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컬처]by 계란비누
달이 맨 처음 뜨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했던 여행길을
매번 달이 차오를 때마다
포기했던 그 다짐을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워어어어어어
워어어어어어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 있는 가사다. 달을 보며 다짐했지만 지키지 못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지새우고'를 만났을 때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두 자매는 20대의 나이에 쉽게 할 수 없던 결정을 했고 지새우고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달이 점점 차오르는 모양이 박힌 명함에는 본인들을 '지새우는 자매'라고 소개했다. 자매가 하고 있는 일은 나도 한 때 꿈꿨지만 차마 용기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지새우고의 백수련 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배움에 중독되다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지새우고 단팥잼 ⓒ지새우고

Q: 지새우고 소개 부탁드려요.

>지새우고는 외할머니께서 재배하시는 곡물을 기본으로 도시에 사는 분들이 그 곡물을 쉽게 드실 수 있게끔 잼이랑 디저트로 만들고 있어요. 잼 종류는 단팥, 땅콩, 흑임자, 완두콩, 거피팥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초코땅콩잼이 있고 디저트는 다쿠아즈랑 흑임자 치즈케이크, 단팥 호두 양갱, 단팥 티라미스가 있어요. 언니랑 함께 주로 망원동 작업실에서 만들어요.

Q: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일이라고 하셨는데 직장을 그만둘 만큼의 계기가 있었나요?

>이게 훨씬 재미있었어요. 다니던 직장보다 더 재미있고 전공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언니랑 함께 전념하게 되었어요. 저는 예술 경영 전공이었고 원래 그 쪽 분야로 일을 할 생각이었어요. 지금도 그 영역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식품 브랜드이긴 하지만 여기 안에 예술적인 감각과 그리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소통하는 경영적인 부분을 가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근데 뭐든 재미가 지속되기가 참 어려워요. 지새우고 일이 재미 없어지진 않을까요?

>언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퇴근 후에도 계속 자료를 찾아봐요. 휴일에도 다른 분들이 만든 거 먹으러 다니고 다른 분들이 요리 강습하시는 거 배우러 다니고. 그러면서 계속 무언가를 넣고 있어요. 넣어야지 저희가 재미를 찾고 또 쏟아낼 수 있으니까. 계속 배우고 만들어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게 저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지새우고 망원동 작업실_사진 출처 : https://instagram.com/zsaeugo

Q: 지새우고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사업을 해야겠다는 정확한 계획은 없었지만 학교 다닐 때부터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제품 개발은 일상 생활에서 꾸준히 했던 거 같아요. 지새우고라는 네이밍을 갖고 디자인 작업을 하는 친구와 같이 사업화 하는 것은 3-4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그 시간은 저희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그렇게 처음에 만들어진 제품이 단팥잼이랑 땅콩잼 딱 2개 였어요. 그 후에 3개월에 하나 꼴로 메뉴가 새로 추가 됐어요.
저희는 곡물잼이라는 생소한 잼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한테 익숙하게 디저트화 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조금씩 잼을 디저트화 시키면서 디저트 쪽 메뉴(단팥 티라미스, 양갱, 다쿠아즈 등)를 늘려가고 한 1년 정도 되면서 지금과 비슷한 메뉴 구성이 나왔어요.

시간을 담아낸 브랜드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지새우고 로고 ⓒ지새우고

Q: 지새우고 이름의 뜻은?

>처음 들었을 때 식품 브랜드라고 생각하기에는 되게 시적인 이름인데 지새우고라는 이름은 시간의 흐름을 함축하고 있어요. 달이 변하는 이미지가 시간이 흐른다는 이미지이고 '지새우다'라는 말에 담겨있는 의미도 시간이 흐른다라는 거에요.
저희가 잼을 만들 때 응고제나 펙틴 같은 것을 일체 사용하지 않아요. 그런 걸 넣으면 사실 10분 만에 바로 잼처럼 바뀌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것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시간과 열의 힘으로만 계속 조려내는 거에요. 그래서 그 오랜 조리 시간의 흐름을 '지새우다'라는 이름에 담게 되었고 그것을 시각화한 것이 달이 변하는 이미지에요.

