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점점 서로 비슷해지는 스마트폰들

[테크]by 김국현
IFA, 점점 서로 비슷해지는 스마트
IFA의 계절이 돌아왔다. 1924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국제 라디오 전람회’ IFA. 올해는 특히 그 이름답게 귀로 듣는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대거 등장한 점이 두드러졌다. 아마존 알렉사 일색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구글 어시스턴트가 반격을 꾀하고 있었으니 인공지능 API 생태계 규합 작전의 규모를 보아 할 때 바야흐로 차세대 플랫폼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IFA는 관람객 수가 약 25만 명에 달하는 참가자 수 기준 세계 최대 가전 트레이드 쇼다. (참가 기업 수로는 CES가 최대) 워낙 많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니 관전 포인트, 아니 참석하지는 않더라도 뉴스를 추적하기 위한 팁을 들자면 관심 분야 딱 하나의 카테고리를 잡고 신제품을 찾아 보는 것이다. 이것이 의외로 재미있다.

 

예컨대 개인적으로는 애용 중인 애플 에어팟의 대체재가 될만한 완전 무선 이어셋 등을 살펴봤는데, 이미 IFA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를 이루고 있었다. 뱅앤올룹슨, JBL, 소니, 필립스 등 무선과 스피커 좀 제대로 다뤄본 이들이 대거 우리 귓불을 탐내고 있었다. 이처럼 히트작은 유행을 낳고 카테고리를 만든다.

 

이런 경향은 프리미엄 프래그쉽 스마트폰에서도 발견된다. 사실 이번 IFA는 노트8도 발표해 버린 뒤고, 애플은 이런 데 원래 안 나오는 마당이라 별 뉴스가 없지 싶었으나, LG의 프리미엄 폰인 V30이 꽤 주목과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그 호평의 비결은, LG답지 않음에 있었다. 어딘가 다른 차별점을 찾아 그 특색을 만들던 과거와는 달리, 화면도 OLED가 되었고, 배터리도 일체형이 되었다. 합체로 변신을 한다거나 작은 화면을 화면 위에 파준다든가 하는 유별난 시도는 다 그만두고, 철저하게 히트작의 발자취를 좇았다. 근본적인 혁신을 하는 대신 주류의 빈틈을 찾고 그 틈새를 소재와 공정의 개선으로 채워나가는 것. 한국 가전 기업은 전통적으로 이런 능력에 상당히 재주가 있어서 최근 LG에서 등장한 다이슨의 경쟁작 진공청소기도 만듦새가 괜찮다.

 

이렇게 모든 제품이 비슷해지고 난 뒤, 가끔은 옛날이 그리워지곤 한다. 배터리 소모를 신경 쓰지 않고, 새 배터리로 갈아 끼우던 청량감. 하지만 더 폼 나는 몸매와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자제품을 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려니 생각하니 더 무겁고 번잡한 보조충전배터리도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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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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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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