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스마트폰, 큰 폰을 버리고 소박하고 단출하고 홀가분해지고 싶다.

[테크]by 김국현
점점 커지는 스마트폰, 큰 폰을 버리

애플 팬들은 애플의 결정에 대개 호의적이다. 

 

초대 iMac이 오로지 USB를 밀며 각종 오리지날 매킨토시의 커넥터들(ADB, SCSI등)을 밀어냈던 것이나, 슬림한 맥북으로 바뀌면서 USB-A니 HDMI니 USB-C만 남기고 다 쓸어 버린 것이나 반감을 불러오기 쉬운 극단적 선택을 애플은 자주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플 나름대로의 사연과 논리를 가지고 취한 결단이라고 해도 소비자에게 익숙한 세계를 전면 부정하는 일은 논란을 만들곤 한다. 3.5mm 헤드폰 잭의 소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진화란 결국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고, 그 결과만 좋다면 시간이 흐르면 수긍을 한다. 이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이들은 애플의 팬이 된다.

얼마 전 발표한 아이폰의 신제품은 그 화면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화면은 커졌지만, 전체적 부피는 작아졌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작은 SE까지 단종되면서, 폰은 TV처럼 점점 커지기만 하는 가전이 되어버렸다. SE 후속 기종의 사진이 한때 유출된 적이 있었으나 결국 발표되지 않는 듯하니 모두 일장춘몽이었다. 

나도 대화면이 좋을 줄 알고 폰은 바꿨으나 SE나 5s와 같은 그 크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폰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생각해 보면 작은 화면에서도 얼마든지 작고 가볍고 간소한 생활이 가능했다. 마치 큰 집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듯이. 

화면이 다시 작아진다면 점점 스마트폰 중독이 되어 가는 현대인들이 정말 필요한 것만 폰으로 할 것 같기도 하다. 폰의 성장 주의에 반기를 들고 싶다.

폰이 작아야 손바닥에 안정감 있게 감겨 들어갔고, 여러 주머니에 휴대도 쉬웠다. 지금은 한없이 작아 보이는 SE/5s이지만, 그 폼팩터의 원형인 5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폰이 길죽할 수 있냐며 야유하곤 했다. 길어지는 것이 혁신이냐며 광선검처럼 길어진 아이폰을 든 스타워즈 제다이가 짤방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 외형을 보며 노스탈지아를 느껴야 하는 시대가 되다니 쓸쓸한 일이다.

많은 이들에게 폰이 주 업무 도구가 되어 가는 시대다. 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하던 시절에는 작은 화면도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들로서는 커진 폰은 노트북이나 태블릿 휴대를 막아주는 상쇄 효과가 있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당분간 작은 폰은 시장에서 보기 힘들 것 같다. SE 2의 유출 사진, CAD도면, 화면보호필름의 존재 등에서 재림의 희망을 찾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작은 폰은 가난한 제삼 세계용으로 업계가 차별화해버렸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수요는 초염가 안드로이드폰 혹은 노키아 등 틈새를 노리는 업체의 공급만으로 충분해 보인다. 

오늘따라 대화면이 더 횅댕그렁해 보인다.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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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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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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