Q: 밤을 지새우고 만들어서 지새우고 인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그거는 전혀 아니긴 한데 (하하) 초반에는 본의 아니게 이름을 따라서 그렇게 되기는 했어요. 달이라는 거 자체에도 동양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저희 한글 네이밍에도 잘 어울려서 저렇게 달의 변화를 시각화한 거에요.

Q: 지새우고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지금은 식품 브랜드로 시작했는데 지새우고가 좀 더 다양하게 퍼졌으면 좋겠어요. 망원동 작업실 처음 개업 했을 때도 저희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작가들이랑 같이 작업을 했어요. 캔들을 만드는 분, 드로잉하는 분, 티를 블랜딩 하는 분도 있는데 그 분들과 계속 연결점을 찾았어요.
그래서 저희 가게 오시면 그 분들이 만든 작업물을 볼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지새우고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획 선물 세트로 만들 수도 있고요. 지새우다 라는 그 본래의 의미를 중심으로 해서 단순히 식품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 연계한 리빙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욕심은 내지 않고 차근차근 생각하고 있어요.

대지에서 식탁까지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좌, 지새우고 자매의 외할머니댁 전경 (전라남도 순천시 주암면 오산리 오산마을) / 우, 포천에서 땅콩 농사 중인 지새우고_사진 출처 : https://instagram.com/zsaeugo

Q: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요. 식품 같은 경우는 일단 맛이 있어야 소비자가 그 시간을 기다려 줄 거 같아요. 지새우고의 맛은 어떤가요?

>일단 좋은 재료를 사용해요. 주재료인 곡물을 할머니께서 직접 재배하시고 국내산이기 때문에 질적으로나 영양적으로도 좋아요. 그리고 단순히 한국적인 재료만을 쓰지는 않아요. 이번에 새로 나온 초코땅콩잼도 프랑스산 발로나 초콜렛을 사용했어요. 완두콩잼에 들어가는 버터도 프랑스산 이즈닝 버터를 사용해요. 조금 더 풍부하고 이색적인 맛을 위해서 한국적인 재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의 재료도 사용해요. 그리고 계속 만들어 보는 방법 밖에 없는 거 같아요. 계속 만들어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면서 물어보고 그러면서 계속 레시피를 다듬어 가요.

초반에 구매하셨던 분들이 지금 와서 구매하시면 '어 맛이 달라졌네요' 하실거에요. 왜냐면 단팥잼 같은 경우도 초반에는 굉장히 되직한 질감이었는데 그게 활용하기에도 어색하고 '그냥 단순히 단팥이다'라고 이야기를 하셔서 훨씬 더 무르고 잼처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끔 질감이나 농도를 전부 바꿨어요. 그렇게 계속 다듬어 나가요. 여러 번 만들어보고 다양한 재료 공부하고 이러면서 맛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Q: 재료로 쓰는 곡물을 직접 재배할 생각은 없나요?

>외할머니 댁에서 받아서 사용하기는 하는데 앞으로 직접 농사를 조그맣게라도 지어서 그걸로 잼을 만드는 게 언니의 바람이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도 농사를 지어보자 해서 1년 전에 경기도 포천에 밭을 얻어 거기에서 땅콩 농사 지었어요. 농약 하나도 안하고 진짜 땅콩 하나 심었는데 쭉 덩굴째 나오기도 하고 나중에 한 가마니를 수확했어요. 그렇게 한 번 해보고 너무 좋아서 이번에 노들 텃밭에 분양을 받았어요. 아주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농사라는 의미를 저희도 공유하고 알아야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서 작게라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에요.

지새우고가 만나는 사람들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지새우고 x psr 단팥 호두 양갱 드로잉 ⓒ지새우고

Q: 아까 말한 작가들과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을 하는지 궁금해요.

