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전히 노트북이 좋은 계절

[테크]by 김국현
그래도 여전히 노트북이 좋은 계절

기술의 발전이란 참 빠르다. 열과 소비전력은 CPU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어찌 잘 뿌리치고 있다. 올해 구매한 코어M과 체리트레일 탑재 노트북들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다. 뜨겁지 않기에 팬이 필요 없고, 소비 전력이 적기에 배터리팩으로도 충전할 수 있다. 노트북 어댑터 구멍 대신 USB-C나 마이크로 USB 등이 탑재되는 등, 우리가 그간 당연시해왔던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벽은 이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PC도 이제 전원 버튼을 살짝 누르면 스마트폰처럼 바로 화면이 뜬다. 맥 OS X 엘 캬피탄도 윈도우10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 주고 있다. 컴퓨터를 하기에 지금처럼 즐거운 때도 없다.


한편 애플 CEO 팀 쿡이 지난주 영국에서 한 인터뷰가 화제다. “PC? 앞으로 누가 사겠냐?”는 것인데, 아이패드 프로와 같은 새로운 스마트 단말이 PC를 불필요하게 하리라는 것. 굳이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PC 출하량은 5~7%대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레노보, 델, 인텔, HP 등과 “PC가 뭘 한다고?!(PC Does What?!)”이란 캠페인을 지난달 시작했다. PC의 장점을 내새우는 에피소드인데 애처롭고 애틋하여 재미있다.


팀 쿡의 발언이 화제가 된 것은 그가 디스한 것이 윈도우 뿐만 아니라 맥까지 포함한 ‘컴퓨터’ 전체로 이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맥이 iOS에 합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자신은 아이패드보다 맥북이 좋다는 컬럼 들마저 등장하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자신은 노트북이 여전히 좋다고 거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팀 쿡은 정말 노트북이 죽을 것으로 생각했을까? 천만에. 기업의 리더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눈앞의 신제품이 성공하게 하는 것. 아이패드 프로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상반기 출시품쯤은 잠시 잊어도 좋다. 지난봄 ‘새로운 맥북’을 들고 활짝 웃던 그의 표정을 기억해 보자. 사실 팀 쿡은 노트북 걱정할 때는 아닌 것이 아이패드는 줄곧 판매 하강국면에 빠져 있다. 그것도 20% 수준.


금주 팀 쿡은 맥북이 아이패드에 결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 및 서피스북 보고 들으라고 한 소리이기도 한데, 합치든 떨어지든 어쨌거나 컴퓨터는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굳이 생산자가 아니라도 편견만 버리면 얼마든지 컨텐츠 소비용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노트북이다. 그 가능성을 재발견하기에 적합한 시기, 그리고 계절이 오고 있다.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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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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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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