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10주년, 기린아의 성장 일기.

[테크]by 김국현
안드로이드 10주년, 기린아의 성장

2008년 10월 말,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이 등장했다. HTC Dream이라고도 불리던 이 G1을 당시 누군가 가져와서 보여 줬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는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었다.) HTC는 컴팩의 아이팩(iPaq)등 윈도우 모바일 PDA를 하청 생산하던 기업이었지만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가며 인지도를 높이던 시절이었고, 그들은 안드로이드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아직 모든 것은 어설펐지만 자바와 리눅스의 조합 방식이 신선했고 용기가 가상해 보였다. 그런데 이런 실험은 당시에도 여기저기에도 많았기에 물욕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시장성이 없어 보여서 오히려 구글과 HTC와 출시한 통신사 사이에 어떤 딜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2008년이 어떤 해였느냐면 삼성 옴니아폰이 등장했고, 언론들은 ‘글로벌 돌풍 예고’, ‘아이폰 대항마’ 등등으로 띄워주던 해였다. 옴니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6.1로 만들어졌었는데, 사실 이는 전년도에 등장한 버전 6의 마이너 업그레이드에 불과했다. 하드웨어는 어쩔지 몰라도 사실상 2년이나 묵은 소프트웨어였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폰 쇼크 속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이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내심 윈도우 모바일 7이 화려하게 등장하며, 예전에 팜파일럿을 붕괴시킨 것 같은 괴력을 발휘해 또다시 모바일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으로 통일할 것이라 진심으로 믿기도 했다. 그런데 그럴 리 없음은 옴니아를 손에 쥔 이들은 누구나 직감하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폰 충격은 실로 대단하여 아이폰을 만져 본 통신사, 제조사 등 전 세계의 전화 관련 업자들은 대혼돈에 빠져 있었다. 윈도우 모바일은 이제는 더 믿을 수 없었고, 당장 아이폰 같은 것을 내놓지 않으면 자신의 자리가 없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점에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 커뮤니티화하면서, 다 함께 공짜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해 온다. 특히 안드로이드의 개발언어는 자바였는데, 당시 자바 개발자들은 주로 기업 시스템 개발 등 별 재미없는 분야에 포진하고 있었던 차였다. 새로운 놀이터가 열리니 개발자들은 이 안드로이드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개발자들의 동태를 눈여겨보던 업자들은 그렇다면 ‘올인’해보기로 한다. 안드로이드는 이러한 대규모 협업에 의해 급속도로 성장한다.

바로 이듬해 아이폰을 견제해야 했던 미국 통신사가 모토롤라 드로이드 등 나름대로 완성도 높은 폰 들을 밀어내며 아이폰과 결전을 꾀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삼성은 기습적으로 안드로이드로 전격 전향 드로이드보다 한 두어 달 먼저 갤럭시를 출시한다. 아이폰과 나머지 세계의 전쟁은 그렇게 무한 복제 가능한 안드로이드 클론의 역습으로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그 후의 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니 생략할까 하는데, 현재 안드로이드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0% 언저리의 시장점유율을 장악하고 있음만 적어 놓기로 하자. 

이와 같은 안드로이드 대성공의 비결은 무료라는 점이 아니라, 같은 팀을 만드는 일에 있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도 다급해지면 얼마든지 진영을 만들 수 있다. 구글이 그저 검색을 잘하는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만인을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전제 조건이 여기에 있다. 폭등을 거듭한 구글의 주가, 매출, 영향력 모두 그 배경에는 바로 이 무료 플랫폼으로 진영을 꾸릴 수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것. 이제 구글 ‘신’에게 내 존재를 맡기는 일조차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는 부러운 일이기에 앞서 모두에게 뼈아픈 교훈이다. 

윈도우 모바일의 실패는 안쓰럽다. PMP나 내비게이션 등 모두 CE(윈도우 모바일의 근간)였던 시절이 있었다. PDA 등 모바일 생태계를 거하게 구축했지만 타성에 젖어 게을러졌다. 아이폰에 가장 놀란 것은 그들이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터치’에 집착하며 아이폰의 조작감만을 흉내 내려는 욕심을 냈다. 극적인 변화를 꾀했지만, 중요한 것은 개발자의 마음을 사는 일임을 잊었다. 오히려 종래의 윈도우 프로그래밍 모델과는 너무 다른 환경을 만들어 버려, 그나마 있던 개발자들마저 떠나고 말았다. 이 색다른 환경은 지금까지 이어져 UWP라는 통일 모델로 윈도우 폰과 태블릿 등을 지원해 왔지만 늦은 일이었다. 바로 엊그제 올 9월 말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인 오피스의 개발을 앞으로는 iOS, 안드로이드, 웹, 그리고 전통적 윈도우 프로그래밍인 Win32만을 지원하기로 발표한다. UWP가 빠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태평성대의 다음 날은 위기의 개막일일 수도 있다. 10년 전에도 (전 세계적으로는) 사람들은 모두 PC에서 구글로 검색하고 있었다. 구글은 행복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벤처 기업을 인수하여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대가 곧 변화할 것이고 그 바뀐 시대에 당장의 장악력은 얼마든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각성을 읽을 수 있어서다. 

흥미로운 점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던 그 스타트업을 삼성도 만났다는 점이다. 물론 만났다고 인수 이야기로 비약될 일도 없고, 또 인수했다고 하여 오늘날의 안드로이드가 되었을 리도 없다. 그러나 평온한 일상에서 시작된 인연은 때로는 미래의 모든 것이 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안드로이드 덕에 우리는 훨씬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폰은 물론 자동차와 사물인터넷까지 안드로이드는 쾌진격 중이다.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10주년은 축제 분위기만은 아니다. 올해 구글은 EU에게 안드로이드에 구글 앱들을 선탑재하게 했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미국에서는 자바 저작권을 둘러싼 연방항소법원에서의 소송에서 오라클에게 패했다. 안드로이드가 만들어 온 오픈 생태계의 향방은 지금 오리무중 속이다.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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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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