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켄크로이츠는 지우는데 욱일기는 안지운다…인스타그램의 '이상한' 정책

[트렌드]by 이투데이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전쟁 범죄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다. 하지만 두 상징에 대한 인식은 확연히 다르다.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는 잘못된 상징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지만,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는 그렇지 않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약 10억 명(미국 Statista 조사)이 넘는 SNS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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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하켄크로이츠는 인종·혐오 상징으로 삭제 대상이다. 실제로 기자가 하켄크로이츠 사진을 내건 계정을 신고하자 약 10분 만에 바로 사진이 삭제됐다. 이 때문인지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하켄크로이츠와 독일 나치를 옹호하거나 파시즘,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게시물을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하켄크로이츠 관련 언론 보도이거나 역사 자료였다.


하지만 욱일기는 달랐다. 인스타그램에는 욱일기와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게시물이 넘쳤다. 인스타그램에서 #imperialjapan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은 5000여 개가 넘었는데 대부분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게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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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욱일기를 프로필 사진으로 내건 계정과 관련 게시물을 신고하자, 약 11시간 만에 삭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답변에는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적인 커뮤니티이므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인스타그램 코리아를 통해 본사에 공식 문의했지만 "답변하기 어렵다. 죄송하다"라는 짧은 답변만을 받았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사실 더 널리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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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Germany - may, 2018: People at the Topography of Terror (German: Topographie des Terrors) outdoor history museum in Berlin, Germany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박기태 대표는 하켄크로이츠가 금지된 사례를 발판 삼아 욱일기 역시 금지해야 한다 말했다. 박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하켄크로이츠가 아마존에서 금지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인 7월이다. 유대인들은 하켄크로이츠가 전범기라는 사실을 1950년도부터 알렸는데,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공연한 상징으로 금지되는 데 70년이 걸린 셈"이라며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한류 등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면서, 욱일기 관련한 홍보 활동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박 대표는 "요즘은 SNS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퍼지므로 국제 사회에 제대로 호소한다면 욱일기에 대한 인식 개선이 빠르게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 월마트에서 욱일기를 판매하는 회사 '온라인 스토리'(Online Story)가 판매 중지를 결정한 일이 있었다. 1월에는 영국의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London College of Fashion)이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욱일기 사진 사용에 대해 사과한 적도 있었다. 현재 반크는 해외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서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사용 금지하고, 아마존과 구글에서 욱일기 관련 상품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청원을 진행 중이다.


욱일기는 전쟁 범죄를 미화하는 상징임과 동시에 피해자들에게 전쟁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故 김복동 할머니는 2018년 10월 3일 수요집회에서 "욱일기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욱일기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이투데이/안유리 수습 기자(inglass@etoday.co.kr)]

2020.08.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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