>일단은 저희가 좋아하는 작가 분들을 위주로 컨텍을 해요.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분들이랑 작업을 하기도 해요. (백수련 님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지새우고는 학교에서 만난 분이랑 같이 작업을 한 거에요. 직접 컨텍해서 오랜 대화 끝에 어떤 합일점을 찾아내는 게 저희가 소통하는 방법이에요.
대표적으로는 psr( psr.co.kr)이라고 드로잉 위주의 리빙 잡화를 만드시는 분이 있는데 저희 디저트를 꾸준히 드로잉 해주고 계세요. 그래서 그 드로잉 원화를 저희 작업실에 전시할 예정이고 그 드로잉의 저작권을 저희에게 넘겨주셔서 메뉴판이나 패키징 디자인으로도 활용 할 수 있게끔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Q: 일반 대중들은 지새우고와 어떻게 소통하나요?

>우리랑 비슷한 느낌을 가진 그런 브랜드랑 계속 엮이면서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우리 브랜드를 전달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함께 갈 수 있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 그리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층과 게속 연계를 시키면서 저희 브랜드를 알려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주 부터는 지새우고 온라인 몰이 오픈해요. 마르쉐@는 한 달에 한 번이니까 더 자주 구매하고 싶으신 분들 아니면 마르쉐@에 못 오신 분들께 드릴 수 있게 택배 방식으로도 주문이 가능 하게끔 만들고 있어요.

지새우는 밤을 밝히는 존재, 가족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마르쉐@혜화에서 만난 지새우고 (좌.백모란/우.백수련) ⓒhubzum

Q: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딸들의 도전이 불안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엄청난 반대를 하셨었죠. 그래도 하고 싶으니까 일단은 했었어요. 그리고 부모님과 중간 지점을 찾았던 건 처음부터 이걸 사업화 하지 않는 거 였어요. 그냥 취미 삼아 마르쉐@에 나왔던 거였는데 자연스럽게 커지게 된거죠. 근데 직장을 갖지 않고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셨기 때문에 일단 직장에 들어갔어요. 근데 제가 너무 못 하겠는 거에요. 직장이랑 이걸 병행하기가 어렵고 직장 생활이 저에게는 별로 유쾌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열심히 버텼어요. 버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나서 저 이렇게 해서는 둘 다 안될 것 같아요 라고 했고 엄마가 그래 그럼 원하는 걸 한번 해봐라 라고 하셨어요.

Q: 언니랑 함께 하니까 더 힘이 됐을 거 같아요. 언니하고는 원래 사이가 좋았나요?

>일단 저희 언니랑 저랑 위에 큰언니가 있어요. 저희는 만드는 거에 관심이 있고 큰언니는 먹는 거에 관심이 있어요. 세자매 전부 다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머니께서 늘 어렸을 때부터 저희한테 손수 음식을 마련해주셨고 저희는 그걸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사를 공유했어요. 또 언니가 저에게 아침에 식사를 많이 만들어줘요. 서로 만들어주고 먹고 평가하고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잘 통해요.

그리고 혼자였으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거 같아요. 왜냐면 사람 일이라는 게 늘 좋을 수는 없잖아요. 이번에는 잘되지만 다음달엔 안될 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다른 외부 조건에 의해서도 내가 위축될 수 있는 파도치는 감정 곡선이잖아요. 혼자였으면 아래로 떨어졌을 때 굉장히 못견뎠을 거 같아요. 근데 언니랑 같이 하니까 이게 교차돼요. 내가 힘들었을 때는 언니가 뭔가 만들고 있고 또 반대의 경우에는 제가 으쌰으쌰 해요.

마르쉐@라는 문화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마르쉐@혜화 지새우고 테이블 ⓒhubzum

Q: 마르쉐@ 말고 다른 마켓도 참여하나요?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마르쉐@ 밖에 없어요. 이전에 몇 번 다른 곳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마르쉐@만큼 기쁨을 주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마르쉐@나 마르쉐@ 관계자 분이 추천 해주시는 마켓에만 이벤트 적으로 나가요. 다가오는 세종대왕 탄신일(5월 15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글 박물관 관련 플리마켓을 하는데 한글을 주제로 먹거리나 디자인 상품 같은 것이 나오는 기획전이에요. 그때 나가기로 했어요.
이렇게 뭔가 확실한 기획을 가지고 있는 플리마켓 위주로만 나가요. 다른 데는 일단 잘 안팔리기도 하고 그리고 왜 나가야 하는지… 매출이 있기는 하지만 뭔가 에너지를 많이 받지는 못해요. 그럴 바에는 안나가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걸 시작한 게 의미를 찾고 재미를 찾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단순히 얼마를, 몇 개를 팔았다는 것으로만 가기에는 너무 단기적인 일이 될 거 같아서 더 장기적으로 재밌는 분들이랑 계속 재밌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Q: 처음에 어떻게 마르쉐@를 알게 되었나요?

