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 마시면 치아 상할까···현미경으로 관측해보니

[라이프]by 이데일리

콜라·사이다·주스 활용해 실험···기계적 물성 약해져

충치 발생 환경 조성···칫솔질도 강하게 하면 안 좋아


여름철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갈증을 없애기 위해 탄산음료를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탄산음료를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실제 치아를 활용해 콜라, 사이다, 주스에 담가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충치를 유발할 초기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치의학계에서는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충치가 발생한다는 연구들을 수행해 왔고, 과학적으로도 미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충치균의 활동을 분석한 연구결과 등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영상을 통해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데일리

원자간력 현미경을 이용해 영상화한 탄산음료에 노출된 치아 법랑질의 표면 거칠기(위)와 탄성 계수(아래)의 변화 과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홍승범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원자간력 현미경을 사용해 탄산음료가 치아에 미치는 물리적·기계적 변화를 나노 수준에서 관측하고 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원자간력 현미경은 일반 광학 현미경이 눈으로 관측하는 것과 달리 소재의 촉감이나 기계적인 변화를 확인하기에 좋다.


홍승범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충치는 입안 환경이 산성화되고, 충치균(s.mutance)라는 균이 활동해야 발생한다. 우리 몸속 치아는 다양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곳을 치아 법랑질(에나멜)이라고 한다. 법랑질은 치아의 구성분 중에서 가장 단단해 음식을 씹을 때 치아의 손상을 방지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치아 법랑질이 손상되면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없어 일반적인 음식을 먹을 때에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콜라, 사이다, 오렌지주스 순으로 부식도가 높게 나타났다. 다만 산성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연구팀이 학교 내 병원에서 환자의 동의를 얻어 확보한 치아를 마모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칫솔질을 강하게 하면 작은 흠집 사이로 더 많은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른바 가속화된 실험을 수행했다. 에나맬이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연구팀은 이를 잘라서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빠른 부식이 이뤄졌다. 또 실제 입안 환경에서는 침이나 우유 등을 통해 부식이 덜 심각해진다는 측면도 고려하지 못했다.


홍승범 교수는 “탄산음료는 가급적 줄이고, 입안에 음료가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빨대를 사용하는 게 좋다”며 “또 칫솔질을 할 때 너무 강하게 사용해 흠집이 생기거나 마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치아 등을 어떻게 열화(노화)하는지 나노단위 수준에서 영상 도구를 활용해 분석하고 싶다”며 “미생물 연구자 등과 협업해 생활속에서 충치가 일어나는 모습과 양상을 나노, 마이크로, 밀리미터 단위에서 살피는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2020.07.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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