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쏘울’ ‘티볼리’ 컬러 루프의 비밀을…

[테크]by 이투데이

자동차 지붕의 경제학


1996년, 배우 권해효 주연 ‘진짜사나이’란 영화가 있었다. 흥행에 실패했고 줄거리도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영화에 등장한 여러 소품은 꽤 인상 깊었다. 그 가운데 주인공이 타고 나온 빨간색 대우차 에스페로는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단순하게 색상이 특이해서가 아니다. 당시 국내 양산차 가운데 지붕을 연 오픈카는 없었다. 영화 속 에스페로는 지붕을 전기톱으로 잘라낸 차였다.


훗날 알았지만 영화 촬영 도중 이 차의 바닥이 부러졌다. 서둘러 다른 차를 동원해 도색하고 지붕을 잘랐는데 두 번째 차도 촬영 막판에 부러져 주저앉았다. 앞뒤 차축을 지탱하는 지붕을 잘라낸 만큼 ‘압축하중’이 몰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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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도 홀대하는 자동차 지붕

이렇게 중요한 자동차 지붕은 여전히 우리에게 홀대받는다. 뜨거운 햇빛과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내는,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다. 보닛과 트렁크 위에 떨어진 새의 배설물은 미친 듯이 닦아내지만, 지붕에 떨어진 그것에는 별 관심들이 없다. 이유는 하나,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험사도 자동차 지붕은 외면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차 전체를 도색할 때에도 지붕은 제외다. 지붕까지 도색하려면 추가 요금을 요구한다. 차 지붕은 이래저래 홀대받는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붕을 앞에 두고 고민한다. 어떻게든 이익을 내보려는 복안이 여기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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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폭스바겐의 절묘한 선루프 전략

예컨대 지붕에 달리는 선루프는 차 구입 때 중요한 옵션이다.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선루프 선택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 품목이다.


국산차 가운데 처음으로 전동식 ‘인-슬라이딩 선루프’를 장착한 차는 1987년 현대차가 내놓은 프레스토 ETR이다. 선루프는 오픈카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버튼만 누르면 선루프가 자동으로 열린다는 게 신기했다. 반면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선루프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라 프레스토 ETR의 가격은 꽤 비쌌다.


2000년대 초 독일 폭스바겐도 전동식 선루프 장착을 확대했는데 방법이 절묘했다. 폭스바겐은 차종별로 지붕 사이즈와 차 가격이 달랐지만 선루프는 오직 한 장이었다. 차종마다 전기모터와 레일, 선루프 유리 크기 등을 차별화하지 않고 한 가지로 통일했다. 심지어 실내에서 선루프를 열고 닫는 버튼조차 모양이 똑같았다.


소형차에 달려 있던 선루프와 대형 SUV에 장착된 선루프의 사이즈는 동일했다. 물론 그 안에 들어간 부품도 같았다. 차 안에서 버튼을 눌러 선루프를 열고 닫기만 했던 우리는 그 크기가 전부 같았다는 사실을 알기 쉽지 않았다.


값비싼 선루프를 대량 생산한다는 점은 메리트였다. 당연히 부품 원가가 내려가니 여러 모델이 값싸게 선루프를 장착할 수 있었다. 각각의 상품성도 끌어올리는 효과도 얻었다. 선루프 하나에도 기업의 제품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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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와 쌍용차 컬러 루프의 차이점

최근 젊은층을 겨냥한 다양한 소형 SUV 지붕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주요 소비층을 겨냥해 화려한 옵션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게 컬러 루프다. 이름 그대로 지붕만 색깔이 다르다는 뜻. 차체가 푸른색인데 지붕만 흰색으로 고를 수 있다. 거꾸로 차체가 밝은 색상이면 지붕은 어두운 색으로 고를 수도 있다. 3세대부터 SUV로 포장 중인 기아차 쏘울과 쌍용차 티볼리가 대표적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단가 차이가 존재한다. 컬러 루프 제작 공정은 복잡하다. 자동차 공장에서 1시간당 생산 가능한 규모를 UPH(Unit Per Hour)라고 부른다. UPH가 많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문제는 이 UPH는 단순하게 노동자를 더 투입한다고 끌어올릴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공장의 자동화 비율과 모델 특성, 혼류 생산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도장 공정도 UPH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도색 설비가 전체 생산 규모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 컬러 루프 공정은 꽤 복잡하다. 전체 도색을 마치고 페인트를 말린 다음, 지붕만 남기고 래핑(Wrapping)을 한다. 이후 지붕만 다시 스프레이 방식으로 색깔을 입히고 다시 말려야 한다. 자연스레 공정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컬러 루프가 유명한 BMW그룹 산하 미니(MINI)는 이를 위해 특수도장 공정을 마련했다. 최근 기아차가 선보인 3세대 쏘울 역시 특수도장을 거쳐 컬러 루프를 생산한다.


반면 쌍용차는 도장 공정을 새로 추가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티볼리 컬러 루프는 특수 래핑, 즉 커다란 도색 필름을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공장 설비가 없으니 이를 생산 전략으로 풀어낸 경우다. 내구성 논란이 이어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멀쩡하다.


이투데이/김준형 기자 junior@etoday.co.kr

2019.04.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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