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데크 붐박스와 워크맨 그리고 스마트폰과 VR

[테크]by 김국현
더블데크 붐박스와 워크맨 그리고 스마

이번 MWC의 대세 토픽은 VR이었다.

 

하나의 트렌드가 무르익을 무렵, 신호처럼 등장하는 제품들이 있다. 그것은 소비자가 그 트렌드를 직접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제품들이다. 카셋트 테이프의 경우 더블 데크, CD롬의 경우 CD-R 등이었다. VR의 경우라면 이번에 삼성과 LG에서 각각 내놓은 Gear 360과 LG 360 CAM일 것이다. VR용 컨텐츠를 위한 대중적 360도 카메라가 등장했다.

 

여전히 낯선 VR. 그 기괴한 것 뒤집어쓰고 멀미나도록 몰입해야만 하는 것 말고도 인생은 재미난 것으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다. 이런 감각적 장난 같은 기술 따위, AR에서 3D TV까지 맨날 변죽만 울리지 대중화된 적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쉽다.

 

하지만 모든 감각 신호는 감각 기관 가까이 다가가려는 습성이 있다.

 

워크맨이 등장한 것은 1979년, 이제 곧 40년이다.

 

청각 신호를 휴대하게 된 붐박스(어깨에 짊어지는 대형 카셋트 플레이어)의 시대에서, 청각 신호를 청각 기관에 결합시키는 워크맨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은 필연이었다.

 

마찬가지로 시청각신호를 휴대하게 된 스마트폰의 시대에서, 시청각 신호를, 아니 모든 감각 신호를 감각 기관에 결합시키는 VR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 역시 그리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수도 있다.

 

삼성은 이번 발표회에서 기어 VR을 모든 참석자에게 착용시키는 강수를 뒀고, LG는 더 가볍고 더 경쾌한 VR 헤드셋으로 관심을 끌었다. 모두 21세기의 워크맨이 되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워크맨으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아니 최초의 음악 감상용 헤드폰으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모두가 헤드폰을 즐겨 쓰는 것은 아니듯 미래의 모두가 VR을 뒤집어쓰지야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귀에 무언가를 꼽는 일에 위화감이 사라진 것처럼, 눈에 VR을 꼽는 일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역시 감각 신호는 감각 기관 가까이 다가가려는 습성이 있다.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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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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