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하롱베이 #크루즈여행

[여행]by 김은지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 No 

때론 유유자적 신선놀음에 빠지고 싶다. Yes 

세월만큼 훌륭한 예술가는 없다. Yes 

시간과 자연 앞에 겸손할 줄 아는 그의 여행 타입은…M3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


2014년 모 국내 항공사 TV 광고 시리즈 중 베트남 하롱베이편 내레이션 내용이다. 그들이 정의한 여행 타입에 따르면 나는 M3에 속하지 않는다.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자연유산 여행보다는 사람들이 일궈낸 역사나 문화를 보고 배울 수 있는 문화유산 여행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장님께서 주말에 하롱베이에 가보겠냐고 고마운 제안을 주셨을 때도 약간 고민이 됐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하롱베이가 아닌가. 다음 번에 출장을 또 오게 되더라도 주말 이틀을 내어 여행할 여유는 없을 것 같아, 통역사에게 여행사를 통한 하롱베이 단체 크루즈 여행 예약을 부탁했다.(가격은 120불이다.) 통역사는 젋은 사람에게 하롱베이는 재미가 없을 수 있다며 만류했다. 마음이 약간 흔들렸지만 그래도 TV 광고 속 멋진 풍광을 떠올리며 하롱베이로 떠났다.

절경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액티비티

내가 만난 하롱베이는 카메라 렌즈를 통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지만, 여행은 ‘유유자적 신선놀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유람선 위에서 멋진 풍광을 안주 삼아 술을 한잔 걸치기도 했지만, 그 외에 직접 하롱베이에 뛰어 들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1. 티톱섬 전망대에서 하롱베이의 원경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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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톱섬에서 바라본 하롱베이 전경

티톱섬은 해발 30m 높이에 전망대를 가지고 있어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호치민의 초청으로 섬을 방문했던 러시아 우주비행사 티톱도 섬에서 바라본 풍광에 반해 섬을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라서 토지를 개인이 소유할 수 없었기에, 호치민은 그의 이름을 따 섬에 ‘티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나도 티톱처럼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풍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 전망대에 올랐다. 수많은 섬과 그 사이에 섬보다 더 많은 유람선이 떠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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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섬들처럼 카르스트 지형인 티톱섬도 모래사장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가파른 형상이라 인공적으로 모래사장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수영복을 준비해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상점에서 단돈 10불에 수영복을 팔기에 사 갈아 입고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날씨는 흐렸지만 수온은 따뜻해서 기분 좋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


2. 카약 위에서 하롱베이의 근경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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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가까이서 체험을 즐기는 모습

전에 카약을 타본 적이 없어서 약간 겁이 났지만, 하롱베이는 바다임에도 파도가 잔잔해서 초보자도 카약 체험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멀리서 바라보던 섬 가까이로 노를 저어가니, 티톱섬이나 유람선에서 바라보았던 풍경과는 또 다른 하롱베이를 만날 수 있엇다. 티톱섬에서는 하롱베이의 전경을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았고, 유람선에서는 하롱베이를 눈높이에서 바라보았는데, 작은 카약을 타니까 아래서 위로 섬들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섬이 더 가파르고 웅장하게 느껴졌고, 섬 밑동부분에 맨살을 드러낸 석회암으로부터 바닷물에 의해 침식이 일어난 오랜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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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을 타고 바라본 하롱베이

3. 천궁 동굴 안에서 하롱베이의 뱃속 탐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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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동굴

하롱베이는 물에 녹기 쉬운 석회암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오랜 시간 동안 바닷물에 침식되어 깎아 지른 듯한 섬들과, 섬 내부로 수많은 동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천궁 동굴은 그렇게 만들어진 동굴 중 하나로 길이 130m의 거대한 규모와 수많은 종유석과 석순으로 유명하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자연은 닭 머리, 거북이, 용의 꼬리, 심지어 남근의 형상까지 신비롭고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 냈고, 이에 인간이 설치한 조명이 더해져 용궁에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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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조명으로 불을 밝힌 천궁 동굴

각국 여행객들과 즐기는 캐주얼 선상파티

내가 탔던 배는 Golden Lotus라는 2층으로 지어진 작은 목조선으로, 20여 명의 여행객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커다란 유람선을 상상했던 나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실망했지만 배가 작은 덕에 자연스럽게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물론 약간의 민첩함과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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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에서 자유롭게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객들

식당 내 각 테이블의 인원은 6명으로 정해져 있어서 마음에 드는 여행객이 있다면 지체 없이 해당 테이블에 착석해야 한다. 그러나 그만 우물거리다가 가이드에 이끌려 한국 아저씨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한국 아저씨들과의 식사도 좋았지만, 짧은 여행 일정 동안 한국 사람보다는 외국인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다행히 3번의 식사가 남아 있었고, 나는 용기를 내어 다른 여행객들에게 한 명씩 인사를 건넸다.

 

가장 말 걸기 쉬웠던 첫 번째 타겟은 혼자 여행 온 태국 청년이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던 그는 디지털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고 있었다. 식당이나 호텔의 리뷰를 쓰고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홍보를 하는 일이다. 훌륭한 사진 실력을 가지고 있던 그는 태국으로 돌아간 후 하롱베이 배경의 멋진 사진을 페이스북으로 공유해줬다. ‘좋아요.’


두 번째 타겟은 베트남 모녀였다. 어머니가 동안이라 자매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 모녀여서 놀랐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닌다는 딸도 어머니를 닮아 미인이었는데, 방학을 맞아 함께 여행을 왔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이라는 말에 출장자의 본분으로 돌아가 그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서비스 등 여러 가지에 대해 물었는데, 그들이 귀찮은 기색 없이 친절하게 답해줘 고마웠다.


세 번째 타겟은 대만계 미국 청년 둘이었다. 한명은 오라클 세일즈 파트에서 일하는 청년이었는데, 나도 IT기업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자못 관심을 보였다. SQL 쓴다는 말을 하지 못한 걸 뒤늦게 후회했다. (SQL은 오라클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이런 글로벌 인재를 만난 것은 처음인지라 준비가 안돼있었다. 또 다른 청년은 뉴욕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 밝은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과 미국에서 태어난 자신 간에 갈등이 많았는데 이는 비단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인지라, 이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네 번째 만난 사람은 먼저 말을 걸지 않았는데 적극적으로 다가와 준 베트남 소아과 의사 할아버지였다. 젋은 사람들과도 허물 없이 어울리며 사진을 찍고, 알려준 이메일로 꼭 사진을 보내달라며 살인 미소를 날리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짧은 만남이 긴 인연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작지만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마 큰 배를 탔더라면 이러한 즐거움은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

#다이나믹 #하롱베이 #크루즈여행

하롱베이를 여행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광고 속의 문구처럼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고. 하지만 여행지는 저마다 다양한 매력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고정관념에 따라서 정의할 수 없는 것 같다. 정적일 것 같은 자연 유산 여행도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가 원하는 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녀 온 하롱베이 여행은 #유유자적, #자연유산 외에, #다이나믹, #동굴탐험, #수상 스포츠, #카약체험, #해수욕, #선상파티 등 다양한 해쉬태그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의 영화 장르 분류는 무려 7만가지가 넘는다고 하던데, 여행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서 개개인에게 딱 맞는 여행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글 김은지·사진 조영민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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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what you look at that matters, it's what you see. - Henry David Tho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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