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이렇게 살기로 했다

[테크]by 김국현
새해에는 이렇게 살기로 했다

새해에 뜨는 태양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맘때면 새로운 결심을 하고 싶어진다. 경험상 또 작심삼일이 될 거라는 것쯤 이제는 알 법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계획하고 결심해 보며 다른 내일을 꿈꾸는 일은 현대인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다만 이제는 외국어를 마스터한다든지, 조깅을 하겠다든지 대규모의 계획을 세우고, 나를 닦달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어른이라서다. 어른은 작심삼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말 빠르고 창의적으로 생각해 낸다.


새해 결심이란 어른이 되기까지 쌓여 온, 달리 이야기하자면 나를 어른으로 만든 수많은 습관을 부정하기 위해 소리 지르는 기합 같은 것. 기분은 좋아지지만, 결심을 실현하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다.


...라는 사실쯤은 알 수 있는 어른이 나는 된 것이다.


그래서, 대신 나는 마음 가는 대로 되는대로 살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니, 이는 무척이나 어려운 결심이다. 거창한 내일을 꿈꾸는 대신 오늘에 충실히 눈치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사는 일이란 쉬울 리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구체적 결심을 하기로 했다.


1. 최적화된 삶을 살기로 했다.


성장은 좋은 것이다. 일도 사생활도 번창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이, 더 폼나게, 더 빨리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때로는 더 적고 작게, 서툴게, 천천히 사는 것도 소중하다. 삶의 충실함도 그 순간 찾아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는 미니멀리즘을, IT에서는 디지털 디톡스를 감행하기로 했다.


푸시 알림을 끄고, 필요 없는 서비스에서 탈퇴하고, 그러기 힘들다면 적어도 첫화면에서는 지워버려서, 중독성을 눈앞에서는 치워 버리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들의 기획자들은 어떻게 나라는 사용자를 잡아둘지를 온종일 생각하기에, 나의 의지는 이들을 이겨내기 힘들다. 치우는 수밖에 없다.


2.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사람은 가만히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아무 말도 않고, 지금 내게 허락된 작은 기득권을 껴안고 대세에 묻어가는 관성 인생. 하지만 그래서는 되는대로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마찰이 생길 수도 있는 대화를 하는 시작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열정과 노력과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세상을 마주 보고 대가와 가치를 이야기하는 일은 불편하다. 구조적 부조리를 언급하는 일은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진을 하기 위해서는 마찰이 필요하다. 그렇게 타인이 나를,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착취하지 않게 함으로써, 모두 함께 진정한 자립을 도모하는 일은 힘들지만 보람찰 것이다.


3. 이제 오늘을 살기로 했다.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곤 한다.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만 응시하거나, 눈 감고 망상에 빠지는 것처럼 무모한 일은 없다. 운전이 재미있고 또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눈앞에 펼쳐진 길을 봐야 한다.


일(생계, 경험),

관계(가족, 연애, 우정),

자아(건강, 취미, 공부)


스마트폰이 GPS와 와이파이와 지자계 센서로 위치와 방향을 측정하듯, 이제 위의 세 가지 축으로 내가 지금 어떤 길 위에 있는지 인생의 현재 위치를 측정하는 나만의 인생 위치확인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수치화된 목표 자아(Quantified Self)의 트렌드는 자신의 모든 면모를 정량화하려는 이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Coach.me, Strides, Human 등 잘 만들어진 앱들은 그 결심을 보조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노트와 펜을 들고 일주일에 한 번 나를 돌아보는 시간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새해 결심이 무엇이든 3일마다 반추할 수 있다면, 작심삼일이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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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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