 관심” 웨딩드레스 해체해 한복 만들어

이데일리

단하 단하주단 대표가 블랙핑크가 입었던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국내 여자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전통 한복에도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블랙핑크는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컴백을 알렸다. 현재 해당 영상은 조회수 1억7000만회를 넘어섰다. 블랙핑크는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도출연하며 세계적인 스타임을 증명했다.


해외 팬들의 이목은 블랙핑크가 입은 의상에도 집중됐다.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에 익숙한 서양인들에게는 낯선 동양풍의 비단옷에 팬들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우리나라의 전통 의복 ‘한복’이 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된 순간이다.


블랙핑크가 입은 한복 의상을 제작한 단하주단의 단하(가명) 대표는 이제 막 업계에 첫 발을 내딛은 ‘신참내기’다. 그는 의상 전공은 아니지만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에 빠져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전통 의복 사업에 도전했다. 단하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한복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다”라면서 “변형된 모습이 아닌,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데일리

블랙핑크 제니가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에서 도포를 재해석한 무대 의상을 입었다.(사진=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 캡처)

한복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만들어 준 ‘관종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단하주단 사무실에서 만난 단하 대표는 자신을 ‘관종’으로 정의했다. 관종이란 ‘관심종자’의 준말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단하 대표는 졸업 후 곧장 제주도 카지노에서 딜러로 자리 잡았다. 직업 특성상 여유 시간이 있어 웨딩 촬영차 제주도를 방문하는 예비 신부를 대상으로 한복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단하 대표는 해외여행 때마다 자신이 구비한 한복을 입었다. 그는 “한복을 입고 해외에 나갈 때마다 내게 쏟아지는 관심이 좋았다”면서 “점점 남이 만들어 준 한복이 아니라 내가 만든, 나만의 한복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조경숙 명인 밑에서 한복 제작 방법을 사사 받았다. 그러나 전통 한복을 구현하기 위해선 한복이 어떤 변천사를 겪었는지, 어떤 이론을 담고 있는지 깊은 공부가 필요했다. 단하 대표는 2018년 3월 성균관대 의상학과에 진학해 석·박사 통합과정을 진행 중이다.


한복 대여 사업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뒀던 단하 대표는 본격적으로 의상 공부를 하며 2018년 8월 친구와 손잡고 한복 브랜드 단하주단을 열었다. 본인이 한복 디자인과 제작 일체를 담당하고 파트너는 그 외 액세서리와 인터넷 플랫폼 구축을 맡았다. 현재 단하 대표 포함 4명이 단하주단을 꾸려가고 있다.

이데일리

단하 단하주단 대표가 블랙핑크가 입었던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기모노 논란? 도포 깃 살리고 궁중 보자기 문양 따와

지난 6월 단하 대표는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의상으로 단하주단의 한복을 사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단 몇 초만 등장하더라도 한복을 알릴 기회라 생각한 단하 대표는 선뜻 제안을 수락했다.


단하 대표는 한복 특유의 멋과 전통을 고스란히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작업 과정이 까다롭고 공임비가 비싸지더라도 전통 방식 그대로 의상을 제작했다. 단 블랙핑크의 격정적인 안무에 맞춰 의상의 소매와 치마 길이 등은 조금씩 조정했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입은 의상은 조선시대 무관이 주로 입던 겉옷 ‘철릭’에서 따왔다. 철릭은 저고리와 주름치마가 합쳐진 형태로 오늘날 원피스와 비슷한 형태다. 제니가 입은 의상은 남자 도포를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이 역시 재해석을 가미하지 않고 전통 깃 방식을 고수했다. 의상에 새겨진 문양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 중인 궁중보자기의 ‘봉황문 인문보’에서 따왔다.


블랙핑크의 의상을 두고 한복이 아니라 일본의 기모노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하 대표는 외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해외팬들에겐 동양식 복식으론 일본의 기모노가 익숙하다 보니 논란이 촉발됐고 이를 블랙핑크 팬분들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한복에 대해 공부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한복 관련 팬아트를 그려 올리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한복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했다.


유명 스타일리스트나 해외 고객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온라인 해외몰에는 미국, 중국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고객들도 몰려들고 있다. 온라인 몰 론칭 초기만 하더라도 두자릿 수 수준이었던 1일 방문자 수는 블랙핑크 컴백 무대 이후 1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업사이클링에 관심… 전통과 환경 모두 잡을 것

단하 대표는 업사이클링 패션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업사이클링 패션이란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해 의복으로 재탄생 시키는 의류 제작 기법이다. 분기에 한번 업사이클링 한복 살롱쇼를 진행하는데 지난해 3월에는 웨딩드레스를 활용한 의상으로 살롱쇼를 진행해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고가 원단으로 만든 웨딩 드레스가 빠른 유행 변화로 1~2년만에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이를 재활용해 한복을 만든 것이다.


단하 대표는 “최근에는 버려진 페트병으로부터 폴리에스터 섬유를 추출해 원단을 만드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며 “전통과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2020.07.1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