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첩보영화

[테크]by 김국현
국정원의 첩보영화
정국이 시끄럽다.
이탈리아에는 ‘해킹팀’이라는 감시 솔루션에 특화된 IT회사가 있다고 한다. 수상한 회사다. 그런데 이 해킹팀이 해킹당하는 웃기 힘든 사건이 벌어진 것. 그리고 그 결과 400GB 상당의 자료가 유출된다. 그 자료 속 장부에서 발견된 고객은 한국의 5163부대. 다름 아닌 국정원이었다. 

이들이 사고팔던 이탈리아 장인의 상품은 바로 스파이웨어. 일단 깔리면 다 들리고 다 보인다니 감찰 대상에게 살며시 달아 두는 것이다. 첩보 영화를 보면 ‘타겟’에게 마이크를 달고 지지직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오래된 전통이다. 물론 첩보기관이니까 디지털 감청 장비를 샀을 수도 있다. FBI나 DEA(미국 마약단속국)도 샀다 한다. 

문제는 누가 ‘타겟’인지에 대해, 그리고 이 새로운 감청 방식에 대해 국민의 다른 대리인과 합의가 이루어졌느냐다. 감청에도 영장이 필요하다. 사법부의 상식에 기대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첩보라고 하다못해 주장하더라도, 그 상황과 방식에 대해 적어도 국회는 알 권리가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0조(국가기관 감청설비의 신고)는 감청설비 도입시 국회에 알리도록 되어 있다. 입법부의 견제를 기대하는 것이다. 

첩보 영화쯤 찍을 수도 있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하지만 그렇다고 권력만 잡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전제국가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삼권분립과 같은 최소한의 약속이 무시되어도 좋을 리 없다. 이 약속을 통해 우리가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는 이어져 간다. 그것이 정상 국가다. 그 가치란 곧 법치주의고,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201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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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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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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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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