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농장이 발전해 오던 외딴 도시에 투명 피라미드가 들어섰다. 네덜란드의 신흥도시 스피니케니세(Spijkenisse)의 공공 도서관 Book Mountain은 5층에 걸친 거대한 책장과 70,000여 권의 종이책과 80,000여 권의 전자책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책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산은 네덜란드의 건축 디자인 전문회사 MVRDV의 설계로 완성되었다. 현대건축과 도시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온 이들의 공공 도서관은 스피니케니세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다. ‘Book Mountain’이라는 이름처럼 이도서관은 책으로
이 책은 치열하게 삶과 직면하고 또 좌절하며 그렇게 그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담담하지만 뾰족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시작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쉬이 만날 수 있는 분도 있었고 생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분도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금 와 생각하니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절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우로 현재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현재의 귀함을 잘 알고 있었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 흘렀습니다
늘 그렇듯 휴일에는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면 배고픔이 찾아온다. 그와 동시에 귀찮음도 찾아온다. 배는 고픈데 움직이기는 귀찮고, 일어나서 한 끼를 만들어 먹기까지 고민하는 시간은 이미 상을 차려서 밥을 먹고도 남을 시간. 그래도 막상 냉장고를 열어 무엇으로 요리할까 둘러보면 그것조차도 휴일의 여유로움으로 느껴진다. 냉장고 안에 있던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 만든, 과하지 않은 브런치를 먹으면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 한 편을 보고,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 한 잔으로 오후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잘 먹고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 얼핏 거창하기 짝이 없는 이 단어들이 낯간지럽게 들릴 때가 있다. ‘디자이너’와 ‘사회’와 ‘역할’이라는, 당최 체감되지 않는 두루뭉술한 단어들은 보잘것없는 평범한 일상과 마주 섰을 때, 마치 중력이 다른 두 개의 우주가 맞선 듯한 묘한 괴리감을 건네기도 한다. 일상의실천은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이 만든 디자인스튜디오이다. 한국 사회에서 좁고 납작하게 다뤄졌던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그로부터 디자이너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소규모 공동체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들에게 실천의 의미는
바람과 빛이 주는 감성이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잡히지 않는 그 어떤 존재를 향한 설레고 황홀한 기분, 그리고 인간이 재현할 수는 있으나 창조할 수는 없는 것들에 대해 느끼는 경이로움과 같은. 바람과 빛이 주는 감성의 절정을 담은 작품이 있다. 어둠 속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빛 조각들, <브라스크Bourrasque>다. 이 작품은 유연한 전기전도성 재질로 된 종이로 만든 조명이다. 이 발광 종이들이 바람에 날리며 빛을 흩뿌리는 광경은 실제가 아닌 지면으로 접할지라도 벅찬 감흥을 줄 장관이라 할 만하다. 얇고 유연한 전기전도성 재
크레이그 프레지어는 조금 독특한 이력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1955년 미국의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18년 동안 디자인 활동을 해오며 그래픽디자이너로 성공했지만, 자신의 작업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은 나이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했다. 굳은 결심과 운명 덕인지 그의 작업은 이내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등 대형 신문사와 잡지사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한 그는 특히 시각적인 유희와
모스크바에서 아빠는 학생이자 선생이었다. 주중에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고, 주말에는 모스크바 한글학교 교사였다. 아빠는 유학 기간 내내 모스크바 한글학교에서 러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엄마도 아빠와 함께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일종의 자원봉사를 했다.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모스크바 한글학교를 가득 채운 학생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글학교는 확실히 아빠의 유학 생활의 활력과 같은 존재였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었고, 돈을 많
110AB번 버스는 노선 모양부터가 독특하다. 대부분의 노선은 직선에 가까운 왕복노선인데 이 노선은 동그랗다. 게다가 번호에 생소한 ‘AB’라는 표기까지 있다. 처음에는 동그란 노선이 있다는 것도, AB로 나뉘어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하는 노선이라 생각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순환을 하기 때문에 버스노선이 A와 B로 나뉘어있는 것이다. 종종 버스 노선 중에 A와 B로 나뉜 버스들을 본적이 있었지만 110AB 노선보다 더 시계를 닮은 노선이 또 있을까? 노선을 속속들이 살
서울 북동쪽의 왕십리 주변은 카페 세계에서 아직 변두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카페가 모여 있지는 않다. ‘핫한’ 카페의 미개척지라고나 할까.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더는 굳이 애써서 찾아보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동네에 유명한 ‘카페’는 없어도 유명한 ‘맛집’은 있는 법. 왕십리에는 바닷가재를 넣어 라면을 끓여주는 집이 있는데 평소 그곳을 너무 좋아했던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식사를 마치고 나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굉장한 카페. WBC 국가대표 선발전 라
세월과 바람과 비를 견디며 깊이를 담고 사람들의 손을 타며 온기를 품은 목재들은 바다를 건너 새로운 사람들의 생활에 새로운 모습으로 스며들었다. 디자인 그룹 Matter & Matter는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이나 배 등을 해체해 그 나무로 가구를 만든다. 다른 시간과 공간의 스토리를 담은 가구는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사람과의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Matter & Matter / 미국 산업디자인 회사 Teague, 모토로라 그리고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 일하던 이석우와 송봉규가 만든 산업디자인 컨설팅 회사 SWBK(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