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은 망막 가득히

[테크]by 김국현
화면은 망막 가득히

금주 발표될 아이폰 신제품은 해상도가 더 늘어나 드디어 풀HD 이상이 될 것이란 풍문이다. 올해 국제가전박람회(IFA) 에서 발표된 소니의 새로운 스마트폰은 무려 4K. 해상도로 치자면 3,840x2,160. UHD TV나 모니터와 동급이다. 이 정도의 도트를 5.5인치 화면 안에 구겨 넣었다.


요즈음은 TV는 물론 스마트폰도 풀HD(1,920 x 1,080) 정도는 기본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 잘 팔린다는 중저가 보급형 폰조차도 풀HD에 IPS 고급 액정을 탑재했다. 프리미엄이라면 QHD급 (2,560 x 1,440) 정도는 기대하게 된 세상. TV도 모니터도 노트북도 그리고 태블릿도 핸드폰도 화면 사이즈는 제각각이어도 해상도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PDA 시절 대부분의 해상도는 320x240. 돌이켜 보면 “640×480의 해상도는 고속통신망과 막강한 기능을 갖춘 PC에서나 적합하다”라든가 “구현한다 하더라도 막대한 통신시간 및 통신비용으로 사실상 상품성이 없다”라든가 컴퓨터 메모리는 640KB면 충분하다 풍의 패기 넘치는 예측이 가득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여 PDA 시대의 문을 닫아 버리지만 이 1세대 아이폰조차 해상도는 480x320. 당대의 컴퓨터 화면 해상도에는 한참 모자라는 것.


그러나 요즈음에는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해상도가 집안의 다른 스크린보다 더 높은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스크린의 크기가 얼마든지 간에 효율적으로 몸을 움직여 망막을 그 스크린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근시와 거북목으로 조금씩 신체조차 개조시켜 가면서 말이다. 게다가 크기가 작다고 그 화면을 덜 볼 것이라는 전제조차 무색하다. 큰 화면을 놔두고 작은 화면을 하루 종일 끼고 사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망막에 가득 차있는 화면의 해상도가 현실과 구분 못할 단계까지 높아지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애플의 ‘레티나’란 그래서 붙인 것이었나? 잘 모르겠으나 이들 스크린은 조만간 현대인류의 망막을 현실의 풍경보다 더 많이 차지하기 시작할 것 같기도 하다.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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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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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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