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시장 이익은 애플이 다 가져간다?

[테크]by 이데일리

삼성이 제일 많이 팔았는데 이익은 애플이 1등

2013년엔 애플 이익점유율이 100% 넘기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주도했지만 최근 감소세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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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올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제조사별 점유율. 왼쪽은 출하량 기준, 오른쪽은 점유율기준이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이익의 80%는 애플이 가져간다” IT 분야를 맡은 초창기 업계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였습니다.


분명 스마트폰 업계 1위는 삼성전자(005930)라고 들었는데, 이익은 애플이 다 가져간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80%를 가져가면 삼성을 비롯한 나머지 회사들이 20%를 나눠 갖는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었지요.


‘과장된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확인해봤더니 사실이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과 2017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7.9%, 75% 였습니다.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같은해 애플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13~15% 수준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굉장한 이익률인데요. 어떻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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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온라인으로 열린 맥 신제품 공개행사에 나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 화면캡쳐)

삼성이 1등이라더니 이익은 애플이 다 가져간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 중에서 각 제조사가 자져간 비율을 이익 점유율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는 시장에서 흔히 쓰는 점유율 지표는 아닙니다. 매출이나 이익보다는 판매 대수 혹은 시장에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출하량)과 같은 양적인 지표가 더 많이 쓰입니다. 100만원 짜리이든 10만원짜리이든 스마트폰 1대라는 측면에선 같으니까요.


어떤 회사가 사업을 잘 했느냐를 보자면 이익률을 봐야 겠지만, 시장 장악력 측면에서는 판매량이나 출하량이 더 의미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통상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이야기할 때는 출하량을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수년째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으로 세계 첫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후 한번도 이익 점유율 1등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올해 3분기 조사결과를 보면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이익 점유율은 60.5%로 2위인 삼성전자(32.6%)의 2배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이익면에서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애플이 이전에 비해서는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두 회사간 격차가 줄어든 것입니다.


그럼 그 이전에는 어땠는지 볼까요. 삼성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2016년 3분기 애플의 이익 점유율은 91%에 달합니다. 순위권에 들지 못한 삼성을 제외한 화웨이, 비보, 오포 등이 나머지 9%의 영업이익을 나눠 가졌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 이익 94억달러 중 애플이 85달러를, 2~4위 업체들이 합쳐서 6억달러를 챙긴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같은 이익 점유율이 영업이익이 발생한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겁니다. 적자를 낸 회사의 영업손실까지 반영하면 2016년 애플의 이익 점유율은 100%를 넘긴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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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판매된 스마트폰 제품의 가격대별 비중(왼쪽)과 800달러(약 88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군 중 많이 애플과 삼성 제품의 비중(오른쪽).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키움증권)

아이폰 단일 상품으로 밀고가는 프리미엄 전략


출하량 기준 점유율과 이익 점유율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매출이 높다고(많이 판다고)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보통은 매출이 증가할수록 영업이익도 늘어나게 됩니다. 공장을 통해 자동 생산하는 시스템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개의 틀을 만들어 10개의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100개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원리입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제품군에서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10만원짜리 바람막이 점퍼와 100만원짜리 패딩 점퍼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물론 원재료비도 더 들어가긴 하겠지만 패딩 점퍼 쪽이 이익률이 훨씬 높습니다. 원가는 2~3배에서 차이가 나지만 가격은 10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바람막이 점퍼를 3~4배 이상 팔아야만 패딩 점퍼와 비슷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애플은 보급형 스마트폰을 한 모델만 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5년과 2019년에 출시한 ‘아이폰SE’입니다. 이 외에는 해마다 프리미엄 모델로 아이폰 신제품만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삼성을 비롯한 다른 제조사들이 프리미엄부터 10만원대 저가 보급형까지 선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고집스러우리만치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패션업계의 명품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위에 언급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생각해봐도 여러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다수의 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삼성을 비롯한 다른 제조사보다 애플은 원가 부담이 적고 가격 통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케팅 역시 아이폰 한 제품에만 집중하면 되고요. 그래서 ‘장사는 애플처럼 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애플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찾아봤더니 구형 아이폰 제품들이었습니다. 예를들어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아이폰12’ 시리즈는 프리미엄 제품이고, ‘아이폰XR’이나 ‘아이폰8’ 등의 이전 모델들이 중저가 제품군이 되는 것이지요. 애플은 신작을 낼 때마다 이전 모델의 출고가를 인하하고 있으니 구형 모델의 가격이 점차 낮아지게 됩니다. 애플의 괴물같은 이익률이 가능한 중요한 전제는 일견 ‘배짱 장사’와도 같은 애플의 단일 모델 전략에도 애플만을 찾는 충성심 강한 ‘팬’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2020.12.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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