>친환경, 식품, 이런 쪽으로 계속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온라인 포스팅을 보고 마르쉐@를 찾아왔어요. 그 때가 2년 전 1월이었던거 같아요. 그 때 와보고 여기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이쪽에 물어보고 브랜드를 키웠어요.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찾아오게 된거죠.

Q: 검색은 역시 줌닷컴…? ^^

>하하하하하하하
팥잼 같은 '지새우고' 이야기

좌, 다쿠아즈 드로잉 / 우, 지새우고 땅콩 다쿠아즈_사진 출처 : http://zsaeugo.blog.me/

Q: 마르쉐@는 특유의 문화가 있는 거 같아요.

>일단은 다른 플리 마켓과는 다르게 매번 끊이지 않고 늘 열린다는 거랑 전체적인 마르쉐@ 자체가 갖는 의미도 있어요. 천막이나 여기서 사용하는 집기 등을 통해 공간 디렉팅을 하시는 분이 있고 그래픽 디자이너도 있어요. 그래서 마르쉐@는 마르쉐@만의 또 다른 느낌이 있는 곳이에요.

Q: 요즘은 장터의 개념이 거의 없어요. 마르쉐@가 대안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요?

>마르쉐@라는 것 자체가 친환경 소비와 관련해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오프라인 마켓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주류가 아니잖아요. 뭔가 그 주류에서 벗어난 대안적인 것을 갈구해서 만들어낸 것이라서 마르쉐@ 자체도 충분히 대안적인 가치와 그걸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Q: 마르쉐@는 한 달에 한 번만 하나요?

>원래 한 번인데 이번에는 25일에 명동성당에서 토종 종자를 활용한 기획 마르쉐@를 또 해요. 저희도 토종 종자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로 준비를 하고 있고요. 별일 없으면 한 달에 한 번씩 해요.

Q: 지새우고에게 마르쉐@란?

>저는 정말 가게를 영업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동시에 그럴 수 없다고 생각 했었어요. 학교 다닐 때는 당연히 직장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 이유는 아마 마르쉐@인 거 같아요. 마르쉐@에서 독특한 제품을 인정해주고 그런 걸 함께 공유해 줄 수 있는 셀러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뭉쳐서 우리의 가치가 더 두터워지고 튼튼해지면서 마르쉐@의 정체성이 확실하게 느껴졌어요. 또 그 확실한 정체성을 보고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클 수 있었고 작업실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이걸 지나서 조금 더 대중적인 브랜드로 나아갈 예정이에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였다. 내가 보낸 메일에 지새우고의 답장이 와있었다. "비가 옴에도 마음만은 분명 바삭하길 바라오며. 건강하세요 – 지새우고 드림" 왠지 지새우고스러운 인사말이었다. 인터뷰를 할 때도 '되직한', '뭉근하게' 같은 우리말을 참 예쁘게 썼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한 말이 '일단은' 이었다. 그냥 말하는 습관일 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택한 지새우고의 결단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사표를 던지고 나와 자신이 진짜 '재밌어' 하는 일을 하는 것. 아가씨의 손에 흙을 묻히고 곡물을 만지는 게 세상의 기준에는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새우고는 분명 그들의 천직을 찾은 거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새우고는 이미 반달만큼 차오른 게 아닌가 싶다. 보름달처럼 가득 차올라 영롱하게 익었을 때의 모습이 어떨지 더욱 기대가 된다.


백수련 : 지새우고, 농부, 망원동 작업실 운영
글 계란비누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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